(2023 11월 126호=글 정채경 기자) 작은 사회라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 안에서 여러 악기들이 서로 인내하고 배려하며 마침내 무대에서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마치 사람들의 융화를 예술로 풀어낸 듯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행위를 올해 15년째 하고 있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오케스트라의 특성 상 여러 사람이 손
을 보태야 하는데 이 단체는 여러 오케스트라가 활성화돼 있어 눈길을 끈다.
창단 15년째를 맞이한 광주베누스토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사랑하는 프로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로 구성된 클래식 연주단체로, 정통 클래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섭렵, 연주하고 있다.
클래식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목표로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 2009년 바이올린 연주자로도 활동한 강재진 지휘자가 중심이 돼 음악 애호가이자 악기를 배우는 이들로 이뤄진 앙상블 모임이 광주베누스오케스트라가 탄생한 계기가 됐다.
오케스트라 명칭은 ‘아름답고 우아하게’ 뜻을 가진 이탈리아 악상기호 ‘Venusto’에서 따왔다. 여기에는 음악의 화려함과 온화함으로 지역사회에 빛을 전하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창단 당시 20여명에서 현재는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현악앙상블 형식이었다가 광주베누스토 온라인 카페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창단 소식을 전하면서 여러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직장 이직이나 이사 등 개인적인 이유로 광주를 떠난 단원들은 그 지역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고, 무대마다 협연한 여러 음악인들과는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호른, 트럼펫, 트럼본, 튜바, 타악기 등으로 구성돼있다.
악보계를 맡고 있는 김선영 첼로수석은 오케스트라가 창단해 현재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데 여러 단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 종사자, 아이들의 바른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계 종사자, 음악을 직접 지도하는 음악인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다.
이렇게 창단한 오케스트라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연장에 입장을 못하고 돌아간 관객들이 많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성황이었다. 해년마다 무대를 올리는 가운데 관객들의 평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유명 연주자의 완벽한 무대에도 관객과의 괴리감이 느껴져 아쉬움이 있었는데, 베누스토의 무대는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켜 몰입하면서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한다.
연주자들은 혼자 하는 연주보다 다양한 악기와 협업하는 과정, 노력의 결과로 이뤄내는 명곡들의 완성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관객들은 악기마다 가진 각각의 매력과 선율, 곡마다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환상적인 하모니에 감흥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광주베누스토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점은 단체 안에 또 다른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광주기베스오케스트라와 광주아베스오케스트라가 그것이다. 기베스는 ‘Giocoso Venusto Orchestra’의 약칭으로 ‘즐겁게 유쾌하게’라는 이탈리아 ‘Giocoso’에서 착안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즐겁고 유쾌하게 전하겠다는 의미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음악의 연주를 원하는 단원
들의 요청으로 2010년 창단했다.
아베스는 ‘Arte Venusto Orchestra’의 약칭으로 예술(Arte)을 사랑하고 오케스트라를 심도있게 연구하고 싶어 하는 단원들이 주축이 됐다. 코로나19 여파에 코로나블루로 전세계가 힘들어하던 2020년 창단연주회를 갖고 음악으로 희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광주베누스토오케스트라는 규모가 큰 교향악단과 같은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가 모두 있는 풀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교향곡 위주로 주로 낭만주의 곡을 연주한다면, 광주기베스오케스트라는 그보다는 규모가 작은 챔버오케스트라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현악기가 중심이 된다. 광주아베스오케스트라 역시 챔버오케스트라로 오케스트라의 기본에서부터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젊은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운영은 연주자들의 음악적 역량을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 클래식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 ‘베누스토, 낭만의 거장을 마주하다’를 성황리에 마친 베누스토오케스트라는 쉴 틈 없이 다음 무대를 준비 중이다. 오는 12월17일 오후 4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2023 광주베누스토 사랑나눔 송년음악회’를 앞두고 지난 9월 제13회 정기연주회를 마친 기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각각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연습실에서 모여 합을 맞추고 있다. 그간 기부해 온 대로 공연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환우, 미혼모, 장애인 등을 위해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아베스오케스트라 역시 12월 펼칠 무대를 위해 매주 화요일 연습실에서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마지막으로 광주베누스토오케스트라의 강재진 지휘자는 음악이 행복한 삶을 위한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음악의 열정에 비례해 삶의 열정도 커지는 듯해요. 많은 연주자들과 곡의 완성을 향한 한마음의 여정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죠. 음악에는 힘이 있고, 메시지가 있어요. 무대를 보신 분들이 음악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음악이 주는 편안함, 위안, 아름다움, 행복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