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화사한 숲  짧은 시간 긴 여운 갖게 했다

[문득여행]광주시립수목원을 가다
남구 양과동에 24만6948㎡ 규모로 온실 등 갖춰 개원
위생매립장 인식 개선 기대…열대식물들 이국적 풍경
축구장 320개 크기 550여종 식물 식재…주상절리 눈길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1월 23일(화) 16:06
(2023 12월 127호=고선주 기자) 말로만 듣던 광주시립수목원을 가던 날, 날씨는 짖궂었다. 비가 오고, 강풍이 불고 난리가 났다. 이제 가을이 가고, 진짜 겨울이 오려나 보다 하는 느낌이 단박에 들었다.
가을이 가는 아쉬움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날씨만 좋았다면 다른 선택지로 향했을 것이다. 고민 고민 끝에 가까우면서도 가장 관심이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곳이 수목원이었다.
광주 사람들은 그동안 수목원 나들이에 관한한 광주가 아닌, 타지로 다녀와야 했던 경험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터다. 그것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공립수목원이 없었던 탓이다. 2009년 조성 결정이 난지 14년 만인
지난 10월20일 개장한 이번 시립수목원은 몇차례 미뤄진 끝에 개장이 성사됐다. 최근 들어서는 2년 전 5월에 개원하려 했으나 1년 미뤄진 뒤 올해 10월에야 방문객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숙원이 하나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위생매립장과 수목원은 잘 조화가 되지 않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생매립장 옆을 수목원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위생매립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국내 토종식물을 연구·전시하는데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광주시립수목원은 혐오시설로 인식될 수 있는 부지를 시민들의 휴식처로 탈바꿈했다는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이 일군 성과로 평가받을 만했다. 일전에 개관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던 차에 광주시립수목원을 향했다. 광주에 살고 있지만 양과동의 지리를 잘 알지 못한 이유로 카카오 내비게이션을 켠 뒤에야 찾아갈 수 있었다. 찾아가면서 안 사실이지만 광주대 앞 도로를 따라 나주 방향으로 진행하다보면 대촌으로 빠지기 전, 밤색 ‘지산재’(芝山齋)라는 안내 이정표가 나오는데 그쪽 코스를 운행해본 사람들이라면 알고들 있을 것이다. 신라말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을 배향하고 있는 사우인 지산재 이정표를 보고 빠져 나가 지하차도로 좌회전해 관통하면 광주시립수목원이 그 자취를 드러낸다.
막상 주차를 하고 언덕 위에 포토 포인트가 될 흰색으로 새겨진 ‘광주시립수목원’ 명패를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아직 식재해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철축이 식재된 듯 보였다. 철쭉을 밟을까 주의를 기울이며 한 가운데로 이동해 명패를 여러 컷 담았다.
유리 온실을 향해 이동할 때 빗줄기는 더 굵어졌고, 바람은 더 드세졌다. 날씨는 궂었지만 이런 게 계획없이 나선 문득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름 위안을 삼으며 유리온실 안으로 입장했다. 현재는 무료로 운영 중이어서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다. 때마침 광주시티투어 중인 방문객들도 버스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사람들에게 서서히 알려지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구 양과동에 24만6948㎡(7만4701평) 규모로 문을 연 시립수목원은 서두에 하소연했던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둘러볼 수 있도록 실내 전시실이 꾸며져 있다. 눈이 와도 상관이 없을 곳이다. 유리온실 3개가 맞닿아 이어져 있는 구조로 높이가 20m에 달해 층고가 안겨주는 개방감이 압도적이다. 온실 안으로 입장하면 파파야를 포함한 과실수와 키 큰 선인장 등 열대식물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할 뿐 아니라 무등산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작은 폭포와 개울이 운치를 더해준다. 무등산 주상절리는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코너 한쪽에 잘 꾸며놓아 시민들의 주요 사진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온실 내부를 가로지르는 데크 길 역시 따분할 수 있는 견학에 다소 재미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 가면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온실 내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온실 내부는 열대식물과 주상절리 외에 연못이 있는 미니 정원이 꾸며져 있다. 막상 보았을 때는 무엇을 형상화했는지 몰랐으나 서해안과 남해안의 리아스식 해안을 표현했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야외 부지는 축구장 320개가 넘는 규모의 부지에 소나무 은행나무 좀작살 나무 등 550여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이중 사연을 안고 있는 수목들이 꽤 있다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신가동 은행나무 축제의 주인공이었지만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며 사라질 위기를 겪은 은행나무 300여 그루가 이곳 수목원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가로수길을 꿈꾸고 있었고, 남구 백운광장 일대 지하철공사로 설 자리를 잃었던 높이 20m가 넘는 소나무 20여 그루 역시 수목원에 새롭게 터를 잡게 됐다고 하니 수십년 자란 나무들이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현실 속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안도할 수 있었다.
전시 온실 외에 한국정원, 잔디광장, 식물관리동, 방문자센터, 기증수목원, 관목원, 감나무 언덕, 은행나무 숲 등이 갖춰져 있다. 식물관리동은 아직 오픈을 하지 못했고, 방문자센터는 12월15일까지 막바지 내부공사와 시설을 들인 뒤 문을 열 예정이다. 향후 방문자센터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삽목과 접목 등의 체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나마 야외 수목원 부지를 빼놓지 않고 발품을 팔며 본 것 중에 ‘IFLA Garden’ 명패 역시 뷰 포인트로 손색이 없었다. 명패가 세워진 담장 너머에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 광주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정원 ‘청의정’(淸猗亭)이 자리해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끝에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미니 폭포가 꾸며져 있다.

이외에 수목원 개원에 맞춰 빛고을전남대병원과 시립제2요양병원 방면에서 수목원을 찾는 시민과 방문객들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향등제와 이곳을 연결하고 주변에 1.2㎞ 수변길을 조성한데 이어 인근 건지산에는 도시숲과 등산로 1.3㎞도 개설했다.
그러나 모든 시설이 모두 가동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가동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여기다 주요 출·입구 이정표나 온실 식재 식물 보완 및 수목 안내 표찰,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민을 위한 충전기, 음용 시설 및 쓰레기통 구비를 비롯한 편의시설, 수목원 근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SRF 시설 문제 등은 당장 보완되거나 해결해야 할 사안들로 보였다.
이처럼 보완해야 할 점들이 하나 둘 눈에 띄었지만 수목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 골격을 갖춘 수목원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어쩌면 이제 개원한 지 50여일 남짓이어서 미완이라 할 수 밖에 없지만 2025년까지 ‘국가수목원 인증’에 도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니 지금부터 보완할 점들을 하나 하나 해결해가면 명실상부한 수목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계절을 수놓을 온갖 수목들이 인간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성장하면서 재개발로 인해 뿌리가 뽑히는 현실 속 안심한 채 푸르고 화사한 숲을 이루기를 희망했다. 이날 수목원은 짧은 시간 동안 긴 여운을 갖게 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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