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 손가락처럼 튀어나온 신비한 지형 해풍 드나드는 해송 숲과 노을 어우러진 곳

[문득여행]무안 조금나루 해변
차박 명소이자 노지캠핑 성지·노을 명소로 알려져
조수간만 차에서 명칭 유래…자연 속 휴식 최적지
‘선착장 무지개 도로’ 운치 더해…낙지 공원 장관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3월 28일(목) 18:26
(2024 1월 128호=글 고선주 기자) 우리는 가까이에 의외의 명소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지낸다. 인스타그램 등 SNS상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든,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여행 성지같은 곳이 있다면 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일게 마련이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띠의 해를 맞아 첫번째로 가본 곳 역시 인스타에서 우연히 알게 된 차박 명소이자 노지캠핑의 성지, 그리고 노을 명소인 곳이다. 지형 또한 독특하게 바다로 삐져 나가 있는 형태여서 더더욱 눈길가던 곳이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전남 무안 망운 소재 조금나루 해변이다.
무안하면 톱머리나 훌통해수욕장 회산백련지, 황토갯벌랜드 등이 가볼만한 곳이고, 양파나 낙지가 먹거리로 유명하다는 것이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일 터다. ‘무안 가볼만한 베스트 10’을 검색해봐도 조금나루는 빠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만큼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필자 또한 인스타를 통해 알게 된 곳이다.
집을 나설 때 예감이 불길했다. 노을 성지를 가는데 날이 흐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동 중 햇볕이 나 ‘정말 아름다운 노을을 영접할 수 있겠구나’ 한때 착각을 하기도 했음을 실토한다.
조금나루는 그만큼 빨리 가서 구경하고 싶은 곳 중 하나다. 망운면 송현리에 자리한 이곳은 서해로 지는 일몰이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4㎞가 넘는 해변과 해송이 어우러진데다 검지손가락처럼 바다로 삐져나간 지형이 신비로운 느낌을 안겨준다. 조금나루라는 명칭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조금이 적은 정도나 분량 혹은 짧은 동안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중에 확인해 봤더니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때를 ‘조금’으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조(小潮)라고도 하며 사리에 대응하는 말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때는 세곡을 징수해 영광 목관에 보내던 창고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조금 때가 되면 칠산바다 고기잡이 배들이 이곳 나루로 들어와 쉬어 갔고, 선도와 고이도, 매화도 등 인근 도서벽지 주민들이 함평장과 망운장을 가기 위해 거쳐갔던 곳이다. 옛 영화는 찾기 힘드나 한적해 조용하게 사람에 치이지 않고 쉬어가려는 사람들에게는 강추하고 싶은 곳이다.
방문했던 날 현장에서 보니 물이 다 빠져나가 갯벌과 해안이 다 드러나 있을 때에도 갯벌 한 가운데로 마치 강이 자리한 것 같았다. 바다에 강을 파놓은 것처럼 물살이 출렁이며 흘러가는 물길이 있었고, 실제로 보트 낚시 하는 몇몇 분들의 배가 오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송현리 앞에 떠 있는 탄도항 매표소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배가 드나든다는 반증이다. 밀물 때 큰 배가 드나드는지, 아니면 소형 배들이 드나든다는 것인지 잘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조금나루 선착장은 보강 공사가 한창이었다. 차를 대충 길가에 주차하고 조금나루 선착장을 둘러봤다. 이곳은 앞서 말했듯 손가락 끝 손등에 해당하는 곳에 소나무 숲이 형성돼 있다. 그 숲 안에 차박과 노지캠핑 차량들이 자리하고 있다. 양 옆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여러 바다 기운이 넘실대는 숲에서의 1박은 힐링이 되고도 남을 듯 했다. 어림잡아 소나무 숲에 나무는 1000여 그루가 넘는 듯 보였다. 숲 한가운데는 야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한때 명사십리로도 불렸다. 섬은 아니지만 섬 같은 이곳은 자연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편의시설이 오히려 차박이나 노지캠핑을 방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곳은 아무 것도 없어 자연 그대로를 즐겨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일몰 무렵 서해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차박객들의 여유가 한없이 부럽게 다가왔다.
이곳은 식당이나 카페, 그리고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부재해 오히려 자연 그 자체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차박지로서 안성맞춤이다. 검지손가락 손등같은 소나무숲을 일주할 수도 있다. 절반은 2차선 도로가 닦여져 있고, 절반은 1차선 시멘트 도로가 닦여져 있어 산책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다. 많이 오가는 차량도 없어 여유 즐기며 소나무 숲은 물론이고, 넓게 펼쳐진 해변과 갯벌을 보며 거닐 수 있어 잠시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차량이 바다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카스토퍼나 불가사리 같은 테트라포트 등 방파제든, 선착장이든 구조물을 아름답게 꾸미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바다와 잘 어울린다 생각해 왔는데 이곳 조금나루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은 선착장으로 가는 길목을 ‘무지개 도로’라고 부른다. 전체 두군데 조성돼 있다. 양옆으로 일정한 간격의 시멘트 구조물로 제작된 추락방지용 벽돌펜스가 모두 무지개색으로 설치돼 칼라풀한 색감이 한없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것이 드넓게 펼쳐진 바다 풍경과 조화돼 운치를 더한다.

더욱이 이곳은 건너편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어 일몰 풍경이 밋밋하지 않아 좋다. 조금나루 건너가 운남면 내리 신월항이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는 곳이 궁금해 일부러 짬을 내 운남면 신월항에 들렀다. 신월항은 아주 작은 포구다. 몇 가구 되지 않은 자연 촌락의 포구인 셈이다. 그런데 목줄을 하지 않은 사나운 개들이 차량을 쫓아오며 사납게 짖어대는 바람에 내리지도 못했다. 겨우 흐릿해 보이는 조금나루와 눈앞 거대한 풍력발전기만 조망하고 일몰 시간에 맞춰 조금나루로 다시 돌아왔다. 일몰시간이 오후 5시22분이었는데 10분 전에 돌아와 붉게 타들어가는 노을을 기다렸다. 하지만 출발할 때 예감이 적중했다. 해가 구름에 들어간 채 자취를 감춰 버렸다. 붉게 타들어가는 노을을 담기 위해 대기하던 필자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붉게 타들어가는 노을은 영접하지 못했지만 일몰 무렵의 바닷가 풍경이 다른 곳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워 충분히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진입로에 불타 전소된 차량이 한대 방치돼 있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조금나루로 드나드는 차량들의 사고 원인이 될 수 있어 지자체에서 하루 빨리 정리해주기를 바란다. 설치작품도 아닌데 방치해서야 될까 싶다. 조금나루의 이미지를 망가뜨릴까 걱정이 앞섰다.
조금나루에 들기 전 낙지공원에 들렀다. 채 3㎞도 떨어져 있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이다. 조금나루와 낙지공원 해안길은 서해랑길 23코스로 묶여져 있다. 일반 캠핑과 카라반에서 숙박하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높이 10m 규모의 낙지 조형물이 설치돼 안으로 들어가 정상(낙지 머리)으로 올라가면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고, 낙지 다리 조형물을 활용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신박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조망할 수 있는 유리창 모양을 해놓았으나 깨끗하지 않아 조망도, 사진 촬영도 제대로 하기는 어려웠다. 그게 옥의 티였다. 그러나 무인카페가 운영, 쉬어갈 수 있게 해놓아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모래사장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랗게 펼쳐져 있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번 조금나루 해변으로의 여정은 뜻밖의 행운을 누린 듯하다. 생각지도 못한 감흥을 통째로 선물받은 기분이 들어서다.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작은 항포구들이 즐비하다. 그만큼 노을 성지들이 많다. 그러나 조금나루는 독특적 지형과 소나무숲, 넓은 모래사장과 갯벌, 무지개 도로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져 필자에게 종합세트로 다가온 문득여행의 성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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