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힘’ 기르는 문학…작가들 권익 보호 온힘

[광주작가] 정양주 광주전남작가회의 신임 회장
회원·지부 간 소통, 젊은 피 수혈 위한 협업에 주력
올해 ‘오월문학제’ 확대·‘여름섬진강학교’ 내실 운영
"사회 발언은 책무…수용자와의 만남 늘릴 터" 밝혀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3년 03월 08일(수) 18:33
(2023년 3월 118호=정채경 기자)지역 문학단체인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최근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제16대 회장에 오른 화순 출신 정양주 시인이 주인공. 광주전남작가회의는 지난 1월28일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단일후보로 추천된 정 시인을 신임 회장으로 뽑았다.
그가 회장이 된 광주전남작가회의는 타 문학단체에 비해 순수문학에 몰두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포진해 있는 특징이 있다. 시와 소설, 아동문학, 평론 등 4개 분야 작가들이 주축, 350여 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뛰어난 문학적 역량을 토대로 문학사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기고 있는 이들을 대표하게 된 것.
지난달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난 정 신임 회장은 "문학적 역량이 부족한 제가 막중한 소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선배들의 업적에 누가 되지 않게 단체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작가회의 부회장 등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12월31일까지 2년간 작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활동 등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 회장은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전국에서 가장 거대한 지부로 실질적으로 한국작가회의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오월문학제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문학 전반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단체라고 설명했다. ‘작품 출판 빈도수’와 ‘판매부수’, ‘주요 문예지에서의 조명’이라는 측면에서 소속 작가들이 한국문학의 대표성을 띤다고도 했다. 광주전남작가회의의 전신인 광주전남민족문학협의회, 그 이전에는 한국자유실천문인협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만큼 민족의 통일과 민주화, 사회 약자들에 대한 관심 및 권익 보호 등을 중심 내용으로 문학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글을 쓰는 자세는 우리사회와 촉수가 연관돼 있기에 진보적 색채를 가질 수 밖에 없죠. 우리 사회의 현실, 그에 대한 발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회 변화에 있어 문인의 역할 즉 문학인으로서의 책무랄까요. 좋은 문학작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작품에 사회 현실이 직·간접적으로 잘 반영돼야 한다는 게 기저에 깔려 있는 거죠."
그는 이같은 단체의 고유 정체성을 살리면서 임기 동안 내실있게 단체를 꾸려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지역사회가 처한 문제 등에 예술인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나간다. 지역 여러 단체들과 연대해 중요 이슈에 대해 주도적으로 입장을 피력한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소통 및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길 계획이다. 주요 행사 참여 외에 회원 간 견해를 주고 받으며 문학적 담론 생산을 할 수 있는 장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인다는 것이다. 작가회의 지역 지부들과의 연대도 강화해나간다. 여수와 순천, 목포 지부 등과 유기적 관계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협력을 촉진, 작가회의의 문학적 역량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둔다.
작가회의의 주력 행사로 꼽을 수 있는 ‘오월문학제’와 ‘섬진강문학학교’ 운영에도 나선다. 오월문학제는 크게 걸개시화전과 작가대회 성격의 1박2일 행사로 구성된다. 당장은 한달간 5·18구묘역에서 이뤄지는 오월문학제 걸개시화전 준비에 착수한다. 부산 부마민주항쟁, 제주 4·3항쟁 등 각 지부마다 현재 맞닥뜨리거나 계승해야할 내용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을 모은다는 계획으로, 3월 초까지 원고를 청탁해 4월15일께 수합, 시화로 제작하기로 했다. 작가대회 성격의 1박2일 행사는 300여 명에 달하는 전국 문학인들이 한 곳에 모여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자리다. 올해는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까지 두루 참여해 각 지역 문학적 실천 내용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광주정신을 알리는 계기로 삼아 명실상부한 전국대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곡성군과 협업해 24회째 열릴 섬진강문학학교는 청소년들의 문학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문학 저변을 늘린다는 취지로 마련돼 왔다. 지속적으로 열려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팬층이 형성, 섬진강문화학교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롭게 개편한다.
"어느 지역에서도 300명 이상 작가들이 함께 모여서 토론하거나 1박2일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행사는 보기 힘들어요. 오월문학제는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뤄지기 힘든 행사죠. 섬진강문화학교는 자기 삶을 솔직하게 기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로 중요해요."
‘김남주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 회장

문인들이 작품을 쓰고 발표하는 게 가장 중요한 행위이기에 그동안 반년마다 발간해온 기관지 성격의 ‘광주·전남 작가’가 널리 배포될 수 있도록 노력할 복안이다.
총회·이사회를 비롯, 문학기행 등 주요 행사를 회원들의 회비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작가회의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재정기초를 탄탄히 해 나간다.
정 신임 회장이 지난달 11일 5·18구묘역에서 김남주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치른 ‘김남주 추모제’는 내년 30주기에 맞춰 서울과 광주, 해남 등 3곳에서 문학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며, 지난해 펼친 고(故) 송기숙 선생의 1주기 추모식에 이어 오는 12월께 심포지움 및 추모행사를 마련한다. 송기숙 추모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송기숙선생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와 함께 준비한 가운데 올해는 전남대 등 유관 기관을 확대해 작품세계를 심도있게 조명, 문학적 업적을 기릴 전망이다.
지난해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참여해 시인들의 작품을 수록하고 영문으로 번역해 국내외에 오월문학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올해도 시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로도 확대해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 무대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외에도 여러 문인을 조명한 문학축전과 시민대학 운영 등 각종 행사를 통해 지역 문학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10월께 야외에서는 ‘시산문한마당’을 열고 시민들이 자작시나 애송시를 낭독, 문학 수용자들과 만남을 갖는다.
여건이 마련되면 끊겼던 시창작, 소설창작 아카데미도 복원할 생각이다. 인구의 수명 늘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다. 삶을 반추하거나 세상에 대한 발언을 글로써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문학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문학을 매개로 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 문학 수용자들을 만나는 시간을 늘려나간다.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젊은작가포럼 등도 진행, 지역 젊은 작가 모임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두기로 했다.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문학의 위기라 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 말 자체를 하지 않을 정도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됐습니다.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창구인 문예지와 발표지 등은 상당히 늘어났으나 역설적으로 소통 구조는 약화된 상황이죠. 대표 콘텐츠가 영화, 웹툰 등으로 옮겨가면서 젊은 독자들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대적 상황도 이렇게 된 배경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텍스트, 기본이 되는 텍스트로서 문학의 중요성은 간과될 수 없죠."
그렇기에 문학 수용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확대해 예비 문인 및 젊은 문인들의 유입을 꾀한다.
끝으로 정 회장은 ‘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현대인들이 문학작품을 읽는 일은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 즉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행위라 할 수 있어요. 스스로를 지킬 뿐만 아니라 타인을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며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문학은 어느 시대에나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죠. 일상 속에서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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