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피해 최소화, 인간의 생존 문제와 직결”

[전남 농업이야기]김지수 전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전 세계 야생 식물 90%·식용 작물 75% 수분 담당
기상 여건 영향 개체수 지속 감소…면역 강화 시급
고품질 대용화분떡 개발…주요 질병 저감 효과 톡톡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9월 01일(일) 17:39
(2024년 8월 135호=이현규 기자)
꿀벌의 존재는 작물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꿀벌은 전 세계 야생 식물의 90%, 식용 작물 75%의 수분을 담당한다. 또 인간이 먹는 100대 농작물 중 71종 작물이 꿀벌을 통해 성장한다. 전남에서는 참외와 수박이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분을 꿀벌이 해야 수정률이 굉장히 높은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꿀벌만한 게 없어서다. 김지수 전남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 연구사는 자타공인 꿀벌 전문가다. 꿀벌 생태 파악을 통한 각종 연구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연구사로부터 꿀벌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주요 추진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022년 전국 양봉업자들에게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전국 벌통 268만7277개 중 41만3346개(15.38%)에서 집단 꿀벌 폐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의 피해가 컸다. 전남에서는 벌통 24만5084개 중 10만5894개(43.21%)의 벌통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광주(37.72%, 4만3990개 중 1만6593개), 전북(31.44%, 28만6616개 중 9만110개) 역시 피해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이 사건 이후에도 꿀벌 폐사로 인한 개체수 감소는 큰 문제로 여겨졌다. 꿀벌 개체수 감소 원인으로는 꿀벌응애의 약제 저항성 발달로 인한 방제 어려움 기상 여건의 급변화로 인한 겨울벌 양성과 관리 어려움 체계적 영양과 사양 관리의 어려움 등이 있다.
해결방안으로는 꿀벌의 면역력 증진 1순위로 꼽힌다. 그렇다면 면역력 증진을 위한 사양관리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한의학에는 먹는 음식이 약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말이 있다. 꿀벌이 자연에서 만들어내는 천연사료 벌밥(Bee bread)은 꿀벌 장에서 역류시킨 꿀에 함유된 장내의 유산균 군집에 의해 발효된다고 알려져 있고 무밀기에는 벌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사료인 대용화분떡을 공급해준다.
김지수 연구사는 지난 2019년 입사한 후 꿀벌의 장내 미생물총 분석을 시작으로 꿀벌사료인 대용화분떡 연구를 시작했다. 꿀벌의 장에서 유산균이 차지하는 비율은 59%에 달하며 유용미생물인 유산균은 항생물질 생산, 면역시스템 강화, 항암 작용, 비타민 생산, 정장작용 등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꿀벌의 장에서 분리한 유산균 2종을 첨가한 대용화분떡을 개발했고, 양봉농가와 연계해 꿀벌 급이효과 현장실증시험 등 내실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김 연구사는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인공사료인 대용화분떡에 천연 벌밥의 꿀벌 장내 유산균을 첨가해 고품질 대용화분떡을 개발했다”면서 “이로 인해 꿀벌의 주요 질병 저감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품질 대용화분떡을 꿀벌에 제공하면서 미국부저병 58.4%, 노제마병 21% 등 질병 감소 효과를 톡톡히 봤다. 화분떡의 총아미노산 함량 12% 증가, 꿀벌 급이시 시판제품 대비 섭취량 15% 증가, 일벌수 14% 증가, 수밀량 19% 증가 등의 효과도 누렸다. 이 밖에도 꿀벌응애 매개 주요 바이러스 질병 발생 봉군 감소와 식품공전미생물에 대한 항균 활성능력을 확인했다. 이 같은 효능으로 김 연구사는 지난 2022년 꿀벌장내미생물 균주 2종과 2023년 균주 2종을 첨가한 대용화분떡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실제 농가에서의 현장실증을 통해 고품질 대용화분떡에 대한 검증과 도내 업체 기술이전으로 산업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물론 처음부터 탄탄대로 행보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미생물 제재는 첨가량보다 보장 균수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김 연구사는 “미생물제제는 첨가량이 아닌 집락형성단위(Colony-forming unit, CFU)가 최종 함량을 결정하므로 초기 대용화분떡에 첨가할 미생물제제의 함유 균수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많았다”며 “미생물제제의 고농도 배양공정을 적용한 뒤 분말 제형화 과정을 통해 오염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고, 1.0X10^10cfu/g의 고농도로 전체 화분떡 부피의 1%만 첨가함으로써 최종 생산 단가를 낮춰 사용 농가의 비용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시판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또한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날개가 있는 꿀벌의 질병저감효과 검정 실험을 설계하는 것은 초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OECD 꿀벌독성시험 매뉴얼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꿀벌의 초기 유충부터 성충 우화까지 실내에서 적정 조건을 설정한 뒤 꿀벌 장내미생물 2종에 대한 질병저감효과를 검정했고, 이듬해 꿀벌 사료인 대용화분떡에 장내미생물 2종을 첨가해 야외 꿀벌 봉군 급이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끝마쳤다고 회상했다.
흔히 꿀벌은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월동을 나는 곤충이기에 크게 여름벌과 겨울벌로 구분할 수 있다. 월동을 나야하는 겨울벌은 수명이 150일 정도로 길며 움직임이 많을수록 그리고 체내 단백질이 적을수록 월동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 이에 일반 화분떡보다 단백질 함량이 12%까지 증가한 장내미생물 첨가 대용화분떡의 월동 성공률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소에서는 연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를 통해 양봉농가의 월동 봉군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 연구사는 “꿀벌은 질병에 감염되더라도 치료용 약제도 없고 약을 연구하는 기관도 부족한 실정이다”며 “그렇기에 전남농업기술원에서는 2년간 꿀벌의 생태에 따라 장내에서 8종의 유용 미생물을 분리했고 이를 활용한 친환경 약제 개발에 더욱 힘쓰며 대용화분떡 사료뿐만 아니라 사양액 혼합 급이 시 최적의 활성을 나타내는 약제 개발을 통해 사용자의 편의성 또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꿀벌 연구는 야외에서 이뤄져야 하기에 변수도 많고 해야 할 연구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을 통한 수분으로 생산되므로 이러한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하루빨리 꿀벌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대용화분떡 야외 급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김 연구사는 “날개를 가지고 있는 사회성 곤충 꿀벌 연구에 어려움이 많아 꿀벌의 생태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며 “고품질 대용화분떡 급이효과를 꿀벌의 생태에 따른 시기별로 세분화해 연구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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