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제73호=고선주 기자) 젊은 예술가를 만나는 일은 신선하다. 풋풋한 젊은 혈기와 만날 수 있고, 톡톡 튀는 사고를 접할 수 있다. 중견이나 원로만큼 작업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하나 당찬 예술가로서의 꿈을 안고 한 발 한 발 떼는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학업은 학업대로, 작업은 작업대로 소신을 가지고 펼쳐나가는 젊은 예술가가 있다. 주인공은 올 8월 전남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는 청년 설치예술가 김세진(한국청년문화예술인협회 이사)씨다.
현재 미술계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을 졸업해 사회로 나오는 젊은 예술가들이 창작을 선택하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취업이 어렵기는 하지만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창작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논문을 쓰면서 작업을 했고, 대학원 졸업도 앞두게 됐다. 이런 그를 만나기 위해 광주시 서구청 뒤 아시아창작스튜디오를 방문했다. 그가 이곳에 입주해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작업실에는 작업 재료들로 채워져 있어 공용으로 사용하는 휴게공간에서 그를 만나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업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남들은 모두 학년을 채우면 졸업해서 나가지만 그는 달랐다. 성에 차지 않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다시 3학년으로 내려가 학교를 다녔을 정도다. 이유는 졸업작품이 마음이 들지 않아서였다고 말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단아처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작품을 작품으로만 보여줄 게 아니라 작품은 물론, 글로도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술철학을 알려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위가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한다.
학업과 작업을 오가는 분주한 일정 속에 벌써 네번째 전시를 열었을 만큼 예술에 대한 열의가 높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꿈과 별, 봄의 언어가 읽힌다.
"꿈과 별, 봄이 현시대 청년의 코드랑 맞아요. 희망과 열정, 청춘 이야기를 작품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빙산이나 행성 등의 한 부분처럼 형상들을 만들죠. 안에 건물이나 광주, 세계를 콜라주 형식으로 작업을 하는 데 재료는 한지예요. 도시민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건데 밤하늘의 별처럼 보였고, 야경은 지상의 별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설치작업과 부조작업이 혼재된 양상을 보인다. 현재 작업에 대해 묻자 작품 ‘새벽의 봄’을 소개했다. ‘새벽의 봄’은 창을 열어놓고 어두운 도시, 새벽으로 노란 고래가 꽃잎을 뿌리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관람객들에게는 마치 창문을 열고 보는 것처럼 시각화했다고 한다. 구성은 다분히 동적이나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김세진 작가의 ‘꿈의 여정’과 ‘너에게 닿는 순간’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네차례의 전시를 들여다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첫번째 전시는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타이틀로 2014년 12월 아시아창작스튜디오 1층 지호갤러리에서 열렸는데 곤충이나 파충류 등의 형상을 조각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플라스틱 위에 이면지를 붙여 제작했다. 개미핥기나 도마뱀 같은 것으로 생소한 것들을 관람객들에게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어 두번째 개인전은 첫 개인전과 동일하게 2015년 10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또 세번째 개인전은 2017년 4월 무등갤러리에서 였다. ‘널기 좋은 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전시에서는 빨래 등을 설치해 선보였고, 지난 5월2일부터 8일까지 유스퀘어 금호갤러리에서 열린 네번째 개인전에서는 ‘꿈꾸며 빛나는 것들’을 타이틀로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시도했다. 성공하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이 아니라 삶이나 존재 자체가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큰 틀로 보자면 ‘생명존중사상’을 이야기했던 셈이다.
그도 똑같이 다른 젊은 예술가처럼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그 어려움을 견뎌가며 작품활동을 한다. 그러면서 전시를 열고 있는 것이다. 청년 예술가로서 힘든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요즘 사회가 포기를 조장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반짝 사라지는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사회구조상 보호해줘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체계가 너무 안좋다고 봐야죠. 일을 하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있지만 우리는 계약직도 없어요. 지원이 있더라도 일회적이에요. 젊은 작가들이 많이 힘들죠. 뜻이 있어도 펼칠 수가 없잖아요. 돈이 있어야 좋은 재료를 생각할 텐데 그런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작가들이 투잡이나 쓰리잡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자신과 같은 동일선상에 있는 친구나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특히 작업적으로 이 지역 화단에서 흔치 않게 종이로 엮은 ‘지끈’을 재료로 활용한 ‘꿈의 여정’은 주목받고 있다. 지끈으로 9m 크기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전시공간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향후 전체적으로 100m 크기의 작품을 구현해보고 싶은 꿈을 드러냈다. 풍선을 지끈으로 감아 놓은 뒤 풍선을 터트리면 지끈만 남게 돼 표현하고 싶은 둥그런 모양을 얻게 된다. 이 작품은 고래 꼬리에만 2500개의 풍선이 소요될 만큼 대작이었을 뿐 아니라 만만치 않은 노동력을 감내해야 했다.
여기다 작품들에서 색상으로는 주로 노란색을 구사한다. 그는 노란색이 봄이나 희망, 밝음,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공감의 작가’라고 대답했다.
"깊은 공감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품은 관람객들이 보는 것인데 전시를 하게 되면 그것은 제 작품이 아니죠. 우울한 시대이니 만큼 긍정적 삶의 길을 안내해주는 작품을 해볼 계획입니다."
그는 오는 7월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재 일호 갤러리에서 제5회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