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제77호=송대웅 기자)갑갑하고 비좁은 사무실 보다는 확 트인 산과 들이 더 좋았다. 길 을 걷다 시들시들 죽어가는 나무나 꽃을 보면 안타까웠고,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해 결국 싱싱하게 살려냈다. 김세진 광주생명의숲국민운동 사무처장(56)의 이야기다. 올해로 꼬박 18년째 자신과 함께 숲을 지켜줄 동지격인 ‘숲 해설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의 강의를 통해 숲 해설가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이들만도 500명이 넘는다. "이처럼 많은 동지가 있어 앞으로도 숲을 지켜 나가는 데 무서울 게 없다"는 김 사무처장을 만나 숲 해설가와 지역의 숲 등에 대해 들어봤다.

생명의숲국민운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죽어가는 숲을 되살려 건강한 숲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1998년 3월 창립한 ‘생명의 숲’은 시민사회가 산림을 가꾸기 위해 시작한 첫 번째 국민운동인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에서 시작됐다.
현재 전국적으로 14곳의 생명이 숲이 있고, 광주생명의 숲은 지난 2005년 10월에 창립했다.
△숲을 닮아가는 삶, 숲문화 운동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참여교육 운동 △숲과 공존하는 삶, 숲교육 운동 △건강한 도시공동체를 만드는 도시숲 운동 △숲과 함께 자라 는 아이들, 학교숲 운동 △숲을 통한 나눔, 사회복지숲 운 동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도시숲 정책 및 연대운동을 주로 추진하고 있다.

숲 해설가 양성에 힘쓰고 있는데 올바른 숲 해설은.
현재 숲 해설가는 전국적으로 1만여 명, 광주·전남지역 에는 5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 2002년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니 꼬박 18년째 숲 해설가 양성에 나서고 있다.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숲 해설가 대부분은 내 강의를 듣고 자격을 취득했다고 보면 된다. 숲 해설가는 숲의 생태와 역사 등을 시민들에게 설명하 고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일단 숲 해설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면 현장을 찾아 사전 답사를 진행한다. 또 숲 해설을 들을 사람들을 분석, 동료들과 함께 교재를 제작한다. 이 교재에는 단순한 지식전달 뿐만 아니라 자연관찰이나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된다. 특히 어린이 등 연령대를 고려한 접근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엔 시간과 계획이 정해지면 여기에 맞게 숲 해설을 한다. 일을 하면서 산림욕도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어 숲 해설가에게 근무환경은 최고의 장점이다. 또 다른 장점은 숲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이를 해설해 준다는 특성이 있어 일정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다른 분야로의 진출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01 율곡초등학교 환경인증 프로그램 '선조들의 환경지혜 창포이야기’수업 02 무등산 복원을 위한‘1187초록깃발 캠페인’발대식 03‘학교 숲을 가꾸기'사업의 하나로 방림초등학교 내 텃밭을 가꾸는 학생들

숲 해설가가 되기 위한 방법과 비전은 무엇인가.
숲 해설가가 되려면 생태와 환경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고 지식을 쌓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새롭게 만난 사람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은 큰 도움이 된다.
다른 교육과는 달리 그때그때 현장에서 만나는 동식물에 따라 교육내용이 달라지고, 체험내용도 달라질 수 있어 순발력과 판단력도 어느정도 필요하고 판단된다.
지난 1999년 국립자연휴양림과 국립수목원에 숲해설가가 등장한 이래 2007년부터는 정부가 인 정한 숲해설가 양성교육이 실시됐다. 또 ‘산림문화·휴양 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2년 산림교육전문가 양성기관이 지정돼 현재 30여 기관에서 숲해설가 전문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교육은 숲 해설가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산림청장이 인정한 교육기관은 내가 속한 생명의 숲을 비롯해 숲연구소, 숲해설가협회, 숲생태지도 자협회, 불교환경연대 등 민간 교육기관과 상지대학교 등이 있다.
숲 해설가 양성교육은 현장실습 30시간을 포함, 산림교육의 이해 등 산림생태학 식물의 이해, 야생동물의 이해, 곤충의 이해, 산림토양학, 숲생태학, 수서생태계, 인간관계학, 응급조치 등의 140시간의 교육과 숲 식생조사 등의 과제물, 개인도감 제작 등을 통해 전문가로 자격을 갖추는 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숲해설가는 대부분 기간계약을 통해 시간당 또는 해설 을 한 횟수로 임금을 받는다.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가 쉽 지 않기 때문에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지속적으로 숲과 자연에 대한 관 심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때 앞으로 숲 체험프로그램이 늘 어나고, 숲해설가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쉬운 점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 숲 해설가의 수에 비해 활동의 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숲 해설가로 활동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숲 해설, 나아가 학교 숲 운동 등의 활동을 하다 보면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이는 큰 행복으로 다가 온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여러 사람들이 숲 속 여행을 하 면서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한번 찾아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설을 들으러 숲을 찾아오는 탐방객을 만날 때면 더욱 보람을 느낀다. 또 집안에서 힘 든 일이 있다가도 현장에 나가면 모두 잊어버리고 좋은 기운을 받아 돌아올 수 있어 몸과 정신 모두 건강해지는 일 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등산에서 진행된 환경정화 활동 모습

노거수와 보호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내 특히 관심 가는 나무가 있다면.
광주에는 현재 11종 75주의 보호수가 있다. 동별로는 광산구가 24그루로 가장 많고 북·서구 각 15그루, 남구 11그루, 동구 10그루 순이다. 수종은 느티나무·왕버들나 무·은행나무·팽나무·소나무·테다송·떡갈나무·이팝나 무·굴참·회화·측백 등 11종이다. 이 가운데서 특히 관심가는 보호수는 이팝나무 보호수다. 이 수종은 굴참·회화·측백과 더불어 지역에서 1그루 만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로 남구 도금동에 있다.
이팝나무는 광주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죽은 자들의 저승길에 필요했던 양식이 밤이듯이, 산 자 들의 양식은 밤이다. 1980년 5월 항쟁 기간, 사람들은 주먹밥을 나눠 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보여줬다. 때문에 지금 도 80년 5월을 상징하는 나무는 자연스레 이팝나무로 귀결된다. 산자들이 항상 찾아가는 국립 5·18민주묘지 입 구의 가로수가 이팝나무이고, 시내 곳곳의 가로수 길이 이 팝나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팝나무의 본 모습은 5월 입하무렵에 피는 꽃이다. 한 창 만개한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들판에 쌓아놓은 ‘고 봉밥’처럼 보인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잎떨어지 는 큰키나무로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까지 잘 자라는 공 원수·풍치수이다. 멀리서 보면 초여름에 흰 눈을 덮고 있 는 풍경이다. 이팝나무는 입하쯤에 꽃을 피우는 나무이기 에 모내기철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도금마을에서는 이팝나무 꽃이 위쪽부터 피면 모를 일찍 낸 논들에 풍년이 들고, 아래쪽부터 피면 모를 늦게 낸 논들에 풍년이 들고, 꽃들이 전체적으로 만개를 하면 모든 논들에 풍년이 든다 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팝나무에 꽃이 만발해 별 나게 희면 그해의 벼농사는 대풍이 드는 조짐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도심 난개발로 숲이 제 기능을 잃고 있다. 지역의 현실을 밝혀달라.
전국적으로 비슷하지만 광주의 경우 특히 재개발 사업 이 곳곳에서 이뤄져 숲이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 특히, 정 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 등은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숲을 더욱 빠르게 없애는 단초가 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 보존 등에 소극적인 공공기관의 행태도 개 선이 시급하다.

광주·전남지역민들께 한 말씀 한다면.
인간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즉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 정도로 인식해야 한다.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생활반경이 줄어들고, 심지어 존재 가능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그런 거창한 사업이 아닌, 시민들이 스스로 환경정화, 나무 심기 등 자발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