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으로 그린 산수화 상처의 재해석

[신문화탐색] 불혹 넘어 첫 전시 연 조각가 최용석
첫 개인전 화단 주목 속 예술의거리 갤러리S서 성료
미디어아트 결합 옛 조각 방식 고수 ‘메탈 산수’ 눈길
인테리어 경험 십분 활용…주제 극대화하는데 치중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1월 01일(수) 18:05
(2019년 12월호=고선주 기자) "유년 시절부터 혼자 미술대회에 나가곤 했죠. 저희 부 친께서는 예술하면 생업에 문제 생길까봐 미술하는 것을 반대했어요. 그런 아버지인데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 친께서 철물점을 운영했는데 공구 등을 접한 것이 훗날 작 업에 많은 영감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미술을 반대한 장본인도, 자신이 미술을 할 수 있도록 한 계기도 부친이었다. 아버지는 미술을 반대했지만 그 아 버지가 운영하던 철물점 때문에 미술의 길을 찾아서다. 애 초 회화를 했으나 조각으로 장르를 바꿨다. 정확하게 표현 하자면 자기 자신이 하고 싶었던 길로 방향을 튼 것이다. 주인공은 조각으로 산수화를 그리고 있는 최용석 작가. 그 에게 올해는 의미깊은 한해가 됐다. 마흔을 넘은 나이에 늦깎이로 첫 개인전을 열어서다. 마 흔 둘의 나이를 맞은 그가 10월17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 거리 갤러리S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의 전시는 애 초 10월23일까지였으나 31일까지 연장돼 진행됐다. 전시 를 위해 1년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그의 첫 개인 전시는 조각의 옛 기법을 버리지 않고 자 기만의 방식으로 승화, 거기다 미디어플레이를 가미해 새 로운 형태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독특하다. 기 계에 의존하지 않고 산소로 불을 녹여 하는 방식을 고수하 고 있다. 특히 그의 작업은 기존 조각 방식과 미디어아트가 콜라 보가 된 형식이 두드러진다. 여기다 미디어 외에 LED 조 명이나 광아트까지 결합돼 있다. 이 콜라보 작업은 손수 독학으로 익힌 것들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이런 작업 기법을 투영해 완성한 작품 총 16점 을 출품했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가 루 이스 브루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 ‘마망’을 재해 석해 거미를 크게 표현한 ‘파파’ 등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의 작품들은 조각 기법으로 동양적 산수화를 구현한 ‘메탈 (metal) 산수’로 이해하면 된다. 이처럼 조각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가운 데 옛 조각 방식을 고수, 독특한 접근을 이루고 있는 작가 의 전시가 이토록 늦어진데는 생계를 위해 인테리어 쪽에 치중해서다. 물론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화단과 교류를 끊 어버린 것은 아니다. 청동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정기전에는 작품을 출품해 작가로서의 명맥을 지속했다. 그 는 대학 때 회화를 전공했지만 조각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 졸업작품전을 조각으로 대신했다.
워낙 조각에 대한 애 정이 많아 차마 조각을 놓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더욱이 부친이 양동시장에서 철물점을 운영해 유년시절부터 조 각의 재료가 된 철물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성장한 것도 한 요인이 됐다.
2019년 10월17일부터 31이띾지 열린 첫 개인전 모습
그는 각박하고 경쟁이 치열한 현시대에 인간이 받는 상 처를 찾아내는데 힘쓴다. 타인과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성 에 주목하는 이유다. 현시대 사람들과 사람들의 사이에 파 생되는 관계를 주시한다. 이 관계 속에서 상처들이 발생하 는 것으로 인식한다. 자신이 주목한 것들을 스틸과 불로 표현한다. 불로 녹여 흔적이나 자국을 타인이 받은 상처로 표현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인간이 받는 상처를 찾아내 이 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상처의 흔적들을 디 테일하게 표현하면서 공간감이 다른 유사 작품들에 비해 탁월하게 도드라지는 편이다. "상처는 남지만 인간은 망각하죠. 인간이 망각하기 때 문에 살지만 흔적은 남죠. 저는 이를 인테리어에서의 경험 을 십분 살려 표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작품이 입체적으 로 표현된 이면에는 인테리어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 다. 인테리어라고 하는 사회적 경험이 뒷받침돼 공간감이 요구되는 제 작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의 작업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산소로 녹이는데 대다수 레이저로 따버리는 것이 오늘날 작업흐 름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옛 방식을 버리지 않고 수 작업을 고수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구현한다. 첫 전시에 대한 소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작업노트를 통헤 “메탈과 불의 물성의 변화를 모 색한 작업으로 불의 온도와 세기에 따라 의도하지 않게 변 하는 메탈이 지금 현재의 우리들의 사회적 관계와 해석해 보았다.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 서있는 예측할 수 없는 타 인과의 관계성에 상처받은 우리의 모습들이 마치 막막한 검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로 동양의 미적으로 메탈 산 수화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또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다시 할 수 있게 돼 좋다. 생계적인 면이 힘들었지만 작업으로부터 얻는 기쁨 과 행복이 컸다.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남고 더 좋은 작품 을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가 지향하는 담론은 조각이 서구적인데 한국적 미감으로 표현, 산수화를 고전적 방식에 가두지 않고 미디 어와 미디어, 그리고 빛으로 재표현해 시대의 흐름에 따르 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맵핑(mapping) 작업을 통해 또 다른 느낌이 나오도록 하겠다는 복안을 들려줬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만 언급한 것은 아니다. 갈수록 그 층이 약화돼 가는 조각의 현실에 대해 잊지 않았다. “지역 대학교의 미술대학에 조각과가 네군데 있지만 조 소과가 있는 곳은 전남대 뿐이어서 제일 많이 아쉽습니다. 순수미술이 자꾸 축소돼 이런 상황에서 조각을 한다는 것 이 힘들 수 밖에 없죠.” 작가는 추후 이번 전시를 보완해 담고 싶은 주제를 극대 화하는 데 치중할 각오다. 그가 오랜 휴지기를 걷어내고, 개인 전시를 여는 등 활기차게 출발한 만큼 향후 어떤 작 품 세계를 구축해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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