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제86호=정채경 기자)한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초 나주시는 한옥 보조금 지원 대상 지역을 기존 읍성권 전통한옥지구 및 한옥마을 관내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강진군은 한옥을 활용한 전통문화 체험에 나섰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 등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한옥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으며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움, 자연친회적인 분위기 등을 한껏 느낄 수 있어서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물론, 생활 속에서 지난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가운데 광주지역에 한옥을 개조한 복합문화공간들이 속속 문을 열고 운영에 들어가 주목된다. 전통가옥을 현대적으로 해석, 각각 색다른 콘셉트를 반영해 문화 거점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들 한옥이 어디까지 진화할 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대표 한옥 공간들을 정리, 소개한다.

한옥의 결 살린 전시장 ‘예술공간 집’
예술공간 집(동구 제봉로 130번길)은 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로 활동한 바 있는 문희영 대표가 중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거주했던 곳이다.
동구 구도심에 자리한 50년 된 한옥을 지난 2017년 11월 친정어머니를 설득해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삶의 냄새가 짙게 베인 한옥에 새롭게 예술이 자리하는 집이란 의미로 예술공간 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시공간은 한옥의 상징인 서까래를 살려낸 안채에 들어서고, 마당 한 켠에 자리한 작은 창고는 커피와 차를 만드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한옥 내부로 들어가면 아늑하면서 따뜻한 온기가 와닿는다.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별개로 공간을 느낄 수 있는 나름의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오래된 한옥의 운치를 담으면서 전시공간이라는 기능에 충실한데다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아트 클래스와 세미나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의 성격을 띈다.
개관기념전 ‘다시 호흡하는 시간’을 시작으로 예술에 대한 소신과 철학, 지역성에 기반을 둔 작가섭외와 기획 등을 통해 다양한 전시회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사진전문 전시관 ‘갤러리혜윰’
장동 로터리 옆에 자리잡은 갤러리혜윰(동구 장동로 1-6)은 골프선수 신지애와 그의 부친이자 사진작가인 신제섭씨가 함께 만든 공간이다.
다큐사진을 찍는 신씨는 소수민족의 삶과 가치에 천착해 왔다. 신씨는 평소 중국 묘족과 티벳, 베트남, 미얀마 등 소수민족들을 찾아 그들의 문화를 앵글에 담았다. 기계화·다원화된 사회 속 소수민족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기 전 기록으로 남겨 두자는 취지에서다. 더 많은 사진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목적으로 갤러리혜윰의 문을 열게 됐다.
핫플레이스들로 가득 채워지기 전부터 동명동을 지켜온 민한의원 옆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담이 없어 탁 트인 마당을 지닌 한옥이 맞아준다.
지역에 사진전문 갤러리가 없던 2018년 문을 열어 주목받은 이곳은 지은 지 50년이 넘은 아담한 한옥을 개조, 28평 규모의 내부에 3개 전시실 공간으로 이뤄져있다.
사진·공예 전문 갤러리를 표방하며, 이 지역 사진·공예인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구본창과 이창수, 이정록 작가가 참여한 ‘물, 생명을 품다’라는 타이틀의 개관기념전을 시작으로, 박찬호 사진전과 이수철 사진전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스몰웨딩 정착 ‘해담헌’
‘한옥카페’로 알려진 해담헌(남구 사직안길 29)은 남구 사동에 자리해 도심 속 한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맞은편에 마련된 주차장을 지나 단단한 나무 문을 열면 운치있는 마당이 펼쳐진다. 바닥의 돌을 밟으며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한옥을 마주할 수 있다.
한옥 내부는 바깥에서 본 한옥과 달리 한옥의 고즈넉 함을 살리면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도록 리모델링돼 있다. 화려하게 빛나는 샹들리에와 대리석 테이블, 검은 자개농 등 다양한 소품들로 가득차 있다. 한켠에는 전통 혼례용품들이 디스플레이 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공간 대관이 가능해 한옥 안쪽에 마련된 다도실과 다이닝룸 등도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커피와 에이드, 티, 쥬스, 오픈샌드위치 등이 마련돼 있어 마당 왼쪽 하얀 건물에서 주문한 뒤 각종 식음료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웨딩업에 20년째 종사한 임현정 사회적기업 ‘신부넷’ 대표가 운영 중이다. 결혼을 주제로 전통 혼례와 아시아 혼례 문화를 알리기 위한 음악회, 지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혼례 체험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혼남녀들을 대상으로 음악과 음식 등 문화적인 주제로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도심 속 별장 ‘오가헌’
광주 동구 금남로 4가에 위치한 오가헌(동구 구성로194번길 24)은 160여년의 역사를 지닌 호텔이다.
오가헌의 본채는 1864년 지어진 고택으로, 두번째 주인이던 고(故) 최남주씨(최초 건립자인 최원택씨의 아들)는 당시 영화제작과 출판 등 문화활동을 활발히 벌여 1930년대 조선영화주식회사를 설립, 영화 ‘무정’을 제작한 인물이다.
이 영화가 광주극장에서 개봉할 당시 당대 영화배우 한은진과 문예봉 등이 광주를 방문, 오가헌을 찾았다고 한다. 1938년 최씨의 초청으로, 광주에서 강연회를 가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생이 이 집에 묵기도 했다.
3대 가문, 7대에 이르는 집주인과 인연을 맺은 이곳은 2009년 오순옥 대표가 한옥호텔 겸 전통문화공간으로 변경, 운영 중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지나 걷다보면 오가헌에 도착할 수 있다. 파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택의 오래된 창문과 툇마루, 장독이 어우러져 멋스러운 경관을 자아낸다.
‘ㄷ’자 구조로 길게 이어진 한옥의 통로를 지나면 500평의 넓은 잔디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잘 관리된 마당에는 수백년된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태산목, 석류나무, 무화과 나무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변을 둘러싼 오피스텔 및 빌딩과 대조를 이룬다.
전통한옥의 멋을 살리면서 세련미와 편안함을 추구해 모던함이 묻어난다. 야외에서는 전통혼례식과 축하모임,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리며, 한옥홀에서는 운치있는 음악회와 소규모 영화상영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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