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제86호=사진 집단 카이로스) 그곳에 살아보지 않은, 그리고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겐 발 아래 삼학도 넘실거리는 파도까지도 손에 잡힐 듯한 그 동네가 ‘전망좋은 곳’ 정도로 보일 수 있겠다. 적어도, 한 번 만이라도 발을 들여놓아본 이라면, 유달산 아래 바윗자락에 터를 잡고 수 백 계단을 올라 삶을 이어갔을 주민들의 몹시 쓰고도 진한 체취가 아직도 가득함을 알 수 있으리라.

이제 거의 대부분의 집을 지키는 이들은 나이든 어르신들뿐….

목포가 개항 후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릴 때도, 한 때의 영화를 뒤로 하고 쇠락하던 때도, 다시 개발과 부흥의 뱃고동소리가 울려퍼지는 지금까지도, 유달동과 서산동 일대 주민들은 그 모습 그대로 살았고, 살고 있다. 목포항의 성쇠를 묵묵히 뒷받침했을 서민들이 사는 이곳, 바윗자락 따라 다닥다닥 붙여 지은 집은 좁다는 표현도 부족하고, 사람들은 그것도 부족해 대문간 위에 방을 얹어 바람만 막고 겨우 살았다. 수백 개의 계단은 물지게, 연탄지게 지고 오르던 발길에 닳고 닳았고, 골목은 그 시절의 애환이 촛농 녹아 쌓이듯 그대로다.

지붕들은 한결같이 닮았다. 마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비슷하듯…

60년 구멍가게 인생의 할머니 지팡이도, 40년 부두노동자로 살아온 할아버지의 짙은 그림자도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목포 산동네. 이제 물질이 풍요로워짐에 젊은이들은 거의 떠나고 세월의 딱지가 무거운 이들만 남은 동네. 사람 사는 집보다 빈 집이 더 많은 늙은 동네. 뒤편 유달산 위 화려한 케이블카 아래 적막한 산동네의 부활은 가능할까? 조만간 재생의 삽을 들이댈 것 같은 이곳 산동네의 내일 모습은 어떻게 될까? 그곳을 지키는 이들의 삶과 역사는 또 어찌될까? 자못 궁금하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