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골, 그 긴 세월을 전라도의 한 만큼이나 깊게 파인 속살을 드러낸 채 썰물과 밀물 사이에서 바다와 하늘의 혼을 수혈하고 있다. 혈관으로 들어온 혼들이 심장을 가득 채우면 삶의 터로 돌아가 그 터의 주인들에게 담아온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누구에게는 밥이 되고, 누구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구에게는 휴식이 돼 주는 고마움의 깊이이다. 자연에서 얻은 감탄이 크면 클수록 에너지의 투명도와 크기도 그에 비례할 것이다. 그만큼의 만족으로 그 긴 세월의 한을 위로해주며 깊어갔으리라.
갯강의 마법을 보려면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알고 때를 알면 삶이 더 가벼운 것처럼. 시간 차가 보여주는 갯강의 매력에는 그 가벼움이 주는 자유로움이 있다. ‘인생은 타이밍’, 역시 명언이다. 그 갯강의 매력을 느끼는 또 다른 방법, 장노출 사진이다. 장노출 사진은 썰물에서 밀물까지와 밀물에서 썰물까지가 그 느낌이 다르다.
비움에서 채움까지와 채움에서 비움까지가 다르듯이. 있음과 없음이 결국 같다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갯강 장노출 사진의 매력이다. 밀물 때보다 썰물 때의 장노출 사진이 더 마음에 든다.
채움에서 비움으로 가는 인생이 더 큰 울림을 주듯이 썰물 때의 장노출 사진이 대비가 강해서 더 큰 울림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갯강에는 아직 눈 못 뜬 칠면초들이 시나브로 그들의 본색을 드러낸다. 갯골로 들어왔다 나가면서 수혈한 바닷물을 반가움 삼아 갯벌에 드러누운 붉은 고래로 자란다. 깊고 넓은 바다로 나갈 꿈을 키우며 점점 붉어간다. 칠면초의 붉은 색은 처음 건너온 지중해의 향기가 이러했을 것이다. 저 어린 녀석들이 통통해지도록 햇살에, 바람에, 파도에 온몸을 적셨다

말렸다 하는 모습이 우리네 삶 같다. 붉음이 극에 달하는 가을이 되면 어린 고래의 꿈도 영글 것이다.
칠면초. 생장 초기에는 녹색을 띠지만 갈수록 점점 붉어진다. 바닷가 갯벌이나 염분이 많은 땅에서 군락을 이루고 사는 한해살이풀. 줄기는 가지를 많이 치며 약 15~50 cm 정도로 자란다. 줄기에 방망이처럼 생긴 잎이 어긋나게 달린다. 꽃은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걸쳐 녹색으로 피며 점차 자주색으로 바뀐다. 어린 순을 식용한다. 유사 식물로 나문재, 해홍나물 등이 있다. 흔히 함초로도 불리지만 서로 다른 식물이고, 섞여 자라기도 한다. 전라도에선 순천만, 영광 해안, 신안 증도 등이 유명하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