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제88호=정채경 기자)예로부터 동구 궁동 예술의거리는 각종 갤러리와 예술인들의 작업실이 모여있어 이름처럼 ‘예술이 깃든 거리’로 여겨져 왔다. 도심 공동화로 상권이 쇠퇴하고,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여럿 생겨나면서 그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곳은 예술인들의 터전이자 작품관을 펼치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이런 가운데 예술의거리에 힘을 보태는 공간이 더해졌다. 옛 백제화랑과 미팜액자가 있던 건물을 증축해 지난해 12월10일 문을 연 갤러리카페 ‘관선재’(觀善齋·동구 중앙로 196번길)가 그곳이다.
갤러리 운영은 박창열 대표와 서예가 보정 이동진 부부가 맡고 있다.
이 작가는 학정 이돈흥 선생의 오랜 제자다. 전남대를 졸업한 뒤 원광대 대학원에서 미술학을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쯔쿠바국립대에서 예술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기념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궁동 토박인 이 작가는 궁동에서 나고 자랐다. 학창시절과 대학교 재학 당시 전일빌딩(현재 전일빌딩245)에 자리한 서실을 다녔다고 한다.
예술의거리가 특화거리로 지정된 이후 더욱 큰 애착을 가지게 됐다는 그는 오래 전부터 예술인들이 모이는 공간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오다 7년 전 매입한 곳에 실현하게 됐다. 30년 넘게 한 길을 걸으며,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작품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들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이 이같은 갤러리 카페로 발현된 것이다.
"예술의거리가 살아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광주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거리가 상업적인 데 그쳐선 안된다고 판단했죠. 갤러리 운영에 앞서 불황이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코로나19까지 겹쳐 버렸네요.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을 찾는 분들이 늘어나 보람을 느낍니다."

관선재 2층 전시장 전경

‘관선재’는 ‘선한 것을 바라보는 집’이라는 의미로, 학정 선생의 제자인 취석 박원해 서예가가 지어줬다고 한다. 이름에는 선한 사람들이 들고 나며 작품의 진정성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 담겼다. 선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는 한편, 예술가가 진리를 찾기 위해 작품을 하는 과정, 도의 경지에 다가기 위한 행위로 이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건물을 증개축했다.
미로센터 맞은편에 자리하는 데다 붉은 벽돌과 통유리로 지어져 눈에 띈다.
1층은 유유자적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유유담, 2층은 50평 규모의 갤러리로 꾸며졌다. 3층과 4층은 세미나 등 다목적 공간이다. 1층에 들어서면 고가구와 소박한 자기 등 다양한 소품들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다. 건물 뒷편은 주차장과 연결되는 야외테라스가 마련돼 있고, 대나무가 심어져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현재 전남 곡성 옥과면에 거주 중인 부부가 직접 가져다 심은 것들이다. 창 하나, 공간 하나 음과 양의 조화를 생각하며 건물 곳곳을 구성, 14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이들 부부의 손길이 묻지 않은 곳이 없는 셈이다.
전시는 1, 2층에서 이뤄지며, 일주일간 진행한다. 화요일에 시작해 월요일에 끝난다. 대개 갤러리들이 오후 6시면 문을 닫지만 이곳은 카페를 통과해야 전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여서 카페가 끝나는 밤 시간까지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시는 대관 위주로 치러지며, 단체전과 개인전 등도 초대전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개관한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광주지역 작가 38명이 참여한 개관전 ‘경계를 넘어서서’를 시작으로, 광주전남수채화협회초대전, 서양화가 박동신 작가 개인전, 수채화가 김종안 작가 개인전, 초대전 ‘한여름밤의 꿈’ 등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최근 들어 작가들의 전시를 본 뒤 작품의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귀뜸이다. 아무래도 호수가 큰 작품은 비싸서 엄두를 못내는 것 같아 3주 동안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들로 소품전을 기획 중이다. 이렇듯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바로 반영할 복안이다.

1층에는 카페 유유담과 캘리그라피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박창열 대표는 이곳이 여러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돼 살롱처럼 인문학, 예술, 철학이 더해지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밝힌다. 전업 작가나 취미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 예술에 관심을 지닌 이들 모두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향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 가야죠. 카페에 와서 차를 마시거나, 전시를 보러 이곳을 찾는 분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해요. 앞으로 갤러리와 카페가 예술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박 대표는 새싹이 고개를 들 때는 잘 모르다가 시간이 지나고 크다 보면 어떤 식물인지 알게 되듯, 관선재가 자연스럽게 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한다는 설명을 더했다. 의도를 갖고 특정한 길을 인위적으로 가기보다는 본성과 건물이 어우러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예술인, 시민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며 제 자리를 찾아 함께 성장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잊지 않았다.
향후 이곳에서는 문화예술교육사와 예술강사 활동을 한 이동진 작가가 캘리그라피와 서예 등 소규모 아트클래스나 미술강좌, 인문학 강의를 운영할 생각이다. 옥상 공간을 이용해 소품이나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고려 중이다. 저녁 시간에는 와인도 맛볼 수 있을 예정이다.
관선재가 앞으로 예술의거리에서 시민들과 역할을 해나갈지 기대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