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되살려 삶을 보다 진솔하게 만들어가야

[대담] 글쓰는 철학자 강성률 광주교대 교수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학문’이 철학 전공 선택 계기
철학서 15권 등 총 19권 쉼없이 사유하며 글쓰기 집중
36년간 교직 퇴임 앞둬…퇴직 이후 연구·집필 계획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0년 08월 30일(일) 17:31
(2020년 9월호 제88호=김인수 기자)광주교육대학교 강성률 교수는 대학 교수이자 철학자이며 소설가다. 전남 영광 출생으로 전남대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및 옴부즈만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또 소설가(한국문인협회 회원)로 등단해 활동 중이며, 풍향학술상,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철학도서 15권과 문학작품 4권 등 총 19권이 있다.
올해 그는 광주교육대학교에서의 32년 6개월 기간을 포함해 36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퇴직 이후에도 현직에서와 똑같이 연구하고 집필할 계획이라는 강 교수를 만나 철학과 교육, 소설,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철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중·고등학교 시절 유난히 별이 총총한 농촌의 여름밤하늘을 쳐다보며 상념에 잠기곤 했다. 이 우주가 얼마나 크고 그 끝이 있는지 없는지, 이 광대한 우주 안에서 나란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고향마을 밭배미에서는 앞산과 교회가 보였는데, 돌아가신 백부님이 묻혀 있는 앞산 쪽을 보면서는 왜 사람은 죽어야 하는지,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했고, 교회를 보면서는 ‘어떻게 살아야 천국에 갈 수 있는지’ 궁리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 이미 철학과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국립 종합대학으로 지역의 거점대학 역할을 담당했던 전남대는 당시 계열별 모집을 하던 터라, 저는 일단 문리과대학 문학부에 지원했다. 그리고 1년 후 (제가 알기로) ‘유일하게’ 스스로 자원한 학생으로 철학과 2학년으로 진학했다. 학군장교로 군 복무를 마칠 무렵, 대부분의 동기생들은 대기업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대학원에 진학했다. 철학과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1988년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임명을 받았다. 이후 올해까지 한 대학에서 33년째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대학교수이자 글 쓰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 관련 철학서를 꾸준히 집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사실 어렸을 적 꿈은 작가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문학은 허구’(fiction, 픽션)라는 국어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꿈이 바뀌었다. ‘허구’를 거짓말로 잘못 이해하고,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학문’이라는 철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돌아보면, 사춘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우주와 인간, 죽음 등에 대한 물음에 학교는 답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물음은 영어 단어보다, 수학 공식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청소년들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철학은 어른이 돼 시작하는 게 아니고, 청소년 때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일찍 시작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 때부터 철학을 가르치는 이유다.

집필한 저서가 우수 도서나 인문과학 베스트셀러 등으로 선정됐는데.
집필한 20권의 철학도서 가운데 거의 모두가 나름대로 평가를 받았다. 가장 먼저 나온 ‘철학의 세계’(한울 刊)는 당시 중앙일보 문화면을 다 덮을 정도로 대서특필됐다. 철학자들의 삶과 에피소드를 다룬 ‘2500년간의 고독과 자유’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1996년 인문과학 분야 베스트셀러가 됐다.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평단 刊)는 ‘2009년 아침독서운동 추천도서’로 선정됐고,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에 대표적인 해설서로 전문 등재됐다.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평단 刊)는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도서’로서 역시 네이버에 대표적인 해설서로 전문 등재됐으며, 2015년 베트남 언어로 번역, 출판됐다.
또 ‘철학스캔들’은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선정 ‘2010년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이 됐고, ‘위대한 철학자들은 철학적으로 살았을까’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대표적인 해설서로 전문 등재됐다. ‘이야기 동양철학사’(살림 刊)는 ‘2014년 한국연구재단 사후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동양 철학사를 보다’(리베르스쿨 刊)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4년 우수출판 콘텐츠제작지원’ 도서에 당선됐다.
‘칸트, 근세철학을 완성하다’(글라이더 刊)는 2017년도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로 선정됐고, 올해 출판된 ‘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글로벌콘텐츠 刊)는 2020년 7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교양부분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역시 올해 출간된 ‘철학의 세계’(형설 刊) 개정판은 형설-KBS 미디어평생교육원(상암동)의 철학교재로 채택돼 25분용 총 30강의 동영상 제작을 마치고, 현재 편집 작업 중이다.

인문학이 결핍되고, 물질 만능의 시대다. 철학자로서 어떻게 진단하는가.
인문과학 또는 인문학(人文學)이란 인간의 문화, 가치, 자기표현 능력, 사상과 문화 등 인간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다른 학문들이 주로 경험적인 접근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인문학은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보통 철학과 역사, 문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학문 가운데 인간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공학은 인간을 위한 집을 짓고, 다리를 놓고,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든다. 의학은 인간의 몸과 마음, 그 가운데에서도 몸을 주 대상으로 삼는다. 음악이나 미술, 체육 역시 그 지향점은 결국 ‘인간’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본질로 돌아와야 한다. 무엇이 인간 삶의 진정한 가치이고, 무엇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하는지 반성해야 할 때다. 오직 그것만이 우리 모두를, 인류를 살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인문학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인문학을 되살려 인간 삶을 보다 진실하고, 선하며, 아름답게 만드는 한편,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창조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문 철학서 외에 소설가로 활동도 하시는데.
30년 이상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건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철학은 이 세계와 우주 전체, 모든 사물과 인간, 심지어 사후(死後)의 세계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다. 때문에 그 이론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니,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삶, 실패와 좌절, 고통과 아픔, 사랑과 기쁨, 슬픔과 노여움 등등,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문학’이 있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꿈이기도 한 문학으로 다시 돌아왔다.
강성률 교수는 2009년 전남문인협회 주관 단편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가로 등단했고, 이어 미주한국 기독교문학신인상(2010), 국제문예 문학신인상, 사르트르 문학우수상(이상 2011년) 등을 수상하면서 한국문인협회 정회원(소설가)이 됐으며, 지금까지 장편소설 5권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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