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제89호=고선주 기자)미술관은 단순히 미술작품만 선보이는 공간이 아니다. 그 일대 주민들의 문화 소외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고, 미술 향유를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북돋우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최근 미술관들은 주민들의 문화사랑방이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미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련 체험을 제공하면서 문화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광주와 전남 소재 각 1곳씩의 미술관이 개관 20주년과 10주년을 맞았다. 전남 고흥 소재 도화헌미술관이 20주년을 맞았고, 광주 은암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 역시 열악한 여건을 극복해가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미술관이 어떠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가를 들여다 봤다. 개관 기념전을 중심으로 이들 미술관의 발자취를 정리, 소개한다.

전남 고흥 도화헌미술관
"값비싼 그림들을 매달 전시해 소개할 수 있어 감사하고, 이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행복
합니다. 다만 여건이 좋지 않아 전시를 여는 화가들에게 엽서나 접이식 도록 밖에 제공하지 못해 늘 아쉽죠."
1995년 폐교한 도화초등학교 단장분교를 개조해 2000년에 미술관으로 새롭게 개관, 현재에 이르고 있는 고흥 도화헌미술관의 박성환 관장이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박 관장은 지금은 남포미술관과 연홍도미술관까지 고흥지역에 3곳의 미술관이 들어서 있지만 처음에는 도화헌
미술관이 유일하게 고흥지역 미술관이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시기획의 소중함을 언급했다.
"20주년의 가치나 의미를 굳이 찾자면 아마 매달 전시기획을 해왔다는 점일 겁니다. 주로 개인전 작가들을 섭외할 때가 많죠. 이곳이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전시 일정이 모두 잡혀져 있을 정도예요. 고흥에 와서 힐링도 하고, 전시도 보고 하는 사람들은 도화헌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둘러보곤 하는 것 같아요. 편안하게 전시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왔죠."
지난 20년 동안 도화헌 미술관에는 그림을 그리고, 도예 체험 및 천연염색을 하는 등 미술체험을 위해 찾은 학
생들까지 포함해 대략 20여 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천연염색 프로그램은 아내인 천연염색전문가 김혜경씨가 도맡아 진행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도화헌미술관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10여 년 동안 운영했다. 박 관장은 지난 20년의 역사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로 꼽았다.
"외국 작가 2명과 국내 작가 30명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쳐갔습니다. 저희 미술관에는 전시공간 3곳과 작업실 3개룸이 있어 레시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가 있어요. 입주작가가 전시가 끝난 뒤 나가면 다시 작가 3명을 입주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죠. 코로나19 등 여건 악화로 멈춰 섰지만 이후 다시 여건이 허용되면 운영할 겁니다."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획초대전은 ‘도화헌 20주년-20이산(移山)’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9월1일 개막됐다. 오는 10월30일까지 평면과 입체 등 51명의 51점이 출품된 가운데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전시 주제로 진행한다.
박 관장은 마지막으로 20주년 포부치고는 다소 소박한 계획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전시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지역민과 관람객들에게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각각 자리매김해 온 만큼 앞으로도 이를 실현하는 데 주력할까 합니다. 다른 거창한 큰 꿈이 있다기보다는 전시회를 꾸준히 열면서 좋은 작가들을 많이 섭외해 소개하는데 당분간 주력할 생각입니다."

광주 은암미술관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은 2010년 6월 개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수준높고 다채로운 문화향유와 가치 경험을 모토로 문을 열었다. 공공미술관으로서 대중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미술의 공공성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시는 물론이고 각종 교육과 체험 프로 및 계림동 레지던스 운영 등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가져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35여 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
개관 10주년 기념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지역교류전으로 마련, 지난 8월27일부터 9월26일까지 ‘역설과 반전’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했다.
그동안 은암미술관은 도심 속 다른 미술관이나 갤러리들과 병존하면서 족적이 굵은 기획 전시를 열어왔다.
2010년 개관 해에는 6월18일부터 7월1일까지 초대전 ‘여명의 문’전을 연데 이어 사단법인 현대미술 에포크 정기展 ‘쉼표’ 등 10회의 전시를 선보였다.
그동안 은암미술관은 한·중 당대 미술 교류전을 비롯해 영산강 스토리텔링 기행전, 김환기 개인전, 광주비엔날레 기념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전 기념전,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전, 리강 초대 사진전,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전, 원교 이광사 서예 특별전, 왕궈펑 비엔날레 특별전, 한·불국제문화예술 교류전, 광주미술상 창립 24주년 기념전,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Dive Into You’전, 장준하 서거 44주기 추모 이동환 판화전,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 지정 5주년 기념 이이남 초대전 등 미술계의 주목받는 전시를 잇따라 열어왔다.
2011년에는 15회, 2012년에는 27회, 2013년에는 25회, 2014년에는 22회, 2015년에는 15회, , 2016년에는 32회, 2017년에는 13회, 2018년에는 14회, 2019년에는 12회 등 크고 작은 전시가 열렸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속 9월 현재 6회의 전시가 진행됐다.
레지던시에는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작가 5∼6명을 포함해 50여 명이 입주해 활동을 펼쳤다.
은암미술관은 대관 위주가 아니라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시민 체감 프로그램인 인문학 강좌와 세미나 등 학술적인 분야를 다수 진행해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은
암미술관을 거쳐간 인력들이 실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문화재단, 군립미술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진출, ‘인력양성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종기 관장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사립미술관의 운영은 쉽지 않다. 이제 청년기를 넘기고, 뿌리가 내려서 그야말로 중견미술관으로 발돋움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예전 10년간의 자양분을 바탕으로 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기획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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