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제89호=사진집단 ‘카이로스’)모든 게 빠르기만 하다. 인간 군상들의 삶은 빠르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먹고 마시고 버리고 달려가는 것은 물론, 말도 빠르고 싸움의 속도도 빠르다. 덩달아 자연도, 바이러스도 사람 닮아 빨라지나보다.
지난 여름 태풍은 왜 그리도 빠르게 자주 달려왔는지, 코로나 녀석은 어찌도 그리 빠르게 전염됐었는지…. 우리가 너무 빠르게 사니 사람 쫓아 걔들도 빨라진게 분명해.

그래도 느린 곳이 있다. 천천한 삶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해서 ‘슬로시티’라고 이름 붙여진 곳. 익히 알려진 곳이지만 담양군 창평면에 가면 창평 너른 들녘 한 가운데 삼지내 마을이 있다.
삼지천이라고 하나 다 같은 이름. 내는 곧 천이니 그것이 그것. 마을 건너 월봉산 자락에서 기원한 물줄기 셋(월봉천·운암천·유천)이 느릿느릿 오다가 마을 앞에서 반갑게 만나 악수하고 놀다가는 데 그 부근에 있는 마을이니 삼지내라. 그 느릿한 냇물의 발걸음을 닮았음인지 마을도 여유있고 한가한 모습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돌담길과 사이사이 박힌 한옥들도 멋들어지고, 기대 사는 어른들도 살아 어울리는 속도가 비슷하다. 여기서도 빠른 것은 구경들 뿐.
삼지내 마을의 가을도 느릿해서 차분하다. 초가을 싱그
러운 바람 맞으며 삼지내 마을을 느릿느릿 담았다.

‘카이로스’는 이 시대의 모습을 묵묵히 기록하고 있는 광주지역 다큐멘터리 사진가 그룹이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