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합창…"예향 빛낼 하모니 선보일게요"

예술인플러스(박주현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취임연주회 시작으로 프렌드십·잔디밭 공연 등 구상
변성기 관리 중요·내년 ‘어린이 영어 오페라’ 기획
음악은 언어란 신념…"단원들과의 교감·공감 온 힘"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1년 03월 31일(수) 15:05

(2021년 4월호 제95호=글 박세라 기자)

그의 지휘봉 끝엔 꿈과 희망이 있다. 마흔 세 개 가지각색의 매력들이 그의 손짓으로 조화로이 어우러진다. 완벽해서 손색없는 하모니는 아닐지라도, 아이들만이 전할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가 무대를 빈틈없이 메운다. 이를 이끄는 자, 박주현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다.
박 지휘자를 만나기 전, 궁금한 것들을 쭈욱 적어보는데, 평소보다 배가 많다. 많은 단체의 지휘자들을 만나봤지만 청소년 합창의 수장은 처음 만나서이다. 아이들이 합창 연습을 마친 시간은 오후 2시,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합창단 사무실에 입성했다. 연습실은 텅 비었는데 아이들이 두고 간 ‘기운’은 그대로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습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었다.
박 지휘자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인터뷰 자리에 앉았다. 청소년 합창 지휘는 처음인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이렇게 즐거울지 몰랐다"며 운을 뗀다. 성인 합창을 이끌 때와는 다른 매력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함께 어떤 그림들을 그려나갈 지 설레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다.
소년소녀합창단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총 43명으로 구성됐다. 오디션을 보고 당당히 합격한 이들이지만, 모두가 음악적으로 탁월한 지식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합창을 처음 하는 아이들도 있고, 저학년 친구들의 경우엔 아직 악보 보는 법을 체득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뽑은 덕이다.
박 지휘자는 "합창이란 게 타인의 소리를 듣고 이에 어울리는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귀’가 있는지 중요하다. 음악을 듣고 잘 따라하는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고 단원들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지휘자이지만 교육자나 다름 아니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박 지휘자는 악보 보는 법부터 음정 하나 하나를 짚어준다. 또 합창은 원어가 어렵기 때문에 노랫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풀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프로들을 데리고 하는 것 보다 ‘품’은 훨씬 많이 들지만 아이들의 실력이 점점 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보람이 크다.
그는 "만드는 대로 소리가 난다. 단원들의 습득력이 스펀지 같아 신기할 정도"라면서 "이해를 시켜주면 금방 따라 온다. 이해하고 노래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애를 쓰는 부분은, 단원들이 변성기를 건강하게 이겨내도록 돕는 일이다. 남자 아이들은 물론이고 여자아이들도 변성기가 온다. 이때 성대를 잘못 쓰면 무리가 올 수 있다. 그는 변성기가 온 단원들에게 발성하는 법 교육부터 파트 조절까지. 건강한 성대를 만들어줄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그가 꼽는 합창의 매력은 조화와 배려이다. 제 소리가 모나게 튀지 않도록 볼륨을 조절하고, 상대방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어쩌면 합창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박 지휘자는 합창을 하나의 작은 ‘사회’라 표현했다.
그는 "외동들이 많은 요즘엔 아이들이 합창단이란 작은 사회 속에서 조화롭게, 배려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어린 친구들의 단복 입는 것을 도와준다든가 간식을 챙겨와 나눠먹는 모습을 볼 때면 너무 사랑스럽다"고 전했다.
그 역시 어려서부터 음악을 했다. 피아노를 쳤고 작곡 공부에도 관심을 뒀다. 본격적으로 지휘자를 꿈꾼 것은 서울예술의전당에서 이탈리아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의 공연을 본 이후다. 용돈을 쪼개고 모아서 간 연주회라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연주 무대 쪽이 아니라, 지휘자가 정면으로 보이는 구석진 자리였다. 그런데 그게 또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지휘자의 표정 하나에 음악의 색이 변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됐다. 같은 악보를 가지고도 지휘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올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즐거움과 무거움, 그리고 무표정까지. 지휘자의 음악적인 해석이 단원들에게 가 닿음으로써 하모니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음악은 언어이고, 이를 전달하는 게 지휘자의 역할이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드리기 위해 단원들과의 끈끈한 정을 쌓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공연 계획을 물었더니 4월3일 예정된 취임연주회부터 송년음악회까지 술술 쏟아져 나온다. 1년 구상이 이미 꾸려진 것이다. 취임연주회는 코로나19 탓에 연습을 못하다가, ‘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만났다. 박 지휘자와 반주자가 파트별로 노래를 녹음해 주고, 아이들이 그것을 듣고 따라 연습하는 방식이었다. 제대로 된 연습 시간이 너무 짧아 걱정이지만, 아이들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6월에는 ‘프렌드십 콘서트’가 예정됐다.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합창단을 초청해 연주회를 선보인다. 마지막은 단원들이 한 무대에 서는 ‘연합합창’이 준비되지만, 코로나 상황에 따라 언택트와 온택트가 공존하는 연주회로 마련해 볼 생각이다. 현장 라이브와 영상 속 하모니의 어우러짐이 색다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10월에는 ‘그라제’ 축제에서 선보이는 잔디밭콘서트가 펼쳐지고, 11월에는 크리스마스 음악회로 슈만의 ‘어린이 정경’과 캐럴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영어 오페라에 관심이 깊다. 합창과 학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시기인 아이들을 위해서다. 음악과 영어를 함께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영어 오페라다.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누구나 다 아는 스토리가 어린이 영어 오페라로 만들어졌는데, 이를 활용한 합창으로 가다듬으려 한다.
박 지휘자는 "음악이나 영어는 둘 다 리듬이 있고, 억양과 높이를 가져 본질적인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영어에서 오는 발성이 음악의 리듬과 위치에 영향을 많이 준다"며 "내년에 어린이오페라를 콘셉트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오페라 무대를 만드는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 지휘자는 아이들과 마음으로 교감하는 지휘자를 꿈꾼다. 그가 아이들의 심리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한 것도 바로 이 이유다. 현재 필기시험은 통과했고, 실기 전형만 남겨놓고 있다. 물론 마음을 헤아리는데 있어 자격증이 이를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합창단원들을 애정으로 품어내려는 박 지휘자의 단단한 다짐이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지휘자가 되기 위한 제 1의 자질은 ‘좋은 귀’를 가지는 것이라는 신념을 들려줬다.
박 지휘자는 "모든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지휘자가 되려 한다. 단원들의 소리를 파악해, 조화로운 선율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한편, 아이들의 어려움마저 감싸안아주는 따뜻한 선생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면서 "아울러 행복한 합창단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통해 광주 시민들에게 예향의 밝은 미래와 빛나는 꿈의 이야기들을 펼쳐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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