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제102호=글 정채경 기자)얼마나 쉴 것인가 대신 어떻게 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다. 각종 강연에 참석하거나 공연을 관람하며 마음의 소양을 쌓는 것은 물론,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실용품을 제작하는 등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방법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의 수공예 작가들과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매개를 자처하는 이가 있다. 일상 생활에 문화를,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모람플랫폼을 운영한 지 1년째를 맞은 김종언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예술이 일상과 동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여긴다. "예술한다는 사람들은 고유 색이 강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문화예술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대중들이 호감을 느끼는 작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그가 추구하는 예술은 특정계층 만이 향유하는 고귀한 것이 아니다. 대중예술, 실용예술, 생활예술 그 어디쯤이다. 모람플랫폼을 통해 예술과 비예술을 잇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2년간 대기업 계열 공장에 다녔다는 그는 창업을 위해 가족과 함께 광주에 왔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에서 한참 인기를 끌던 대만왕카스테라를 광주에 오픈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그는 2016년 7월 프랜차이즈 운영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바이럴마케팅을 담당,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두시간 간격으로 총 네 번에 걸쳐 빵 나오는 시간을 정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제품을 사갈 수 있도록 했더니 그 시간만 되면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그게 주위의 이목을 끌면서 구매욕구를 자극시켜 가맹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업 시작 1년 만에 80여 개 가맹점과 가맹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다 2017년 ‘먹거리X파일’ 방송 이후 줄 폐업을 하면서 사업을 정리하게 됐고, 이와 함께 준비 중이던 프랜차이즈 사업도 오픈 직전 접게 됐다.
추진하던 프랜차이즈 사업이 엎어지면서 광주와 부산 등을 오가며 프리랜서로 바이럴마케팅 활동을 하던 그는 우연히 한 대학교에서 졸업전시 마케팅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는 예비 작가들과 한 명 한 명 소통하면서 전시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일반 시민들도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전시를 보다 대중적인 형태로 기획했다.
기존 졸업전시에는 졸업생과 그의 가족, 지인을 중심으로 평균 600명이 전시장을 찾았다면, 그의 손길이 닿은 전시에는 2000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는 등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그들만의 행사를 시민 모두의 행사로 바꾸는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는 문화예술에 눈을 뜨게 됐다.
이때 예술과 일상이 분리된 게 아닌 사람들의 삶 속에 예술이 깃들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같은 깨달음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선택을 받는 예술활동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게 된 계기가 된다.

모람플랫폼을 통해 예약한 사람들 대상 일일클래스 진행 모습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플랫폼사업에 발을 내딛었다. 광주지역 핸드메이드 공방의 일일클래스와 공방 판매 제품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람플랫폼이 그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의미다.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공방 운영 프로그램들은 많지만 이를 소비자와 연결하는 매개가 부족하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김 대표가 광주에서 핸드메이드 공방 플랫폼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시장 조사를 하러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시장 규모가 작아서 매출이 크지 않을 텐데 플랫폼이 유지가 되겠니", "광주에 괜찮은 공방작가들이 몇 명이나 있겠니"였다.
플랫폼 오픈에 앞서 정말 광주에서는 이같은 플랫폼이 성공하기 어려울지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여파로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겪는 공방들, 개인 판매자들을 모집해 플리마켓 콘셉트의 팝업 전시 ‘가라지 스토어’를 광주 동구 미로센터에서 선보였다. 인더스트리얼 감성으로 방문객 대부분이 합한 분위기의 전시장에 들어섰다가 전시된 수제품들을 사갔다는 전언이다. 그는 여기서 확신을 얻었고 한달 뒤인 11월 플랫폼을 오픈했다. 당시 참여 핸드메이드 공방은 22곳이었으나, 1년 사이 200여 개로 대폭 늘었다.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정보들을 한데 모아 제공해 원데이클래스 예약부터 결제까지 손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편리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람플랫폼은 수제품 공방과 소비자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들로부터 강의 커리큘럼 제안을 받고 이를 기획, 공방 운영자들이 출강할 수 있도록 매개 역할도 한다. 기존 바이럴마케팅 관련 분야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일일클래스, 수제품 판매 등 1년간 공방들은 모람플랫폼을 수수료 없이 무료로 이용했다. 홈페이지 상 개선사항이 많고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앱) 구동이 되지 않아서다.
수익창출은 교육프로그램 기획 및 강사 출강, 바이럴마케팅 등을 통해 이뤄졌다.
모람플랫폼은 내년부터 업계 입점 공방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10%로, 연관업종의 수수료가 가장 높은 곳이 20%, 낮은 곳이 11%인 것을 감안하면 업계 최저 수준이다. 앱 연동도 가능하게해 새롭게 개편할 홈페이지와 함께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달에 동구 스페이스 엠에서 팝업스토어 ‘I MY ME MINE’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중순까지 콘텐츠 컨설팅도 진행한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창업 연계, 프로그램 개편 및 새로운 기획 등을 원하는 공방 운영자, 예술가 등을 위해 20~30대가 지향하는 콘텐츠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회화와 공예, 패션 등 매년 문화예술계에는 신진 예술인들이 배출되는데,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지만 창작활동과 이를 통한 경제력 확보를 손에 모두 거머쥐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작품을 통해 소통해야 하는데 소통 방식이 어딘지 수월하지 못해서다.
기성 예술인의 경우 젊은 세대와의 단절로 이들이 요구하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 부족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방들의 존망 여부는 지역 상생의 핵심이기에 이들의 역량이 높아져야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많이 즐기고 자연스럽게 플랫폼이 활성화된다는 생각에 이같은 컨설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김종언 대표는 "모람플랫폼은 예술에 있어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순서로 인기 콘텐츠를 관리한다"며 "모람플랫폼에 입점을 위해서는 고객층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에 타깃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달라 요청하니 점차 예술인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작가를 발굴·지원해 이들이 모람플랫폼에 유입, 지금보다 더 많은 상생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많은 사람들이 모람플랫폼을 통해 핸드메이드 클래스와 제품 등을 접해봤으면 하고 더 나아가 이같은 활동이 생활문화 주류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