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문화 도시 나주…전통과 명성을 잇다

[문화공간 탐구] 나주 한국천연염색박물관
2006년 설립·2009년 공립 제1종 박물관 등록
‘쪽’ 기반으로 한 천연염색 산업 보존·발전 매진
공예·교육·체험 아우르는 창작지원센터 운영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2년 07월 06일(수) 17:08
(2022년 6월 제109호=김민빈 기자)영산강을 끼고 산과 들이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을 자랑할 뿐 아니라 비옥한 토양을 품고 있는 나주는 예로부터 축복의 고장이라 불려왔다. 비단 라(羅), 고을 주(州) 자의 지명이 말해주듯이 고대부터 발달한 면직물과 실크, 비단 문화는 천연염료 식물인 ‘쪽’ 재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오랜 전통의 흔적은 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남았다. 지금도 나주 곳곳에서는 누에를 기른데 이용했던 뽕나무를 발견할 수 있으며, 1940년대 전국 최대 규모의 누에고치를 수매했던 장소가 보존돼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기능보유자인 정관채 선생은 나주에서 쪽 염색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호 문화공간 탐구에서는 천연염색 문화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을 소개한다.
청출어람(靑出於藍).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다. ‘쪽’은 푸른빛을 내는 마디풀과의 식물이다. 청색을 내는 색소 인디고를 지니고 있어 천연염색 염료로 사용돼 왔다.
나주는 예로부터 쪽 재배가 활발했다. 풍부한 일조량과 기름진 토양, 영산강 지류 하천이 많은 지형은 재배지로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특히 홍수로 인해 강물의 범람이 잦아 벼농사가 힘들었던 다시면 일대에서는 홍수철 이전에 수확할 수 있는 데다 비교적 고소득 작물이었던 쪽 재배가 최고의 산업으로 꼽힐 수밖에 없었다. 쪽 재배의 활성화는 자연스레 천연염색의 발전을 가져왔고, 전통은 꾸준히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천연염색에 사용되는 염료의 종류는 다양하다. 식물과 광물, 동물 등에서 채취한 원료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의 가공을 통해 만든 염료를 사용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쪽 염색은 ‘쪽’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옷감을 물들이는 것으로 과정이 어렵고 까다로워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나주의 쪽 염색 과정을 살펴보면 8월 초순경 60~70㎝정도 자란 쪽을 베어 항아리에 넣고 삭힌다. 이틀 뒤 쪽물에 굴 껍질을 구워 만든 석회를 넣으면 색소 앙금이 가라앉으면서 침전쪽이 생긴다. 침전쪽에 잿물을 넣고 다시 수일 동안 발효시키면 색소와 석회가 분리되면서 거품이 생기는데, 이 과정을 ‘꽃물 만들기’라 부른다. 꽃물이 형성된 쪽물에 옷감을 넣고 물들이기를 반복하면 그 색깔이 진해진다.
천연염색의 역사가 깊은 나주시 다시면에 가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설립 배경에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의 일화를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나주 동신대학교 연구실을 방문한 김 대통령은 천연염색 문화 진흥을 위한 공간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고 특별교부세 지원을 약속했다.
2006년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의 설립과 함께 국내 최초의 천연염색문화관이 들어섰다. 2009년 공립 제1종 전문 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되면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3337㎡의 규모를 갖춘 박물관은 다양한 유물을 연중 전시하는 전시관, 염색 장비 등 시설을 갖춘 연구동, 예술가들의 공방이 모여 있는 공방동으로 이뤄진다.
전시관에는 상설전시관, 기획전시실이 있다. 상설전시관 1층에는 오방색으로 염색한 누에고치를 비롯해 고대 천연염색의 기원과 역사, 천연염료와 천연섬유의 종류, 천연염색 방법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2층 전시관에서는 ‘쪽’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쪽 추출물과 천연 염색의 효과, 나주의 쪽 문화, 쪽의 염색 과정, 무늬염의 종류 등을 사진, 모형, 제품 등과 함께 전시한다.

특별전시를 위한 전용 공간인 기획전시실에서는 천연염색 뿐 아니라 공예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천연염색 50인 초대전, 한지 공예연구회 회원전, 대회 수상작가 초대전 등 1년에 10여 회의 기획전을 진행한다. 발표 기회가 부족한 천연염색 예술·산업 분야 전문화에 큰 몫을 해온 공간이다.
1층에 마련된 뮤지엄샵에서는 나주지역에서 주로 생산된 생활소품에서 의류, 침구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천연염색제품을 판매한다. 천연염색 원단과 염색재료, 관련 교구 등을 함께 구입할 수 있어 관광객은 물론 공예작가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박물관에서는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유·초·중등학생들의 단체체험, 개인체험, 전문가들의 그룹체험 등 대상자별 맞춤식 활동이 주를 이룬다. 연구동 1층에 있는 체험학습장은 매년 평균 1만5000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천연염색 과정을 체험한다.
공예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박물관 뒤에 조성된 ‘전남공예창작지원센터’ 또한 주목할 만하다.
나주 공예품의 역사는 약 2000년 전 고대 마한의 무덤 양식인 고분에서 발견된 대형 옹관, 금동신발 등에서 그 유래를 발견할 수 있다. 1913년에는 호남지역 유일의 공예품제작소가 나주에 설립, 공예품 기술 개발과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 제일로 평가되는 ‘나주부채’는 대영박물관, 도쿄 국립박물관, 프랑스 부채박물관에 소장될 정도로 그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전남공예창작지원센터는 이러한 나주 공예 문화의 전통과 명성을 되찾는데 일조하고 있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예창작지원센터 조성사업에 선정되며 구축된 센터는 전남 유일의 공예창작지원센터다.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와 아카이브실, 섬유창작실 등으로 구성된 Art동, 융합창작실과 장비실이 있는 Bright동, 목공창작실과 목공장비실을 갖춘 Creative동을 비롯해 야외창작실을 사용할 수 있는 Design동까지 총 4개 동으로 이뤄진다. 섬유와 목공분야 기자재 구축을 위한 패브릭프린터, CNC조각기 등 고가의 장비가 마련돼 있으며 지역 공예인들의 창작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교육프로그램과 컨설팅도 운영한다.
또한 공예 온라인 플랫폼 ‘남도공예장터’를 통해 시제품 개발 및 판매까지 함께 지원하고 있어 지역 공예인들에게 없어선 안 될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 2021년 지역의 공예 공방 활성화를 위해 전남도내에 있는 120개 공예 공방을 소개하는 책자 ‘전남의 공예공방 둘러보기’를 발간한 바 있다. 공방의 위치와 사진 정보 외에 공방의 상품과 함께 온라인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쇼핑몰, SNS등의 정보를 담았다.
박물관 옆에 위치한 ‘천연염색공방’에는 총 14곳의 업체가 입점해 작품을 제작, 시연, 판매한다. 생산제품은 천연염색 의류, 가죽제품, 완구류, 침구류, 액세서리 등으로 다양하며, 재단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업체들의 활동을 평가해 지속성 여부를 판단한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김왕식 관장은 "우리는 의복뿐만 아니라 침구류, 벽지, 식품 등 산업군 전반에서 천연염색 사용이 요구되는 친환경 시대를 맞이했다"며 "다가올 신문명 변혁의 시대에 나주와 천연염색이 그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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