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제112호)지난 주말 내성천을 찾았다. 2년 만의 방문이었다. 내성천 앞에 자리했던 평은초등학교는 사라지고 없었다. 강변 앞 평은마을도, 금빛 모래 눈부시던 금강마을도, 기차가 다니던 평은역과 철길도 사라졌다. 나는 내성천 일대를 둘러보며 옛 기억을 어렵게 소환하고 있었다.
이번 방문은 제비를 만나기 위한 걸음이었다. 영주댐 건설로 평은면소재지를 비롯한 여러 마을이 수몰지가 되었고,
주민들은 터전을 잃었다. 둥지를 잃은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내성천을 터로 둔 여러 동식물도 어딘가로 떠나거나 생명을 잇지 못하였다. 천연기념물인 흰수마자, 먹황새 등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영주댐은 2016년 완공했지만, 수질과 안전 등의 문제로 담수를 하지 않은 채 여러 해가 지났고, 그 사이 수몰지엔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들이 새싹을 내밀고 여러 식물과 나무로 자랐다. 수몰지는 숲이 되고 습지가 되었다. 사람이 살다 떠난 곳은 새와 동물들에게 안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했다. 농사짓던 땅엔 농약을 치지 않으니 건강한 먹거리가 가득해졌다. 수몰지는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한 것이다.
그리고 다섯 해 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제비가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 제비 개체수는 1천마리 가량이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올해엔 5만마리 가량의 제비가 날아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거대 숙영지가 발견된 것은 해방 후 처음이라고 한다.
어릴 적 우리집 안엔 두 개의 집이 있었다. 개집과 제비집이었다. 제비는 곡식을 먹지 않고 벌레를 주식으로 한다. 사람의 양식을 탐하지 않고 벌레만 잡아먹으니 길조로 여
기고 처마 밑에 집을 지으면 반가워한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처마 밑으로 제비가 날아왔다. 어린 나는 제비가 어디로 떠나고 어디를 거쳐 어떻게 돌아오는지 궁금했다. 제비가 강남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강남이 양쯔강 이남을 일컫는다는 것은 최근에야 안 사실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보다 어느 순간 볼 수 없게 된 대표적인 동물이 나에겐 제비였다. 논밭에 농약을 쓰면서 제비는 이 땅에서 사라져갔다. 제비는 환경부 지정 10종의 환경지표동물 가운데 하나이다. 내성천에 찾아오는 제비들은 주로 북한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북한 지역이 제비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성천 버드나무숲을 터전으로 삼는 제비는 해뜰 무렵 떠나고 해질 무렵 숙영지로 돌아온다. 나는 전날 밤과 이날 새벽 제비가 떠나고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두 번 모두 어슴프레한 시간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드물고 경이롭고 신비로운 장면이었다.
‘내성천의친구들’은 제비에 관한 생태 변화를 기록하고 자료를 찾고 다큐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올해엔 ‘내성천 제비 숙영지 보호지역 지정 추진을 위한 전국연대’를 발족하였다.
나는 오랫동안 내성천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엔 실낱 같은 희망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발원지는 제비 숙영지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