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대 소중히… 좋은 울림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

[남도예술인]소프라노 이승희
전 남 대 졸 업·광 주 시 립 합 창 단 3 년 간 활 동
美 맨하탄 음대·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서 수학
성악 특징인 ‘가사’ 집중…내년 텍사스서 독창회 계획도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1월 23일(화) 17:49
(2023 12월 127호=글 정채경 기자) 목소리가 악기인 성악.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스스로를 컨트롤해 소리를 내면 몸 전체가 악기이자 울림통이 되는 게 참 신기했다. 173cm. 악기 자체가 크니 풍성한 소리가 났다. 현악기로 치면 바이올린보다는 비올라 같달까. 비올라 같은 소리를 내는 소프라노 이승희씨의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그는 남들 앞에서 자주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는 반에서 ‘노래 잘하는 애’로 통했다. 특히 부친이 들려준 ‘에델바이스’를 좋아했다는 그는 귓가에 맴돌던 곡의 가사를 한글로 적어 외워뒀다가 노래를 부를 일이 생기면 부르곤 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학교 합창단에 들어가 솔로를 장식했다. 전부터 성악 전공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그가 성악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은 것은 고등학생 때다. 전교생이 한명씩 순서대로 가창 시험을 봤는데 시험이 끝나고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전교생 중 네가 노래를 가장 잘 하는데 네가 성악를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부모님을 설득해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에 들어간다. 음악에 대해 배우는 대학 생활은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참가하게 된 음악캠프에서 충격을 받기 전까지는.
전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수재들이 한 데 모여 부대낀 5박6일은 그에게 음악적으로 부족한 점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광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4시간 동안 내내 눈물을 흘렸다. 이는 유학을 가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독일어를 배워온 그의 마음에 더욱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그는 IMF와 맞닥뜨렸다. 유학은 잠시 보류하고 교사인 모친의 권유로 전남대 교육대학원에 진학, 덜컥 광주시립합창단에 합격했다.
시립예술단 단원이 된 그는 정기적으로 무대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시립합창단 단원 3년차, 음악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해, 그는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한채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당시 지휘자 선생님이 그러셨죠. 시립예술단 단원이 돼서 3년 정도 다니면 못 그만 둔다고요. 그 말을 듣는데 괜스레 오기가 생기더군요. 결론적으로 유학을 꿈꾸던 제가 도전할 수 있게 작용했죠. 독일이 아닌 미국을 택한 것은 독일에서 공부하는 지인이 해준 조언 때문이었어요. 유럽사람들도 미국 줄리어드 학교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 거였죠. 요즘은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떠나지만 제가 갈 때만 해도 특히 광주에서 미국으로 가는 사람이 드물어서 큰 용기를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맨하탄 음악대학에서 석사 학위(Master of Music)에 이어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박사 학위(Doctor of Musical Art)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밟을 때 일이에요. 학교 졸업식에서 용돈을 벌 겸 미국 국가를 부르는 일에 자원했었어요. 그 졸업식에 New York Association이라는 단체의 회장이자 대학 이사장이신 분이 제 노랠 듣고 그 단체의 행사에 저를 초청하셨어요. 큰 행사인지 모르고 하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였죠. 전 해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 해에는 부통령 선거에 나왔던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참석했습니다. 카메라 기자들만 1000명 가까이 모인 행사 그 다음날 New York Daily News라는 일간지에 ‘그 행사에서 사라 페일린 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은 이승희다’라고 뉴스가 났죠. 그 이후로 학교에서 미국 국가를 부를 일이 생기면 다 절 찾았어요.”
그는 졸업과 동시에 2012년 귀국해 독창회 및 광주시립교향악단 협연 무대를 갖고 전남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현재 호신대학교 객원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국립목포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물론 일을 병행하긴 했지만 석·박사 학위를 밟은 시간이 15년이더라고요. 초·중·고까지 더하면 22년이죠. 그래서 미국에서 한 교수님이 저를 ‘Professional Student’라고 부르셨죠. 제가 학생으로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아이들의 갈증, 또 성장하려면 필요한 게 뭔지 잘 알아요. 그래서 기량이 일취월장하는 학생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달 그는 미국에서 돌아온지 10년을 기념하는 독창회를 가졌다. 2년여를 준비한 이번 무대는 영미가곡으로 레퍼토리를 구성, 지역에서 쉬이 볼 수 없는 무대였다는 평이다.
영국 작곡가의 곡들로 채운 전반부에서는 20세기 영국 예술가곡에 있어 최고의 음악적 경지를 이뤄낸 로저 퀼터의 가곡에 이어 민족주의적 성향과 서양음악의 전통 음악 양식을 계승한 랄프 본 윌리엄스, 목가적인 시에 낭만적 선율이 특징인 마이클 헤드의 곡이 차례로 울려 퍼졌다.

미국 작곡가의 곡으로 꾸려진 후반부는 재즈적 기법 및 미국 민속음악에서 모티브를 따와 대중성과 실험성을 넘나든 아론 코플랜드, 20세기 미국 대표 작곡가 중 한 명인 존 우드 듀크, 마지막으로 클래식을 토대로 삼으면서 대중음악을 아우른 독일 출신 미국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곡을 각각 들려줬다.
“이번 독창회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지 10년이 된 해여서 의미를 담아 영미가곡들을 불렀어요. 제 소리가 자막으로 나온 시와 어우러져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준비가 안되면 ‘여기서 소리가 제대로 안나면 어쩌나’, ‘잘 해야 되는데’, ‘호흡이 짧지 않을까’같은 걱정이 많죠. 이번 독창회는 연습을 많이 해서 잘 될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는 성악의 특별한 점으로 ‘가사’를 꼽았다. 다른 악기들과 구별되는 특징이어서다. 거기에 빠져 점점 더 음악에 매료됐다고 한다.
“성악가에게 ‘가사 전달’은 중요한 포인트예요. 어디에 엑센트가 있는지, 인토네이션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어떤 단어가 핵심인지, 전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등을 꿰뚫려고 노력하죠. 정말 훌륭한 작곡가 일수록 멜로디에 성악가가 노래하기 편하게 작곡을 합니다. 이것을 알아차리면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와요. 어렸을 때는 작품의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오로지 잘 부르는 데에만 신경 썼어요. 지금은 긴 노래의 한 마디를 부르더라도 그 음에 따라붙는 가사를 청중들에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그는 현재 광주예술가곡연구회와 광주성악아카데미. 연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직접 음악전문단체 조이오브뮤직을 결성, 매년 윤소희 첼리스트와 듀오음악회를 선보이는 등 현악 앙상블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연말에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이 12월3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솔리스트앙상블’에 광주성악가 70여명과 함께 서고, 7일에는 아트스페이스에서 ‘앙상블 사랑과 나눔’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Asia Society Texas Center에서 독창회를 열 계획으로, 윤이상의 초기 가곡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준비해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린다.
소프라노 이승희씨는 마지막으로 건강한 목소리로 오랫동안 노래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들려줬다.
“시간이 흐르고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게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죠. 무대를 준비하면 할수록 공부는 끝이 없고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껴요. 앞으로 전성기는 10여년 정도가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저를 선택해준 것이 고마워 무대에서 더 최선을 다하게 되죠. 모든 연주가 소중한 요즘입니다. 소프라노로서 좋은 울림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죠.”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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