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 첨단중앙로(월계동) 소재 남부대학교(총장 조성수)내 우암동산에 조각공원이 들어서 학생은 물론이고 주민, 방문객들의 힐링공간이 될 전망이다.
교문을 막 통과해 좌측에 자리한 우암동산 13000㎡ 규모의 부지에 조성된 조각공원은 정윤태 전 조선대 미술대학 학장이 작품을 기증하면서 구체화됐다.
공식명칭은 ‘정윤태 조각공원’으로 총 28점이 설치됐다. 이중 정 전학장의 작품은 23점이고, 나머지 5점은 제자 4명의 작품이다. 올 3월부터 조성에 들어간 조각공원은 전시 피로도를 느끼지 않고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의 묘까지 살려 작품을 감상하며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정 전학장은 우암동산 표지석에 새겨진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라’라고 하는 설립정신에 걸맞는 작품들을 집중 배치했다. 일생일대 그의 예술적 전환점을 마련해준 국전과 시전, 도전 등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작품들과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엄선한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정 전학장의 43년 조각인생이 남부대학교 설립정신과 일맥상통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정 전학장의 작업모토 또한 ‘쉬지 않는 손’과 ‘머물지 않는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쉬지 않는 손’과 ‘머물지 않는 정신’ 역시 조각공원 표지석에 새겨졌다. 결국 정 전학장은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라’라는 조용기 우암학원 설립자이자 학원장의 뜻에 맞춰 작업을 진행해 조각공원이라고 하는 결실을 맺었다.
이처럼 정 전학장의 작품들이 대거 남부대로 올 수 있었던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학장은 당시 퇴임전(2012년 11월 신세계갤러리)을 열면서 도록 프로필 사진 옆에 교가를 수록했을 정도로 남부대를 사랑한 셈이다.
더욱이 정 전학장이 기증을 통해 작품에 대한 생각들을 단촐하게 가져가면서 아래로 내려놓을 수 있었던 데는 지난해 초 편도암이 발병해 투병 중이었지만 조각공원을 적극 모색하면서다. 평생을 일군 작품들을 기증하겠다고 밝히자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정 전학장의 기증 취지를 이해하고 그 뜻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액수로는 기증작품을 모두 더하면 자그마치 100여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정 전학장은 2012년 퇴임하고 난 뒤 우울증이 찾아왔고, 협심증을 앓는 등 온통 몸이 고장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편도암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4∼5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 채 흘러가 버린 것이다.
조선대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한 뒤 퇴원한 정 전학장에게 찾아온 것은 세상살이의 허무함이었다. 그 허무함이 엄습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정 전학장은 시간이 없을 정도로 작업에 집중해온 시간들이었지만 ‘모든 것을 비우자’라는 생각을 했고, 이 생각이 결국 조각공원으로까지 나가게 만들었다.
이번 조각공원에 정 전학장은 동서남북에 풍요의 바람과 평화의 바람이 일어 세계로, 그리고 우주로 뻗어나가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는데 주력했다. 아울러 남부대 면학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조각공원은 설치만 해놓고 방치하는 것이 아닌, 관리를 대학측에서 꾸준하게 하기로 명실상부한 조각공원으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후 평화를 콘셉트로 해 철쭉단지와 영산홍 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벤치와 작품의 역할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네모 오석도 설치할 예정이다.
조각공원 조경 역시 오는 가을께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각공원에는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는 마음으로 청해진의 꿈을 담고 세계를 넘어 미래를 열자는 ‘청해진의 꿈’을 비롯해 도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소망’, 한국미협전 최고상 수상작인 ‘풍요’, 도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화합’, 도전 최고상이자 문공부 장관상 수상작인 ‘남풍 82’, 전국대학미전 동상 수상작인 ‘소망’이 설치됐다.
이외에도 ‘리듬’을 비롯해 ‘먼 훗날’과 ‘포즈 A’, ‘하늘’, ‘함께 해요-더 나은 미래’, ‘땅과 하늘을 평화스럽게’, ‘기원’, ‘평화로운 하늘’, ‘하늘을 나는 학의 노래’, ‘풍요로운 나날 89’, ‘평화 83’, ‘하늘’, ‘모자상 86’, ‘평화로운 나날’, ‘사랑’, ‘땅만큼 하늘만큼’, ‘바람소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여기다 제자들인 박준하의 ‘바람소리’와 ‘생의 여로’, 위재환의 ‘몽상가들의 도시’, 이승욱의 ‘일탈’, 이은래의 ‘하모니-하나여서 아름다운 우리’도 더해져 더욱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꿈이 해결됐다는 정 전학장은 이번 기증 작품들 모두 긍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들이라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이번에 작품을 기증해 조각공원이 만들어지면서 내가 앓고 있던 우울증도, 편도암까지 다 나은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마음의 병인 것 같아요. 내 작품은 긍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작품들로 늘 피어나는 꽃같은 작품을 하고 싶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해왔습니다."
정 전학장은 몸이 아프면서 비움의 의미를 더욱 절감했다는 반응이다.
"나는 재산을 많이 모으지 못했습니다마는 소권력을 얻었죠. 작품이 소권력입니다. 나는 작품 밖에 없어요. 이제는 비어 있구요. 비어있는 잔은 앞으로 무거워질 것입니다."
아울러 연극의 3요소가 관객과 무대, 배우로, 이것이 삼위일체가 돼야 좋은 작품이듯이 미술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빠뜨리지 않고 덧붙였다.
정 전학장은 추후 총 9m 크기(통돌)의 기념조각도 만들 계획이다.
"작품 기증은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기증을 한 뒤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우울증 등 병들이 모두 회복된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반대했던 가족들도 모두 이해를 해줬구요. 앞으로 이 조각공원이 힐링공간이 되고, 명소로 자리잡는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우암동산은 1950년 학교법인 우암학원을 설립한 조용기 교육학 박사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으로, 조각공원이 더해지면서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조용기 설립자는 축하말을 통해 "남부대학교 캠퍼스 안 우암동산에 세워진 정윤태 조각공원은 처마 밑 바위에 한방울씩 떨어져 커다란 구멍을 만드는 꾸준한 지속력으로 호남지역은 물론이지마는 크게는 우리나라 예술문화 교육의 가시적 지침이 될 것이며 이 나라 인재후학들의 소양을 채워줄 커다란 그릇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픈식은 지난 9월12일 오전 10시30분 열렸다. 이날 오픈식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박주선 국회부의장, 윤장현 광주시장, 정 전학장의 고향인 완도 신우철 군수, 황영성 전 조선대 부총장, 하철경 한국예총 이사장 등 내외빈들이 대거 참석했다. 오픈식에 이어 조각공원 컷팅식도 성황리 진행됐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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