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22개 시·군 특화작물 가공화 앞장”

[전남 농업 이야기] 이유석 전남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지역 기업 ㈜청담은과 함께 고령친화식품 ‘호울죽’ 개발
해남 홍화·진도 울금 등 제품화…농가 소득 향상 기여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4월 04일(목) 18:09
(2024 1월 128호=글 이현규 기자) “다양하고 풍부한 전남의 특화작물들을 찾아내 간편히 섭취할 수 있도록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이 기술들을 농가에 빠른 속도로 전수해 농산물의 부가가치 증대와 안정적인 소득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유석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전남 22개 시·군에서 생산하는 특화작물의 정수를 꿰고 있다. 이 연구사의 주요 업무가 특화작물을 활용한 가공제품 연구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사가 도내 특화작물 가공화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지역 농가의 안정적인 농업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사는 “전남은 기회의 땅이자 생명의 땅으로 농업 활동 최적지”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환경에 대응하고 생산·재배 농가들이 소득원을 얻을 수 있도록 전남 22개 시군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는 특작물들을 발굴해 가공제품으로 변신시켜 농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말했다.
1973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2002년 전남대 식품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유석 연구사는 대전시 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선 조사식품을 연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2년여 기간을 연구소에서 생활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고민하던 중 선배로부터 농업연구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고, 전남농업기술원 문을 두드려 2005년 33살의 늦은 나이로 입사해 업무를 시작했다.
입사 후 전남도내 농산물의 가공기술, 기능성 등에 관해 관심을 갖게됐다. 그는 농가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고민하고 열정을 쏟았고 그 시간이 어느새 18여 년 이상 흐르면서 그동안의 노력들이 농가에 기술이전 되고 개발된 제품이 사업화되면서 결실을 보게 됐다.
이 연구사가 개발한 식품의 면면들은 다양하다. 특히 상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무척 흥미롭다. 첫번째가 바로 ‘호울죽’이다. 호울죽은 전남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고령친화식품이다.
호울죽이 탄생한 배경은 고령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음식 섭취 불편 해소를 고민한데서 비롯됐다.
때마침 나주에 위치한 이유식 제조전문업체인 ㈜청담은에서도 포화된 이유식 시장의 탈출구로 고령친화식품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업체와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2년의 연구를 통해 고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악조건에도 청담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판매되고 있던 제품의 국내외 판매 확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그 결과 2021년 농협 하나로마트
유통망을 확보했고 홍콩 수출 길까지 열게 되는 쾌거를 이뤘다. 버릴 것이 없는 ‘홍화’를 새로운 소득원으로 창출한 것도 이 연구사의 값진 성과다.
이 연구사는 농산물가공 농가 사업화 계획에 대한 컨설팅 현장에서 처음으로 해남군 소재 ‘최경주 홍화팜’의 최경주 대표를 만났다.
당시 최 대표는 귀농해 홍화 농사를 짓고 홍화씨 분말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홍화씨의 높은 지방 함량 때문에 분쇄하는 중에 홍화기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새로 지은 가공공장을 몽땅 불태워버렸다는 사연을 듣게 됐다.
당시 이 연구사는 지역 특화작물 중 고령자에게 꼭 필요한 작물에 대해 검토를 하던 중이었는데, 최 대표 사연을 듣고 홍화씨 분쇄 문제점 해결과 홍화씨를 활용한 고령자 뼈 건강 제품에 대해 기획을 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특히 홍화씨가 갖고 있던 유용한 성분들이 지방을 제거하면서 함께 사라져 버리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다행히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검토해 해결방안을 찾게 됐다.
분쇄 시 곡물가루를 혼합해 제분수율을 높이는 것이었고 최종 보릿가루를 7% 첨가해 분쇄했을 때 제분 수율을 11% 향상시키는 기술을 확립했다. 이 연구사는 이 방법을 활용, 홍화씨를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도록 타블렛을 제조해 섭취 대상자의 선호도에 맞게 맛과 향을 배합했다.
홍화씨 재배과정을 살펴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홍화씨에 관심을 두고 홍화 재배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니 초봄에 새순을 잘라주는 가지치기를 하고 그 순을 버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렇게 버려지는 양이 적은 양이 아니었기에 홍화순을 새로운 식재료로 활용하면 오히려 부산물이 아니라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홍화순은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뿐만 아니라 쿼세틴 등 다양한 플라보노이드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항산화 효능 또한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사는 이렇게 기능성이 우수한 홍화순을 활용해 건나물과 침출차, 즉석 된장국과 같은 가공제품을 개발해 특허출원 및 기술이전해 상품화했다. 홍화순 건나물의 경우 기존 건조기에 건조하는 제조 방식이 아닌 덖음 기술을 도입해 맛과 색이 우수하고 상품성이 높은 홍화순 나물을 제조할 수 있었다.
홍화순 건나물은 기능성 또한 우수해 고령친화식품에 적용해 다양한 가공제품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홍화순을 이용한 침출차의 경우 맛이 구수하고 온수뿐만 아니라 냉수에서도 쉽게 맛이 우러나 생수병에 바로 꽂아서 마실 수 있는 티업차 형태로도 개발됐다. 개발된 제품은 구수한 맛이 강하고 기능성까지 좋아 소비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게 되면서 전 국민은 면역제품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연구사도 농촌진흥청과 함께 전남지역의 특화작목 중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만한 소재를 찾기 시작했고 ‘진도 강황(울금)’의 가능성을 보게됐다. 강황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제약, 식품, 화장품 분야의 기능성 소재로 이용되고 있고 향신료인 ‘커큐민’을 3〜4% 함유하고 있으며, 항균과 항산화 활성뿐만 아니라 혈중콜레스테롤 예방과 면역 활성 증진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연구 중인 이유석 연구사

2020년부터 농촌진흥청과 진도지역의 특화작물인 강황의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을 위해 면역력에 대한 연구와 소득증대를 위한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에 힘써왔다. 먼저 강황은 다른 작물에 비해 정유 함량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강황에서 천연 정유를 추출하고 관광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향장품을 개발했다.
추출된 강황 천연 정유의 항염효능과 피부상재균 5종에 대한 항균활성을 확인한 결과 겨드랑이나 발가락에 존재할 수 있는 고초균에 대해 높은 항균효과를 나타냈다. 이러한 효능을 갖는 정유, 높은 향강도를 갖는 방향수, 그리고 분말의 오렌지색을 조합해 강황 바디클렌저를 개발했다.
사업화를 위해 농촌진흥청 소속 소비자 5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90% 이상이 종합평가에서 만족했으며, 이 제품 또한 특허출원과 기술이전을 마친 상태다. 소비자 테스트와 제품구매자의 의견을 종합 반영해 제품 개선을 거쳐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연구사는 수입밀의 대항마로 가루쌀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가루쌀은 국내 밀 소비량의 99%를 차지하는 수입밀을 대체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2019년 개발에 성공한 가공전용 쌀 품종이다. 가루쌀은 전분 내부 구조가 헐거워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을 수 있어 가공 비용이 저렴하고 전분 손상이 적다. 그래서 쌀
값 안정과 밀 수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어린이들이 선호할 만한 제품군을 선발해 다양한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그 첫 결실로 여수시 소재 두부과자 제조 전문업체인 ㈜쿠키아와 가루쌀 두부과자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성과들로 이 연구사가 속한 전남농업기술원 친환경농업연구소 가공유통팀은 ‘지역소득 창출형 가공기술 개발 사업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전국 159개 전문연구실 중 최우수연구실상을 수상했으며, 이 연구사는 전남도에서 시행한 성과우수자 10인에 뽑히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 연구사는 “농업분야의 생산과 소비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남은 넓은 농토를 지니고 농산물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20%를 점유하고 있으나 가공산업이 취약해 1차 원물로 소비되고 있어 아쉽다”며 “앞으로 다양한 가공품 연구 활동을 통해 전남 농가의 소득이 향상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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