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싣고 달리는 철도…사람들 살피는 따뜻한 열정 있어야

[사람사는 이야기2] 김민지 광주교통공사 기관사
광주교통공사 ‘최초 여성 우수 기관사’ 선정 주목
2020년 공채 9기 입사…고장 조치 분야 높은 점수
“승객과 소통 중시…‘무사고 20만㎞ 달성’ 새 목표”

전라도인 admin@jldin.co.kr
2024년 04월 07일(일) 17:44
(2024 1월 128호=글 김다경 기자) “사람들을 각자 꿈꾸는 방향으로 데려다주는 철도는 참 매력적인 길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하루하루 성실히 업무에 임해 ‘무사고 20만㎞운행’을 달성하는 게 새로운 목표입니다.”
광주교통공사 ‘최초 여성 우수 기관사’로 선정된 김민지 기관사(24)의 포부다. 김 기관사는 2004년 광주도시철도 개통 이후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우수 기관사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현재 광주교통공사에는 기관사 72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 여성은 김 기관사를 포함해 4명이다. 그는 2020년 공채 9기로 입사해 지금까지 6만㎞ 무사고를 기록했으며 이번 선정 결과 고장 조치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아 확신은 없었어요. 주변에서 큰 축하를 해주시니 기쁘기도 했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공사 최초의 여성 우수기관사라는 점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그 명예에 걸맞게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기관사 업무가 성별에 따라 구분 짓는 일은 아니나, 남성 직원이 대다수인 특성 상 조직 문화 역시 남성중심일 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존재한다. 김 기관사는 이번 선정이 이러한 사회의 편견을 깨고 성별을 떠나 누구든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면 인정받는 조직이라는 점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기관사는 KTX 기장으로 근무하던 삼촌을 보며 어릴 적 철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철도 기관사를 장래희망 리스트에 올렸다. 어린시절 바라본 기차는 먼 곳까지 신나게 달려갈 수 있는 이동수단이었으나, 커가면서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사람들을 꿈꾸는 방향으로 데려다줄 수 있는 철도라는 길은 더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후 송원대 철도경영학과에 진학하면서 기관사라는 꿈을 품게 됐고, 광주교통공사 공채시험에 도전해 합격하며 꿈을 이뤘다.
김 기관사는 이번 우수사원 선정 과정 중 특히 고장 조치 분야에서 침착한 초동대처와 응급조치를 펼친 공로를 높이 인정받았다. 그가 업무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승객과의 소통’이다. 열차 고장 등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불안한 승객들에게 상황을 차분하고 침착하게 안내함으로써 객실을 안정시키고 원활히 운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운행 중인 열차에서 고장이 발생했을 때 기관사는 지금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고 있지만, 승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불안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승객안내방송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열차 고장으로 인해 놀란 승객들에게 상황을 차분하게 여러 번 안내한 부분이 평가에 좋게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새벽 첫 열차를 운행할 때는 더욱 예민하게 살핀다. 밤새 장비들이 쉬고 다시 움직이는 과정에서 특이사항이 생길 수 있어서다. 기관사는 운행 뿐 아니라 차량고장과 통신이상, 신호단절 등 다양한 이례상황에 대비해 항상 준비돼있어야 하기에 모든 특이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장 신경 쓰게 되는 만큼 보람을 느끼는 순간 역시 새벽 첫 차를 운행할 때라고 한다. 용산차량기지에서 출발해 소태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터널 입구로 막 들어설 때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다. 새벽 시간 깜깜한 밖과 대비해 환한 역 승강장에 들어서면 하루를 가장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첫 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면 새벽부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져요. 남들보다 빠른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공감대라고 할까요. ‘이분들의 하루를 함께 하게 돼서 기쁘고 보람차다’ 그런 생각이 들죠.”
도시철도를 운행하고 있는 김민지 기관사

6만㎞를 달리면서 많은 손님들을 만나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열차 출발역인 평동역에서 만난 꼬마 삼형제다.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운행 준비를 하던 중 운전실 앞에서 신기하다는 듯이 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꼬마 손님들을 마주쳤다. 운전실 밖으로 나가 인사하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어떻게 하면 기관사가 될 수 있냐며 궁금한 것을 앞다퉈 질문하는 모습에 그날 운행하는 내내 ‘이모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직업 특성 상 불규칙한 교대근무 생활을 하다 보니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주로 어두운 터널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체력 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자기 관리 요소다.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에 꾸준히 도전하고, 주말이면 자연 속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등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있다.
“야간 근무 후 퇴근해 돌아오면 부모님이 안쓰럽게 보실 때도 있지만, 낮에는 자유시간이 있어 가족과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여유도 만끽하죠. ‘나의 건강이 시민의 건강’이라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챙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 기관사는 나이가 어린 편인 데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팀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고 있다. 선후배들과 잘 어울리며 세대 간의 연결고리가 돼 소통의 중심에 서있다. 친근하고 단합적인 분위기에서 동료들과 애로 사항 등을 공유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다보니 얻는 특권이라고 할까요. 선배님들은 어리다고 귀여워해주시고, 후배들은 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기관사들은 근무시간 대부분을 혼자 기관실에서 일하다보니 서로 이야기하며 부대끼는걸 참 좋아한답니다. 팀원 사이 갈등 상황도 드물고 서로 만나면 반가워하는 분위기라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곤 하죠.”
기관사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에 부담감이 큰 만큼 의미 있는 직업이라는 김 기관사. 그는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단순히 전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아닌, 그 안의 사람들을 살필 수 있는 따뜻한 열정으로 임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열차 안에서 기관사는 혼자 앉아있지만, 결코 혼자 일하지 않아요. 관제실을 통해 차량, 신호, 통신, 역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관사는 그 중심에서 공사와 시민을 이어주는 사람입니다. 항상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신뢰에 기반한 정확한 소통을 한다면 최고의 기관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기관사는 이제 ‘무사고 20만Km 운행’이라는 새로운 목표 달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직 먼 꿈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며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우수 기관사로 선정된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열차 운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꿈을 싣고 달리고 싶습니다. 시민 분들이 열차 내 안전수칙 등을 잘 지켜주시며 많이 이용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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