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양동시장 끝자락 금호생명빌딩 뒤 금호 2차아파트 상가 2층에 가면 그의 작업실이 있다. 광주화단에서 원로의 자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앞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도드라지게 보이지는 않지만 표나지 않게 꾸준하게 작업을 펼쳐온 작가가 있다.
줄곧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로 지내다 정년퇴임을 한 뒤 남구 봉선동 자택과 화실을 오가며 일상을 보내고 있는 서양화가 김충곤(76) 전 동강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더욱이 김 전교수가 화단에 도드라지지 않게 인식된데는 아마 개인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1994년 서울 청학미술관과 광주 인재미술관에서 전시를 연 뒤 22년 동안 개인전을 열지 않았다. 2007년 동강대 퇴직 당시도 ‘김충곤 서양화 소품전’이라는 도록 500부를 제작해 화단과 지인들에게 배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모두가 개인전을 통해 존재감을 뽐내는 것이 화단의 트렌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개인전에 목을 매지 않았다. 전람회를 열어 가까운 주변에 부담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각고의 작업 끝에 좋은 작품을 완성해 전람회를 열어야 하는 데 그럴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정년 때 전람회를 열려 했으나 소품전 도록을 만들어 돌리기만 하고 결국 전시를 열지 않았죠. 더욱이 그림이 생활의 방편이 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주위에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순수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만족하고 멈춰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칫 그가 작품활동을 중단한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전 대신 그룹전이나 단체전에는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이를테면 목우회전이나 국전작가회, 서울 예일화랑 누드전 등이 그것으로, 이런 전시에는 꾸준하게 출품했다.
그는 광주교대 전신인 광주사범학교 출신으로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재학했다. 이때 그가 미술에 입문한 시기다. 당시 1년 선배인 황영성 이태길, 1년 후배인 우제길 작가, 2년 후배인 최재창 작가 등 광주 화단을 대표하는 원로들의 출신학교이기도 하다. 쟁쟁한 화가들이 선후배로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광주사범학교 시절은 그에게 미술가의 삶에서 각별한 지점을 이루고 있다. 광주사범학교를 기점으로 여섯 시기로 작품활동 시기를 분리해 그의 삶과 회화를 접근할 수 있다. 1957년부터 1960년까지 광주사범학교 시절에는 수채화를 주력하는 기초를 닦는 시기였으며 1961년부터 1970년까지는 군입대를 했고 1966년도에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등 사색의 시간들로 채워졌다.
이어 1971년부터 1980년까지는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목우회나 국전, 시도전 등 각종 공모전에 출품해 입·특선을 하며 화가로서 기반을 닦게 되고, 1981년부터 1990년까지는 풍경 쪽에서 고향 인상 등 자연 풍광을 정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야외 스케치 활동에 주력했다.
또 1991년부터 2000년까지는 동강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으며 회화적으로 완숙기를 맞게 된다. 이 시기에 그는 목우회와 신사회 등 각종 초대전에 출품했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는 인물에 치중하고 있고, 그 연마를 위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미술에 입문한 지 50년째를 맞았지만 그의 작품은 남도의 자연 풍광을 소재로 하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물상을 바라보고 생명을 불어넣는데 주력해왔다. 일관되게 자연을 소재로 구상적인 그림에 천착해온 것이다.
그의 화폭 속 선들은 단순하면서 소박하고 현란하지 않는 색채로 차분한 조형감을 형성하고 있다. 소박하고 겸허하며, 단순하고 명료하며 건강함의 원초적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를 소설가인 김신운 전 동강대 교수는 자연을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인지하는 평을 한 바 있다.
특히 화단의 모두가 변화를 추구할 때 그는 획기적 변화보다는 자신만의 회화적 특성을 안정감있게 끌고 오는데 집중했다.
"나는 화가들이 시류에 너무 영합하는 풍조가 있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변화를 추구하라고 주변에서 많은 주문과 이야기들을 전해왔지만 변화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어서 변화보다는 그 변화를 위한 공부와 연구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다 인물에 치중하게 된다. 일전에 서울 예일화랑 고 김석원 관장이 ‘내 그림을 잘 표현하는 것은 인물이 아니겠느냐’면서 인물에 치중할 것을 주문해 인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지속해왔다. 그는 누드든, 인물화(코스튬 costume)든 간에 가리지 않고 좋은 모티브가 있으면 그릴 생각이다.
풍경도 좋지만 누드 등을 잘 연구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반응들이 있어서다.
"풍경은 잘 맞추면 되는데 반해 누드는 데생부터 예리한 관찰이 요구되고 묘사를 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죠. 나는 단순한 풍경작가가 아니라 풍경이든, 인물이든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에게 화가의 삶과 교육자로서의 삶에 대한 물음에 "후회없다"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제가 만학도로 대학공부를 했습니다. 28세때 대학에 들어갔으니까요. 늦게라도 이 정도까지 제 자신을 끌어올리고 명색이 대학교수가 되고 한 것은 순전히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했던 그림을 잘 풀면서 오늘날까지 온 셈이죠."
그러면서도 젊은 세대들에게 당부말을 잊지 않는다.
"일부 젊은이들이 그림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팔순을 향해가는 나는 아직도 그림에 관한한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깊이있게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화실에 나와 작업을 하는 것도 더 숙련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갖고 있는 작품들 어떻게 할 생각인지를 묻자 기증의사를 피력했다. "제 작품들을 근무했던 옛 직장들에 기증할까 생각중이에요. 남들은 예술은 남는다, 오래 간다고 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을 귀결하기에는 부끄럽습니다. 내가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인물에 주력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특이한 관점으로 인물을 접근하며 작업을 계속해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보이는 그대로 했는데 단순화하고 형상화시킬 거예요. 물론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매일 두세시간 집중하면 쉽게 피곤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업은 작업대로 끌고 갈 생각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삶에 만족을 합니다."
최근에 그는 추상이 아닌, 사실주의 회화인 ‘무등산 조망’을 끝마쳤다. 다음 그가 그릴 인물이 자못 궁금하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화가 김충곤은
△전남 나주 출생 △광주사범학교 졸업 △조선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및 동대학원 졸 △ 광주·서울 등서 개인전 4회△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 △전라남도 미술전람회 특선 △광주비엔날레 개최 기여 감사장 △광주시미술대전·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동신중고·여고 교사 △동신전문대 응용미술과 교수 △연공상(교육부장관상)△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목우회·전우회 회원 △광주시미술대전·전라남도미술대전·무등미술대전 심사위원 △광주미술상 운영위원 △중앙도서관 등에 작품 소장 △광주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한국미협·광주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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