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안타까운 삶의 하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보고도 보지 못하는 삶이 아닐까.
물론 보고도 못 보았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허다한 세상이다.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도 부지기수로 보이는 요즘이다.
못볼 것을 보았다고 혀를 끌끌 차는 일도 넘쳐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우리네 삶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아야 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또 자신의 능력이 미천함에도 불구하고 눈만 높은 사람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을 의미하는 안목(眼目)의 문제와 모두 맞닿아있다 하겠다.
안목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만이 판을 치게 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 시대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눈(目)은 시각정보를 수집해 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감각기관이다. 어디까지나 이는 학술적 풀이일 뿐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것들을 보며 살아간다.
그래서 복잡하고 정체성이 모호한 시대, 양심이나 가치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에서 눈의 고생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오랜 역사 이래 지금처럼 눈이 고생하는 시대는 따로 없었을 것이다. ‘눈의 수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눈의 수난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한 속도와 경쟁만 강요하는 사회 때문이다.
숲을 보기보다는 빌딩을 먼저 보고 살아간다. 각종 시각물에 노출된 사람들은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럼에도 세상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난다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시야(視野)가 좁혀질대로 좁혀져 더 볼 것을 못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다 있던 시야마저 스스로 외면하거나 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시야가 좁아진데다 화까지 넘쳐나다 보니 날이면 날마다 조용할새가 없다.
그러나 이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증거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눈이 없으면서도 멀쩡하게 두눈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격이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각 장애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성공을 써나가거나 눈이 보이든, 안보이든 간에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구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감각기관인 눈은 보이지 않거나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마음의 눈은 어느 누구보다도 총총하게 빛났다는 점이다.
눈을 잃은 화가들만 보더라도 그들 모두 마음의 눈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마음의 눈이 얼마만큼 중요한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감각기관인 눈보다도 정작 중요한 것이 마음의 눈이라는 것이다. 삐딱한 사람의 눈에는 삐딱한 세상만이 보일 것이고, 응큼한 사람의 눈에는 응큼한 세상만이 보일 것이다. 모든 윤리나 가치, 양심을 던져버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사람의 눈에는 그런 세상만이 보일 것이다.
어떻게 보고 사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죽음 앞에서 후회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리네 삶은 딱 한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이제는 다른 사람, 다른 삶을 보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불볕더위가 물러나고 가을이 왔다. 이 가을, 마음에 안식을 안겨주자. 그러면 침침했던 마음의 눈이 밝아지지 않을까. 안구(眼球)가 정화될 일만 넘쳐나는 가을이기를 희망한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