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화가인 밥 딜런(75·Bob Dylan·본명 로버트 앨런 지머맨)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10월13일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가수로 대표되는 인물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것도 이미 10년 동안 늘 노벨문학상 물망에 올랐던 그가 진짜 수상자가 된 것이다.
밥 딜런은 1960~70년대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가사와 포크 음악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미국 포크 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수이자 대중음악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밥 딜런은 영국의 정치가인 윈스턴 처칠(1874∼1965), 영국의 철학자·수학자인 버트런드 러셀(1872∼1970), 프랑스의 사상가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에 이어 네번째 비문학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스위스 왕립과학원은 그의 노래에 대해 "귀를 위한 시(詩)"라며 극찬했고, 노벨 재단은 밥 딜런이 "미국 가요 전통 안에서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낸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노벨 재단의 평가는 그가 노랫말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근거를 인정한 셈이다.
가수가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긍부정이 극명하게 갈리지만 올해의 수상자는 일본 소설계의 거장인 무라카미 하루키도,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시인인 고은 시인도 아닌 밥 딜런이다.
밥 딜런의 노벨상문학상 수상은 대중가수 최초 수상이자 1993년 토니 모리슨 이후 20여만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밥 딜런은 가사를 쓰는 능력이 출중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신랄하고 예리한 발언들을 많이 쏟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똑부러진 발언을 자주 한 그의 삶이 늘 유쾌했던 것은 아니다. 이혼과 마약, 불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삶은 명암이 혼재했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밥 딜런은 자기세계가 분명하고 완성도가 높은 가수 중 한명이었다.
그래서 국내 대중음악계에도 미친 영향이 작지 않다. 1970년대 한국 포크음악계를 수놓았던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등은 물론이고 그 후세대인 김광석과 같은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반전과 평화의 상징곡이자 히피들의 찬송가로 평가받는 그의 대표곡 ‘Blowin‘ In The Wind’를 음미해본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요//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봐야 백사장에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요//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요//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중략…/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달을까요/…후략…’
이 곡은 1962년에 발표돼 50년이 지난 노래임에도 여전히 강렬한 메시지를 뽐내는 듯 하다. 지구촌 곳곳에 평화가 아닌, 전쟁의 참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그래서 밥 딜런의 이 노래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에게 강렬하지도 않고, 유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12월10일 시상식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고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첫 대중가수의 노벨문학상 시상이 가능하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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