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빛가람혁신도시 이후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택지난이 심화되면서 광주·전남지역의 주택건설 물량은 수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뿌리를 둔 주택건설업체들은 개발 수요가 있는 타 지역에 활발히 진출해 탄탄한 기술력을 과시하며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광주·전남 연고 업체들이 타 지역에서 공급한 아파트는 4만4395가구로, 전년도 3만2013가구에 비해 38.7% 증가했다.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13년 부동산시장이 가장 호황을 누렸던 세종신도시의 경우 민간공급 물량의 71%를 호남지역 건설사들이 차지했으며 2014년 이후에는 부산 정관·명지 지구, 양산신도시 등 전국 대부분의 택지지구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같은 기간 지역내 공급물량은 광주 5940가구, 전남 4302가구 등 총 1만242가구로 전년도 공급물량 1만3903가구에 비해 26.3% 줄어들었다.
이는 지역건설사들이 기업경쟁력 향상과 합리적인 경영에 힘쏟고 철저한 사업성 검토와 현지조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부지를 매입하면서 앞선 투자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들 800여 업체의 구심점인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9대 회장에 최근 박재홍 영무건설 회장(60)이 회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그는 "서민주거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택품질 개선 노력 뿐만 아니라 회원사 성장 도모와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고 협회를 운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업계의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중앙회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며 "최근 정부의 중도금집단대출 규제 확대로 대다수 건설사들이 금융기관 대출이 막혀 어려움에 봉착한 만큼 쿼터제 도입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4년 동안 주택사업에 몸담은 지역 건설업계의 산증인인 박 회장으로부터 주택경기 전망과 활동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대책이 쏟아지는 등 환경 변화로 주택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많은 만큼 회원사들의 기대 또한 크다. 9대 회장에 취임한 소감은.
△여러가지로 미력한데 800여 회원사의 격려와 후원으로 회장에 취임하는 영광을 가졌다. 취임의 기쁨보다는 앞으로 주택 부동산시장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어깨가 많이 무겁다.

- 역점 사업을 꼽는다면.
△ 임기동안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협회의 대외적인 위상을 높이고 회원사들의 사업역량 강화, 주택사업 여건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대내적으로는 더욱 더 내실있는 협회 운영을 통해 회원사의 입과 손, 발의 역할을 다하는 데 그 소임과 책무를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회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합리적인 대안 마련에 힘쓸 생각이다.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한 인허가청은 물론이며 유관기관·단체들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
구체적으로는 주택사업의 원자재인 택지 부족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건설사 중심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적극적인 민자유치사업 및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토록 할 생각이다. 또 글로벌 시대에 대비해 해외주택사업 정보 교류에도 관심을 갖고 다양한 세미나를 통한 선진화 방안 모색과 더불어 현재 주택시장의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 미분양 증가 등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800여 회원사를 독려하고 결속시키는 데 주력하겠다.

- 주택대출 금리가 오르고 아파트 청약 열기가 꺾이는 등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역 주택업계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벗어난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반등을 시작해 지역 주택건설업계는 호황기를 보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돌입하면서 주택사업에 필수불가결한 중도금집단대출 규제로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당장 재원을 충당하지 못해 주택사업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제는 경착륙에 대비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업계의 애로사항과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은.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가장 문제다. 주택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사업 자체를 아예 포기해야 할 정도로 과도한 규제다. 중도금 대출을 한꺼번에 틀어막는 방식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결국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미분양물량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입지여건 등에 따라서는 실수요가 충분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해 업체별 쿼터제를 선별적으로 도입하거나 수요자의 변제 능력에 따라 대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타격이 큰 지방업체를 배려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반드시 완화해야 한다. 중앙회와 연대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겠다.
또 분양주택 기본형 건축비의 70%에 불과한 임대주택건설을 위한 표준건축비 현실화도 시급하다. 정부 정책에 따른 택지공급 감소와 인위적인 분양주택 공급 감소정책으로 민간건설사들이 자연스럽게 임대주택 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지난 6월 무려 7년여만에 5% 인상하는 데 그쳤다. 표준건축비가 동결된 7년간 자재, 장비, 노무 등 각종 건설공사비가 20% 상승했고 소비자물가도 15%이상 올랐다.
서민주거복지를 위한 임대주택의 안정적인 공급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정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라도 분양주택 기본형 건축비의 90%선까지는 인상돼야 한다.

- 협회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 우리 협회는 1994년부터 23년째 생활여건이 어려운 국가유공자들과 그 유족들의 노후 주택 개보수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보수한 주택만 186가구에 달한다. 2014년부터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추천을 받아 형편이 열악한 광주전남 사회복지시설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보수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고대학생에 대한 장학금지급, 불우이웃돕기 성금 전달, 사랑의 연탄 나눔 등 지역사회와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 광주·전남도회는 타 지회와 다르게 회원사의 추대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 다른 시·도회와는 달리 초대 회장때부터 규정상 중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협회 회원사들의 단합과 화합 차원에서 회장직을 한번만 수행하는 것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를 위해 회장 입후보부터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경선보다는 회원사들의 뜻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단일후보 추대 방식을 택하고 있다.

- 800여 회원사와 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배려와 도움으로 광주·전남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이 전국에서 주택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호황기였던 주택사업이 힘들어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협회를 구심점으로 난제들을 극복해 나가야 할 때다. 앞으로도 서민 주거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아파트 품질개선은 물론 사회공헌사업에 적극 나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해 나가겠다. 수도권 소재 대형건설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 드린다.

<프로필>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자과정 수료
-전남대학교 산업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호남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대학원 수료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장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감사·부회장 역임
-현 대한주택건설협회 중앙회 비상근감사, 법무부 보호관찰위원협의회 위원장
-은탑산업포장, 메세나상 수상(2011년)
-제15회 용봉경영자대상(2015년)

정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