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에 사는 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몇 가지가 있다. 때맞춰 내리는 비와 도시로 간 자녀들의 연락, 그리고 집배원이다.
이처럼 우편 사업은 국민의 귀와 입이다. 전남지방우정청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우편사업과 예금사업, 보험사업 등 크게 3가지를 다룬다. 가장 큰 것은 우편사업. 현재 우리 지역에 있는 우체국은 390여개로, 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전남지방우정청은 우정사업경영평가에서 지난 3년 연속 최우수상을 탄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편, 예금, 보험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최우수청으로 선정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지난 8월 취임한 김성칠 전남지방우정청장(54)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웠던 이유다.

△취임 후 바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나.
-벌써 두 달이다. 취임 후 첫날은 을지연습에 유관기관 방문을 마치니 곧바로 추석이더라.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을 거쳐 우정사업본부 종합감사 수감, 지역 총괄우체국 방문 등 쉬지 않고 달리는 느낌이다.
특히 직원들과 외부 인사들을 두루 만나 소통하면서 전남우정청의 각종 현안을 살피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손이 뻗치지 못했으나, 큰 틀에서의 업무 파악은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한다.

△전남지방우정청은 타 지방우정청보다 경영 실적이 월등히 좋다. 신임청장의 입장에서 볼 때 전남청이 우수한 성적을 자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런 성과들은 역시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광주·전남 지역 우체국 직원 모두의 ‘친절함’이 빚어낸 결실이다. 전남우정청은 타 기관보다 먼저 고객 만족(CS)에 초점을 맞췄다. 본격 모든 공기관에 CS 개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사내 교육실을 마련해 고객 응대 방법 등을 배웠다더라.
또 지난 리우올림픽 당시 펜싱 에페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가 결승전을 치를 당시 혼잣말로 외웠던 "할 수 있다"는 주문이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마음 속에도 있었다. 어렵고 힘든 사업 여건 속에서도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어진 목표를 위해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현재 전남지방우정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무엇이 있나.
-취임사에서 강조한 세 가지 키워드가 바로 ‘고객 감동’, ‘직원 행복’, ‘전남청 최고’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연결돼있다. 우체국 직원은 공무원이지만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리는 시간보다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더 많은 감정노동자들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에게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전남청이 최고에 오를 수 있다.
때문에 ‘직원 행복’이 역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근하고 싶어 하는 직장, 직원이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시무식 때 전 직원이 본인의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것 한 가지씩을 서약해 건강나무에 걸었다. 연말 목표 달성 결과에 따라 포상을 할 계획이다. ‘칼로리 건강계단 오르기’ 캠페인도 추진 중이다.
또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주제로 포토갤러리 콘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본인이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 가족과 행복한 순간 등의 사진을 제출하면 액자를 만들어주고 책상에 놔두게 하는 내용이다. 이 중 우수작을 선정해 인센티브도 주고 로비 등에도 전시할 예정이다.

△ 부족한 점도 다수 발견했을 듯하다. 보강해야 한다고 느꼈던 사업이 있나.
-예전에 비해 공직 사회가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는 권위주의가 강해 딱딱한 면이 없잖아 있다. 청장 취임 이후 이를 타파하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게 업무보고다. 얼마 전 감사실까지 완료했는데, 통상 업무보고는 과장급이 일선 직원의 업무보고를 취합, 보고한다. 아다시피, 이런 분위기에서는 누구 하나 먼저 손을 들고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상사 눈 피하기 바쁘다.
그래서 업무보고 체계를 완전히 바꿨다. 각 직원에게 자신의 사진과 하는 일,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일할지, 자신의 소개 글을 아주 간략하게 한 줄씩 적으라고 했다. 조건이 있다. 그 업무보고 내용이 나를 10초 안에 웃겨야 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던 직원들이 차츰 특색있고 독창적으로, 때로는 재치있게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차도남, 알고 보면 교회 오빠’ 식이다. 단순한 업무보고를 떠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표현들이 다들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특히 직원 간 서로 몰랐던 점들을 알게 돼 한층 더 친해졌다더라.
업무보고도 회의실이 아닌 북카페 등 열린 공간에서 하도록 했다. 이런 업무보고를 각 우체국으로 확산하고 향후에는 부서 간 만남, 현장 간 만남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취임 당시 직원들에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분야, 조직문화, 청장에게 바라는 점 등을 아무거나 간단히 써달라고 했다. 이걸 확인하며 하나 둘 실천할 계획이다.

△농어촌이 대부분인 전남에서는 우정청의 역할이 크다. 주민의 ‘입’과 ‘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에 따라 우체국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시골에 있는 오래된 우체국들이 연이어 문을 닫고 있는데, 이를 위한 대책이 있나.
-사실 힘든 점이 많다. 전체 수입의 65%가량을 차지하는 일반(통상)우편이 예전엔 55억통 정도 됐으나 지금은 35억통 수준이다. 그러니 매년 억단위의 적자가 난다. 때문에 통폐합이 사실상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공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익성을 고려해 부동산 임대 사업, 알뜰폰 판매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우체국 통폐합, 시간제 우체국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체국 통폐합은 올해 지산동과 안도를 끝마친 상태로, 통폐합된 자리에는 출장소를 뒀다. 우편 접수 창구와 금융 ATM기를 설치해 기존 업무를 그대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특정 시간에만 운영하도록 해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줄이면서 공익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정청과 우체국이 분리돼있어 일선 현장을 자주 들리기엔 한계가 있을 듯한데.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신조어가 있듯, 일선 현장에도 자주 들러 직원들과 소통하려 한다. 추석 때 우편물 소통기간에는 우편집중국에 가 현장 직원들과 함께 소포 우편물 분류 작업을 했다. 직접 현장에서 같이 땀을 흘려보니 앉아서 보고만 받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라.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많이 마련하도록 일정관리를 해달라고 간부들에게 부탁해놓기도 했다.
우정청 직원들과는 ‘동고동락’ 프로그램을 진행, 영화 관람이나 야구 응원, 등산 등을 함께 하고 있다.
임직원 간의 소통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얼마 전 간부들에게 그늘 밑 작은 나무의 양분을 빨아들이는 ‘큰 나무’가 아니라 옆의 사람을 키워주는 ‘큰 사람’이 돼야 한다는 ‘큰나무 큰사람’ 이야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지역 우체국에서 ‘큰사람 큰나무 콘서트’를 한다더라. 간부와 임직원 간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내용인데, 자세한 내용과 추진 과정, 결과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 향후 전남지방우정청 전체로 확대하면 좋지 않겠느냐.

△취임 전 우정공무원교육원장으로 재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의 경험이 우정청 경영에 보탬이 될 듯한데,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나. 특히 직원들 교육에 신경이 많이 쓰일 듯하다. 준비 중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교육원장 재직 시절, 혁신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 입장이 된다고 생각하면 개선점, 혁신할 곳이 보인다.
교육원에 있을 때 직원들로부터, 혹은 직접 돌아다니면서 문제점을 파악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강의실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이전에는 강의실 명이 별다른 순서가 없는 숫자로 구성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강의실 명에 좌우 방향을 넣도록 해 찾아가기 쉽도록 만들었다.
그 다음 생각한 게 우정공무원들 대부분이 감정노동에 시달린다는 문제였다. 교육원이라고 꼭 강의나 딱딱한 교육만 하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힐링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이 와서 2박 3일간 업무를 잊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교육원 내 잔디 축구장에 캠핑장을 조성, 직접 음식을 사오고 조리도 하고 하는 내용이었다. 나중에는 프로그램 경쟁률이 굉장히 높아져 뿌듯했다.
이처럼 전남지방우정청에도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

△올해도 경영평가 최우수청을 수상해야 할 텐데, 이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나 과제가 있나.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우편사업의 혁신과 성장, 금융사업의 내실 있는 운영, 미래지속성장 기반 강화, 창조경제 지원과 국민행복 실현을 4대 과제로 세웠다.
먼저 적자인 통상우편사업보다 소포, 즉 택배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자상거래에도 힘쓴다. 이미 각 과에 전자상거래(EC) 담당자를 두게 했고 11일에는 서광주우체국, 화순우체국, 완도우체국 등 지역 8개 우체국 각각에 전자상거래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직원 한 명씩을 뽑아 ‘EC 마스터’로 임명했다.
또 우체국-지자체-농어촌간 협력모델을 바탕으로 계약택배 발굴 등 신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우체국 통폐합과 동시에 시간제우체국 운영을 확대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업무성과와 능력에 근거한 성과 중심의 인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직원이 행복한 우정청, 출근하고 싶은 우정청을 만들어 혁신의 발판을 다지겠다. 이를 통해 올해도 경영평가 최우수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성칠 전남지방우정청장 프로필>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제35회 행정고시
-주홍콩 총영사
-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장
-중앙공무원교육원 연구개발센터장
-우정공무원교육원장
-주중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김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