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닭의 해가 새롭게 떴다. 우리 사회가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 새해를 맞은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화될까. 전반적으로 저소득층을 배려한 지원정책이 늘고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올해 새로 시행되거나 달라지는 분야별 제도를 살펴본다.

대출 까다롭고 상환부담 커지고
올해 은행권에서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할 분야는 주택 대출이다. ‘소득심사 강화, 분할 상환’ 원칙이 확대 적용돼 대출은 더욱 까다롭고 상환부담이 높아진다.
제 2금융권 대출도 은행·보험사처럼 까다로워진다.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주택담보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소득 심사가 강화된다.
소득 증빙이 어려운 농어민은 가구 특성을 반영한 소득 증빙 방식이 적용된다. 또한 분할 상환 원칙에 따라 만기 3년 이상, 3000만원 초과 대출은 매년 원금의 30분의 1씩 나눠 갚아야 한다.
집단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 아파트 분양이 어려워진다. 1월 1일 이후 분양 공고된 아파트의 잔금대출 시 소득증빙 자료를 제출해야하고 즉각 분할 상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존 집단대출시 은행은 분양대상자의 소득증빙서류 없이 대출을 승인해왔다. 집단대출은 주택금융공사와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등 안전장치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부턴 개별 대출자가 소득 증빙을 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야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잔금대출을 받으면 아파트 입주 후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기존에는 거치기간 5년까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도 됐다.
전세금 대출은 대출자가 원하는 경우 대출금 일부를 나눠 갚을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된다. 기존엔 대부분 일시상환으로 갚아야 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시장금리 상승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이 부채 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정책 모지기(주택담보대출)상품인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소득 제한이 없었다.

기초·장애인 연금혜택 확대
기초연금·장애인연금 대상자를 선정기준액이 상향 조정돼 ‘월 100만원 초과 119만원 이하’ 구간의 독거노인과 장애인도 연금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대상자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기준 100만원에서 119만원으로, 부부가구는 160만원에서 190만4000원으로 각각 상향된다.
선정기준액은 65세 이상 중 70%가 기초연금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설정한 기준액을 말하는데,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일 경우 기초연금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단독가구 ‘100만~119만원’ 구간과, 부부가구 ‘160만~190.4만원’ 구간에 있던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도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선(기준 중위소득)도 올해 4인 가구 기준 439만원에서 내년 447만원으로 1.7% 인상되고, 생계급여의 선정기준이 기준 중위소득의 29%에서 30%로 확대됨에 따라 생계급여 수급자수가 확대될 전망이다.
차상위 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유도하기 위해,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기준 중 하나인 배기량 2000㏄ 미만(차량가액 500만원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대해 소득환산 기준을 완화했다.
또 일하는 취약계층이 3년간 저축한만큼 정부에서 같은 금액을 매칭 지원해 자산형성을 돕는 ‘희망키움통장Ⅱ’의 가입·유지조건을 완화했다.
주거·교육급여 수급가구 및 차상위가구는 모두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가입기간 중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70%까지 증가한 가구도 통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양육 지원 늘고 무료 폐암검사 도입
국민의 일상적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복지·의료 분야 개편도 눈에 띈다.
양육비를 지원받는 대상 범위가 넓어져 저소득층의 양육비 부담이 덜어진다. 기저귀 비용 지원 대상 영아의 나이가 올해부터 생후 12개월 이하에서 24개월 이하로 확대됐다. 시설보호 아동과 조손가정도 조제분유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에는 산모가 사망하거나 에이즈 등 질병으로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경우만 지원받았다.
영아종일제 지원 대상도 만 1세이하에서 만 2세이하로 확대됐다. 지역별 공동육아나눔터 지원 대상도 52개에서 66개로 늘어난다. 한부모가정의 아동양육비 지원단가가 월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처음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이 시행된다. 가족 유형별·생애주기별 부모교육 매뉴얼 및 콘텐츠를 개발하고 취약가정 부모를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상담이 시작된다. 현장에서 실무를 맡을 부모교육 전문강사도 500명 양성한다.
전국 8개 권역 지역암센터에서 장기 흡연자에게 무료로 폐암검진을 해준다. 지원 대상은 만 55세 이상 74세 이하로 ‘30갑년’ 이상인 흡연자 8000명이다. 갑년은 평균 담배소비량에 흡연기간을 곱한 수치로, 30갑년은 1일 1갑 30년, 혹은 1일 2갑 15년 등이 해당된다.
군부대·학교 등 집단시설 종사자에게 잠복결핵검진이 의무화 됐다. 의료기관 종사자 12만명, 어린이집 영아담당교사 14만명,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2만명, 노인·장애인·정신요양시설 종사자 10만명, 군입대 예정자 34만명 등이 의무화 대상이다. 이들에게는 각각 4만원의 결핵검진비가 지원되며 확진 판정자는 무료 치료제를 제공받는다.

부자증세와 세액공제 확대
생활에 밀접한 세금분야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부자증세’ 실현이다. 지난해 국회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했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구간이 새롭게 만들어져 해당 구간 세율을 40%로 확정했다. 해당 세율을 적용받을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3.6%(6000명, 2014년 기준)다. 양도소득세 납세자까지 포함하면 총 4만 6000명이 증세 구간에 포함된다.
전용면적이 60㎡을 넘는 주택을 3채 이상 전세 준 집주인은 올해부터 임대소득세를 내야한다. 기존에는 85㎡이하 주택의 전세 수입은 과세대상이 아니었다. 소형주택의 범위가 85㎡이하에서 60㎡이하로 강화된 결과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소득에 따라 공제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기존에는 연봉에 상관없이 최대 300만원으로 일괄적용됐다. 올해부터는 연간 총 급여가 1억 2000만 원이 넘는 근로자에 한해 공제한도가 100만원 줄어든다.
고소득자의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도 줄어든다. 기존 400만원 한도에서 연금계좌 납입액의 12%만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연봉 1억 2000만원 이상일 경우 3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상속·증여세 신고세액에 대한 공제는 축소된다. 기존에는 상속세는 3개월 이내, 증여세는 6개월 이내 자진신고를 하면 산출세액의 10%를 공제 해줬지만 올해부터는 7%로 축소된다.

12년 만에 전기요금제 개편
지난해 ‘요금폭탄’ 논란으로 공분을 샀던 전기요금제가 12년 만에 변경된다. 전기요금 혜택과 대상도 늘어난다.
기존 6단계 11.7배로 설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3단계 3배수로 조정된다. 정부가 ‘3단계 3배수’를 골자로 한 세가지 가안을 내놓았는데 어떤 안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전체 전기요금 할인 폭은 1조 2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4인 도시 가구의 봄·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42kWh(4단계)로, 기존 제도에 따르면 5만3000원(부가가치세·저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의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여름철 1.84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가동하면 441.6kWh를 추가로 쓰게 되면서 6단계(501kWh 이상)에 속하게 돼 전기요금은 32만1000원으로 치솟는다.
그러나 3단계 개편안이 시행되면 전기요금은 17만원가량으로 대폭 줄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구간별로 동결(300kWh)∼51.2%(1000kWh)의 할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어떤 개편안이든 전력사용량이 1000kWh 이상인 ‘슈퍼 유저’(Super User)에 대해서는 동·하절기에 한해 기존 최고요율(709.5원)을 적용키로 했다.
취약계층과 사회복지시설, 교육기관의 할인 혜택도 커졌다. 출산 가구를 취약계층에 포함한 것은 특징적이다. 유아가 있어 장시간 냉·난방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가 고려한 것이다. 출산가구는 월 1만5000원 한도 내에서 전기요금의 3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정액 할인 한도는 현행 월 8천원에서 1만6000원으로 두 배 늘렸다.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는 할인금액을 2만원으로 증액한다.
다자녀·다가족 가구의 요금 할인율은 현행 20%(3자녀 이상·월 1만2000원 한도)·한 단계 낮은 요율(대가족·월 1만2000원 한도)에서 30%(월 1만5000원 한도)로 늘렸다.

일상생활 등 그 밖에 변화
일상생활 곳곳의 변화도 감지된다.
올해부터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를 들고 직접 구청에 방문해 신고해야했다. 인터넷 출생신고 지원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하반기부터는 출생아의 보호자가 정부민원포털 사이트인 ‘민원 24’를 통해 직접 출생신고를 마칠 수 있다.
아마추어 축구팀과 프로 축구팀이 함께하는 통합리그 디비전제도 도입된다. 디비전은 프로, 세미프로, 아마추어 3개로 분류되고 각 디비전은 리그로 다시 나뉜다. K1, K2 리그는 프로, K3. K4리그는 세미프로, K5~K7리그는 아마추어 디비전에 포함된다. 각 리그별 상위팀은 상부 리그로 승격, 하위팀은 하부리그로 강등된다. 기존엔 K리그클래식(1부리그)과 K리그챌린지(2부리그)로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독립적인 K리그내셔널리그(실업축구), K3리그(아마추어)가 있는 형태였다.
통상 월요일에 문을 닫던 국립 박물관도 올해부턴 연중 내내 문을 연다. 정부가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의 월요일 휴무제를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이로써 광주시민들은 월요일에도 국립광주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조치는 늘어난 문화·관광 수요에 대응하고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번 달부터 군인은 인상된 봉급을 받는다. 지난해보다 9.6% 올라 계급당 기본급은 이병 16만 3000원, 일병 17만 6400원, 상병 19만 5000원, 병장 21만 6000원이다. 41만 5000명의 병사와 상근예비역 1만 6000명 등 43만 1000명이 대상이다.
반려동물 관련 과태료가 5만원으로 통합된다. 목줄 미착용, 배설물 미처리, 동물등록 미실시 등 적발 시 일괄적으로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존에는 위반행태와 적발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5만원부터 40만원까지 차등적용됐다. 적극적인 단속을 위해 재정비됐다. 하반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고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