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사랑받는 변호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최근 제54대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선출된 최병근(54) 변호사는 갈수록 좁아지는 법률시장 확대와 지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변호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변호사회 회장 임기는 오는 1월23일부터 2년간이다.
최 변호사는 광주에서 20년 이상을 활동하는 등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변호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도 해왔다. 회장 출마 전부터 협회에 산적한 현안 문제도 꼼꼼히 챙겼다. 최 변호사는 임기동안 1기업 1변호사 제도 정착, 여성 변호사 복지증진, 무료변호인단 구성, 소액 사건 수임 확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지원 사업 정착, 대한변호사연수회의 여수 유치 등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최 변호사를 만나 선출 소감과 앞으로의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제 54대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소감은.
△광주에서 변호사로 개업 한지 20년이 됐다. 앞으로 2년간 광주지방변호사회와 지역사회의 법률문화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 한편으로 변호사회에 산적한 현안과 우리나라 법률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많아 어깨가 무겁다. 임기 동안 풀 수 있는 문제는 풀어내고, 장기적 노력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의 초석을 닦겠다.

-회장 선출후 회원 사무실을 모두 찾아가 인사를 했다고 들었다.
△이번 선거가 혼자 출마한 신임투표임에도 회원의 총 60%이상이 투표했고, 그 중 90%이상이 신임을 해줬다. 변호사들의 바쁜 일상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투표율과 지지율이다. 그만큼 현재 법률시장의 문제에 대해 회원들의 관심이 많고,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관심과 기대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현재 광주지역 활동 사정은 어떠한가. 타 지역에 비해 여건이 좋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광주지역(순천, 목포, 해남, 장흥 포함)의 변호사 증가추세가 매우 가파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수가 450여명에 이르고(휴업회원까지 포함하면 524명), 내년 초에는 500여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광주·전남지역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로스쿨 제도를 통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1500명 선으로 사법시험제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정된 사건 수에 비해 급격히 늘어 변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광주·전남은 타 지역에 비해 상·공업시장이 크지 않아 그만큼 소송 건수가 많지 않고 소송 가액이 큰 사건도 적다.

-변호사 회원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많은 법조인이 배출돼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지고 공익소송만을 다루는 공익법률사무소가 생기는 것 등은 환영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법률 전문가들이 할 일을 구하지 못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변호사의 적정수 공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우선 변호사회는 변호사의 윤리의식을 함양하고, 브로커나 불법 사건 수임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엄격히 해 ‘인권의 파수꾼’으로서의 변호사 본연의 책무를 회원들이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선거 공약 가운데 변호사 일자리 창출에 앞장 선다고 했다.
△핵심적인 공약은 1기업 1변호사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광주·전남지역의 중소기업들은 타 지역에 비해 법률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부족한 편이다. 사업자의 경우 계약, 노무, 세무 등의 비용은 세법상 비용처리가 되기 때문에 변호사의 도움을 일괄해서 받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막연히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 생각하고 필요한 법률적 자문을 도외시하다가 결국 일이 커져 소송단계에 이르러서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중소기업들과 변호사들을 연계해 단순히 변호사의 일자리 양성 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들이 충분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겠다.
회장 선거 출마 전부터 ‘예방법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사람들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를 ‘예방의학’ 이라고 한다. 이제 법률분야에서도 분쟁 발생 전 계약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법률분석을 통해 분쟁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아주 큰 금액의 계약이나 심지어 큰 규모의 M&A를 하면서도 법률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법률 문외한인 당사자끼리 대충 상식선에서 계약을 하고 만다. 결국 소송단계에 이르러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계약단계부터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예방법학’을 고려해 볼 때다.

-여성 변호사 복지 향상을 위한 공약도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됨에도 불구, 직장의 워킹맘들은 여전히 출산, 육아 등에 있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지역 여성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여성변호사들의 임신, 출산 등 휴직기간 동안 변호사 회비를 면제하는 방안을 확대하려고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인근의 어린이집과 MOU를 체결해 육아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 보고 있다. 법무법인 등에서 근무하는 여성변호사들의 경력단절실태 등도 조사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려 한다.

-내년 12월 31일 사법시험이 폐지될 예정이다. 그리고 여전히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를 통한 법조인 양성이 내년이면 만 8년이 되고, 제6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지게 된다.
사법시험제도를 통해 법조인이 된 한 사람으로서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법률가가 어떠한 제도를 통해 양성될 것인지는 국회를 통한 국민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로스쿨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애초에 설계했던 바람직한 법률가를 양산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고도 법률가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 검토해야 한다.

-현재 법조 시장은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숫자 증가로 인해 격화되는 경쟁 일로에 있다.
△맞는 말이다. 현재 사법시험 존폐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해 선발되는 변호사 수를 적정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내년 변호사 수를 제한하고자 하는데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도 변호사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증가된 변호사가 어떻게 하면 상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변호사가 법원의 소송업무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각 종 관공서나 공공기관, 또 일반 기업체 등 예전과는 달리 각계각층에 변호사들이 진출하고 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기업체에 준법감시인제도 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우리 변호사들 또한 직역확대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시민들과 함께 하는 광주지방변호사회라는 차원에서는 막연히 ‘변호사의 문턱이 높다’는 시민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우리 변호사들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금과는 달리 광고나 홍보를 통해 소액사건이나 간단한 신청사건들도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려 한다. 물론 지금까지 해 왔던 프로보노활동(봉사활동), 사회이슈가 되는 소송사건에 대한 무료변호인단을 지원하는 일도 좀 더 확대하려 한다.
변호사회 차원에서는 매년 한 번 씩 열리는 대한변호사협회 주최의 변호사연수대회를 우리 지역인 여수에 유치하려고 한다. 자연경관과 관광여건은 말할 필요도 없고, KTX로 교통여건이 좋고, 숙박시설이 충분한 여수로 변호사연수대회를 유치해 광주변호사회의 위상도 높이고 지역 관광산업에도 이바지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회원과 지역민들께 한 말씀.
△광주지방변호사회는 지역민의 든든한 친구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광주지방변호사회를 찾아주길 바란다. 협회 회원들은 언제라도 도움을 드릴 준비가 돼 있다. 뽑아 주신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임기 동안 열심히 뛰겠다. ‘대한민국 변호사’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자랑스러운 변호사회를 만들어 보겠다.

<프로필>
△전남 화순 출생
△광주 대동고 졸업
△전남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전남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행정법)
△광주지방변호사회 공보·국제·사업이사·제1부회장
△화순 YMCA 이사장 역임
△광주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 위원 역임
△광주시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광주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광주시 고문변호사
△한국전력공사 고문변호사
△제 54대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이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