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는 군산 및 목포와 함께 호남 3대 근대도시로 꼽힌다. 일제 강점기 유서깊은 건물들이 다수 산재해 있다. 나주 전역을 엄밀히 접근해보면 역사문화의 도시가 조금 더 설득력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대유산이 즐비한 영산포의 존재를 알고 나면 나주가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하는 측면에서도 타 도시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또 호남을 대표하는 역사적 유산들이 나주 일대 곳곳에 산재해 있어 마치 역사를 머금고 서있는 현대도시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존재하는 도시라 할 수 있다. 즉 전통과 현대가 조화돼 있다는 이야기다. ‘걸어서 역사속으로’를 실천하기에 안성맞춤인 도시인 것이다. 도심 규모가 크지 않아 차량과 도보로 둘러보기에 좋다.
나주를 논하기 위해서는 영산포와 금성관 일대를 짚어봐야 한다. 이 두 곳을 설명하지 않으면 논의가 전개되지 않을 정도로 나주를 대표하는 공간들이다.
영산포를 대표하는 거리는 근대 역사거리와 홍어거리다. 이 두 거리의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과거 영화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영산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은 자명하다.
영산포는 일제 강점기 중요한 위치를 점했다. 일제에 의한 것이기는 했으나 자금의 근대역사로 이야기되어지는 것들 모두 이때 골격을 갖추게 된다. 일본은 내륙침탈의 전진기지로 영산포를 지목하고 헌병부대와 소학교, 우체국이 세워졌다. 그리고 목포를 오가는 배들이 모여들면서 5일장도 형성되고, 은행(식산은행) 등도 들어섰다. 일거리가 있다보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본인들도 영산포에 머물렀다. 이는 영산포의 가치를 일찍 간파한 결과 이뤄진 것들이다. 일본은 내륙침탈의 전진기지로 영산포를 지목했다. 목포항에서부터 내륙 깊숙히 침탈하는 데 영산포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산포는 근대 역사거리와 600년 전통의 홍어거리 및 400∼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겨우 골목으로 명맥만 잇고 있는 죽전골목이 어우러져 있다. 근대 역사거리가 끝나는 곳에 홍어거리가 있고, 죽전골목은 마을 언덕배기를 타고 근대 역사거리와 홍어거리로 내려와 만난다. 하지만 선창거리와 일부 겹치는 문제도 있었다. 선창거리는 대략 5㎞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이 선창거리 역시 영산포 역사갤러리에서 출발해 마무리된다. 선창거리는 영산포 역사갤러리를 출발해 일본인 지주저택, 오포대, 죽전골목, 홍어거리, 등대, 나주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羅州東洋拓殖株式會社 文書庫), 영산나루, 영산포 풍물시장, 석기내, 궁삼면 항일농민운동기념공원, 앙암바위를 거쳐 다시 영산포 역사갤러리로 돌아오는 코스로 짜여져 있다.
코스만 놓고 보면 선창거리는 영산포의 문화유적을 모두 망라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선창거리는 영산포에만 있는 명칭이 아닌 만큼 고유명사로 소통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각 거리마다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좋지만 방문객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는 대표 명칭은 필요해 보였다. 근대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근대문화의 거리로 부를테고, 식도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홍어거리라고 부를 것이 뻔하다.
근대 역사거리는 영산포 역사갤러리를 중앙에 놓고 좌우로 발전해간 듯한 인상이다. 그 앞 도로를 근대 역사거리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원래 영산포 역사갤러리는 영산포의 변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1908년 이 자리에는 한국에 이주해온 일본인들의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데 주력했던 광주농공은행 영산포지점이 설립된 곳이다. 그러다 1918년 농공은행을 모체로 한 조선식산은행이 설립되면서 영산포 사람들은 식산은행이라고 불렀다. 해방 후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가게로 활용되다가 2012년 9월 나주시가 매입했다. 매입한 뒤 2015년 9월 영산포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역사갤러리로 개관된 것이다. 뒤늦게나마 나주시가 매입하면서 유서깊은 건축물을 지킬 수 있었지만 용도가 자주 바뀌면서 변형이 돼 아쉬움을 더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도 나주 관광사진전을 진행 중인 2층 갤러리는 공사 자재가 쌓여있고, 플래카드가 널브러져 있었으며 갤러리 밖에 데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렇게 공사를 진행하려면 1층 계단 입구에 사진전 안내 배너와 함께 공사 내용을 안내했어야 했다. 섬세한 배려가 부족해 보였다.
영산포 역사갤러리는 영산포의 근대문화를 접하는 데 가장 중심축이 되고 있을 뿐더러 근대문화거리에서 빠져서는 안될 시설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에 관심이 높은 사람은 대체적으로 이곳에서 집결해 영산포 문화유산 답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타지 방문객들에게는 어디부터 봐야 하고, 어디서 답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집결지 표식이 필요해 보였다.
집결지 표시와 함께 도로 곳곳에 안내 이정표를 새겨 방문객들이 쉽게 찾아 답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곳 역사갤러리는 영산포의 역사와 나주의 문화예술인 및 작품, 영산강 전설바위 앙암과 용진단, 홍어의 효능 등 다양한 구성으로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죽도록 사랑해’가 쵤영됐으며, 나해철 시인이 영산포 사람이고, 원로 소설가 문순태의 대하 ‘타오르는 강’이 이곳 앞을 적시며 흐르는 영산강과 영산강 사람 및 그들의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상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또 영산강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56m높이의 앙암바위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영산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러야하는 필수코스의 한곳이다.
12월 기획특집으로 다뤘던 목포 근대 역사의 거리에서 미진한 부분들이 영산포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어 안타까웠다. 잘 묶지 못하다 보니 그렇게 멀지 않는 곳에 자리한 문화유산을 찾지 못해 주민들에게 몇번을 물어 찾아가야 했다. 차로 방문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내비도 작동해봤지만 공간에 대한 이름만 겨우 인지한 상황에서는 한계가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영산포를 관통하는 도로 이정표에 일본인 지주저택을 안내하는 문구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목포에서 겪었던 우려가 영산포에서 재현됐다. 문화유산과 관련된 행정이 철저하게 방문객들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빚어진 일로 받아들여졌다. 방문객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스템의 현실화가 여전히 멀어보였다.
나주 방향에서 다리를 건너 영산포에 도착, 영산강 자전거 종주길이 개통돼있는 둑방을 들어서면 첫번째 만날 수 있는 곳은 황포돛배선착장이다. 나주영상테마파크 쪽에 있던 것을 2008년 옮겨와 그해 5월부터 운행해 이 일대의 외연을 넓히고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곳은 다른 지역은 모두 철선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목선을 운영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방문객들은 모두 목선을 타볼 수 있다는 데 신기해한다는 후문이다.
이곳에는 국내 내륙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물론 돛배선착장만을 집중해 보게 되면 자칫 놓칠 수 있다. 돛배에 시각을 뺏길 수 있어서다. 보기 드문 풍경인 셈이다. 강변에 등대가 놓여있다보니 과거 얼마나 많은 배들이 바다에서 이곳까지 오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배의 길 안내와 안전을 위한 불빛이 된 것이다.
비교적 접근이 용이해 직접 등대를 접할 수 있다. 이곳 등대는 등록문화재 제129호로 영산포 선창의 옛 영화를 증언하고 있다. 세워진 지 100년이 지난 것이다. 1915년 일제에 의해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으며, 수위관측과 등대 기능을 했다. 1989년까지도 수위 관측을 수행했다. 영산포의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상징이자 영산포의 랜드마크적인 시설물로 자리매김됐다. 영산포를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다.
등대 건너편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가 있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는 레스토랑과 카페, 게스트 하우스, 전통찻집 등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영산나루 안에 있었다. 카페 옆에 있는데 레스토랑으로 봐서는 그 펜스안 성류정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무에 가린 안내판은 겨우 눈에 띌 정도였다. 나주 영산포 농지를 수탈하기 위해 1909년 설립, 동양척식주식회사 영산포지점의 문서를 보관하던 건물로, 2층 규모다. 내부 입구에는 ‘영산나루 차(茶) 문화체험 학교’를 안내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고, 찻잔과 식탁, 풍선 등이 눈에 들어왔다. 1920년 목포로 사무실이 이전되면서 사무실 건물은 없어졌고, 현재 붉은 벽돌로 건축된 문서고와 숙직실 일부가 남아있다. 영산나루에서는 이곳을 영산재라 부르고 있다.
사실 이 문서고는 행정기관에서 매입해 등록문화재화 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개인소유로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어 보였다. 많은 변형이 가해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통(외형)만 남았다는 나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리창을 너무 많이 낸데다 카페 건물로 바뀌는 바람에 원형이 너무나도 많이 변화돼 버렸다.
더욱이 나주시가 등록문화재로 추진하려 했지만 소유자와의 협의가 무산돼 끝내 좌초됐다. 역사적 가치가 있어 얼마든지 스토리텔링을 하면 새롭게 거듭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서고는 일제 수탈의 상징으로 영산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실로 작지 않다.
해남에서 이사를 와 7년째 영산포에 살고 있는 주민 박봉조(73)씨는 문서고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둑방으로 운동을 나온 이 주민은 등대 옆에 있는 이정표를 보고서야 문서고를 인식했다. 어디가 있냐고 묻자 "여기서 10m라고 하는 데 어떤 건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영산포여중에서 조성한 화단을 지나 레스토랑 주차장 못 미쳐 입구에는 영산나루 간판만 있어 영산나루 안에 문서고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방문객들은 찾기 어려워 보였다. 화단 못가서 설치된 차도 이정표마저 문서고라는 표시가 없었다. 거기에는 주면 2길과 등대길만 표시돼 그 어디에도 문서고 표시는 없었다. 밤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새겨 방문객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면 안되는 것일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다.
아울러 둑방 자전거 도로 옆 나무 펜스는 성인이 기댈 경우 자칫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래로 차도가 있어 추락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서고를 둘러본 이후 홍어거리와 역사갤러리를 지나 영산포극장 입구에 도착했다. 과거 극장이었다는 흔적은 ‘서편제’ 등 상영 영화와 시간 안내, 매표소 흔적에서 이곳이 극장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측면에는 지붕 일부가 무너져 있어 관리 부재 상태였다.
영산대교를 건너 왼편 원정통 거리에서는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장군의 아들’이 촬영됐다는 안내도 벽면에 부착돼 있었다. 극장을 지나 일본인 지주가옥을 찾아가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안내 이정표가 없어서다. 결국 큰 도로가로 나와 건전지를 하나 구입할 겸해서 슈퍼에 들어가 물어본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독특한 외관이 일본인 가옥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나주 지역에서 가장 큰 지주였던 쿠로즈미 이타로(黑住猪太郞)가 살았던 집으로, 1930년대 일본 농촌주택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쓰인 자재들은 일본에서 모두 들여왔다고 한다. 나주시가 2009년 매입해 영산포를 대표하는 일본인 가옥의 하나로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이정표가 대폭 확충돼야 하고, 전체 경관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확충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이 일대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백일장 및 역사골든벨 대회 등을 열어 시행하면 산교육장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이곳에서 영산포교회는 지근거리였으나 이곳 역시 안내 이정표가 부재했다. 역사갤러리 팸플릿 안 이미지를 맞춰보고 나서 영산포교회를 확인했다. 영산포 교회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 역사는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남장로교 소속 배유지 오웬 선교사가 목포에서 배를 타고 영산포에 도착해 복음의 씨를 뿌린 후 나주시 지량면(현 나주시 영산동)에 초가 한 채를 구입, 조선 야소교 영산포교회(내산리교회)로 세워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영산포 근대 역사거리는 이들 공간 외에도 상가로 쓰이거나 일반 주택 일부가 일제시대 양식으로 보이는 건축물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이 될 수밖에 없으나 최대한 변형의 속도를 늦추거나 매입, 지원 등의 대책을 통해 더 이상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더이상 근대 역사거리는 존립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축소돼가고 있는 근대 건축유산 외에 홍어거리가 바로 한 도로로 연결돼 볼거리를 더해 다행스러웠다. 홍어거리에는 김지순 숙성홍어, 홍어세상, 홍어시대, 홍어 1번지, 진영홍어, 강변홍어, 등대홍어식당 등이 영업 중이었다. 홍어거리는 영산포만이 내보일 수 있는 자산으로 손색이 없었다. 시큼한 홍어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성지와 같은 곳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차량 중심으로 이뤄진 구조였다. 차량 접근은 굉장히 용이하게 돼 있으나 가게 바로 옆으로 방문객들이 오갈 수 있는 인도가 설치돼 안전을 꾀하며 좀 더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는 구조로의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인도가 차도 쪽으로 가 있다보니 그냥 지나쳐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렇게 떨어져 인도가 있는데 가게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지금의 인도가 가게 바로 앞으로 당겨졌으면 방문객들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운데로 관통해 있는 차도는 홍어거리를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했다.
다리 건너에서 질주해오는 차량들로 인해 오가는 사람들이 자칫 방심하면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도 차량 추돌사고가 있었다. 현 교통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영산포 식도락거리사업의 하나로 지중화나 도로 및 간판 정비 등에 착수해 쾌적한 환경구축을 위한 주요사업이 추진된 바 있어 점진적으로 나아지고는 있으나 앞서 말한 것처럼 개선과제들은 반드시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어축제는 홍어만 놓고보면 전국적으로 대표적인 축제로 꼽힌다. 홍어미식가들을 유혹하지만 홍어 근처도 얼씬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나주지역 경제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해야 하지만 홍어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회적인 도움이 아닌 장기적인 도움으로 유도하는 단초가 돼야 한다.
‘2016 제12회 영산포 홍어 축제’는 지난 4월15일부터 17일까지 홍어의 거리 및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8∼1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산포는 4대강 사업으로 큰 것을 잃어버렸다. 정미소 거리 등 강변쪽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 정미소는 나주 일대 평야에서 거둬들인 쌀을 도정해 일본으로 가져가는, 수탈 그 자체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영산포는 한때 미곡의 집산지로 도정업이 번창해 도정소만 13개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산포 5일장도 원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풍물시장으로 이동해갔다. 영산포의 원형이 너무나도 많이 변화되면서 근대문화들도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현재 남아있는 적산가옥(敵産家屋)들마저 사라지기 전에 보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이들 적산 가옥엔 적어도 건축년월일 등을 명기한 명페를 만들어 부착하면 방문객들이나 주민들에게 이해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 건축자산의 소중함도 깨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바닥에 이정표를 표시하는 것이 법규상 추진이 어렵다면 담벼락 곳곳에 이정표를 부착해놓으면 방문객들의 혼선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영산포가 많은 방문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근대 역사거리와 홍어거리, 죽전골목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 아울러 낙후됐다는 것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예술 장르를 활용해 아름다운 골목을 가꾸는 한편, 주택들의 지붕 색깔들도 다양하게 해 아트가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적산가옥 실태도 다시 파악해 보존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영산포의 역사를 오늘로 되돌리고, 미래의 자산이 되기 위한 행보는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믿음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을 근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으로 가옥 등 있는 자산 보존이 우선이다"면서 "포인트, 포인트가 생기면 또 노선이 생기면 보도를 바꿔본다든가 하는 시도를 해보는 등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성관 일대를 살펴본다. 나주 지역에서 문화유산이 밀집돼 있는 공간이자 역사골목으로 특화할 수 있는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나주는 2000년의 시간이 꿈틀댄다고들 말한다. 워낙 고대나 중세, 근대 문화유산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어 크게 읍성권과 영산포권, 남평권으로 나눠진다. 영산포가 근대역사를 담보하고 있는 지역이라면 읍성권은 나주 읍성을 기반으로 구축된 문화유산 벨트이다. 4대문이 있다. 남고문과 동점문, 서성문(영금문), 북망문이다 이중 북망문을 제외한 3곳은 복원이 완료됐고, 북망문은 오는 2017년 상반기 중 복원이 완료될 예정으로 있다. 이들 성곽들이 완성되면 현재보다 훨씬 더 균형잡힌 역사도시로서의 면모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필자는 광범위한 나주 전역을 보기보다는 역사골목으로 금성관(錦城館) 일대를 주목했다. 두산백과를 잠시 참조해본다.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호로 1373년(고려 공민왕 22)에 금성군의 정청(政廳)으로 사용하기 위해 창건했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익공집식 팔작지붕으로 1603년(선조 36)에 크게 중수했고 1884년(고종 21)에 목사 박규동(朴圭東)이 삼창(三創)을 했다.
그후 1963년 9월에 보수, 1976년에 해체 복원공사를 시행했다. 건물의 구조는 18본(本)의 외진주(外陣柱)와 8본의 내진주(內陣柱)를 배열하고 배흘림이 없는 곧고 훤칠한 원주(圓柱)를 세우고 주심포(柱心包)집계의 공포를 가구(架構)한 위에 외목(外目) 도리를 내어 네 귀 추녀를 떠받치게 해 팔작지붕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금성관은 국토부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0년까지 착수하게 돼 앞으로 5년 전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금성관은 관아복원사업이 20여년째 진행중에 있다. 부지 매입을 했고, 발굴작업을 하다보니 공사판을 연상시킬 정도다. 내부에는 김개 목사 중문 등을 복원하고 현 주차장 지역에 나주목의 동헌(東軒·官衙), 부속건물을 복원할 계획이다. 그래서 금성관을 요즘 찾는다면 주차장 일대가 너무 넓어 금성관의 경관을 감상하는 데 시야를 빼앗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나주향교 일대에는 오래된 동네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돼 있어 한옥 보존은 물론이고 한옥집성촌으로 집중 육성된다. 여기에는 한옥만 들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1000년이 된 동네로, 그 스토리를 자원화했다는 설명이다.
나주향교에서 금성관까지는 채 500m도 안되는 거리다. 이 500m 안에 나주향교와 서성문, 정수루(나주관찰부), 나주목 문화관, 금성관, 나주목사내아 금학헌, 각종 한옥들, 정겨움을 더하는 독특한 돌담들이 혼재해 있다. 금성관 입구에는 5·18광주민중항쟁 안내 석비도 세워져 있다.
이중 나주향교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와 격식을 갖춘 곳으로 임진왜란 때 서울 성균관이 화재로 소실되자 나주향교를 참조해 다시 지었다고 전해진다. 보물 제394호 대성전과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으며 2014년부터 인문학 강좌와 예절학교 등 향교활용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나주목 문화관은 983년부터 1895년까지 1000년간 나주가 나주목으로서 전라남도 일대를 관할할 당시의 역사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전시관이며, 정수루는 나주목 관아의 정문으로 나주목사를 지낸 학봉 김성일이 신문고로 걸었다는 북이 재현돼 있다.
나주목사내아 금학헌은 조선시대 나주목사의 관아로 1980년대 후반까지 나주 군수가 생활했던 곳이다. 지난 2009년부터 한옥 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곳을 구경한 뒤 그 옆에 자리한 곰탕 골목에서 곰탕 한그릇 비우며 출출한 배를 채워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곳에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얻고 있으면서도 곰탕의 쌍두마차처럼 3대 나주곰탕 노안집과 남평 할매집을 비롯한 곰탕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나주 곰탕은 사골의 시원함과 부드러운 한우고기의 담백함을 느낄 수 있어 꽤나 명성을 얻고 있는 음식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별미의 의미를 깨치고 남을 것이다.
아울러 문화생태탐방로의 시작점이다. 고려시대부터 구한말까지 1000여년간 전라남도를 품고 다스렸던 전라도 터줏대감 나주의 읍성권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정된 서부길(3Km)과 동부길(5Km)의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나주 지역 문화집결지로서 손색이 없다.
금성관 일대를 역사골목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는데는 천천히 걸으면서 문화유산을 음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이들 문화유산들을 문화답사 코스로 묶어내 활성화시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곰탕집 골목도 있지만 커피숍 등의 편의시설, 전통문화 체험공간이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
이 일대가 나주지역에서 말뿐인 역사골목이 아닌, 실제 현시대의 한 획을 긋는 역사골목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