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병신년은 우리들에게 뼈아픈 언어들을 남겼다. 대통령보다 위에 있다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온 나라가 들끊었다. 촛불의 힘은 대통령을 탄핵으로 권한 정지시켰다. 촛불로 한해를 마감하고, 촛불로 한해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착잡하긴 하다. 그러나 그 촛불이 세상의 굴곡진 곳들을 밝게 비추는 근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해보다 올해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이 언어들이 작성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궂긴 언어들을 물릴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역시 ‘송구영신’(送舊迎新)과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언어를 먼저 언급해본다.
이것이 매년 연초에 등장하는 단골언어다. 순전히 일상적인 바람이자 교과서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우리들의 속내에 감춰진 언어들은 따로 있다.
올해의 언어는 단어와 서술어들이 혼재할 듯 싶다.
우선 ‘새 대통령’과 ‘새 대통령의 자세’이지 않을까 싶다. 탄핵이 돼 업무가 정지된 대통령은 퇴진과 하야라는 거센 국민들의 언어를 외면했다. 1월을 맞았지만 정치시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어서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해 정치시계가 올 1월에도 큰 변화없이 째깍째깍 거릴 뿐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촛불 현장으로 달려오는 국민들은 물론이고, 이를 응원하며 바라보는 나머지 국민들 역시 답보상태인 정치시계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치는 새해 1월을 맞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리멸렬한 언어만 남발되는 듯하다.
지난해 연말 수많은 뉴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뉴스 한 토막은 정치뉴스가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0세 생일 아침(2016년 12월17일)에 노숙자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를 했다는 뉴스다. 낮은 데로 임한 교황을 보면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현 대통령이 단 한번이라도 노숙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한끼 했나를 묻고 싶다. 힘없고 나약한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들과 눈을 맞추며 아픔을 나누고 이들의 아픔을 다독여주는 그런 대통령의 자세 말이다.
결코 서민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서민들 속에서 눈을 맞추면서 늘 우리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대통령말이다. 물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보면서 이런 대통령을 바란다는 것이 허무맹랑한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맞아들여야 한다.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겠는가.
이런 저런 세상 풍속에 비춰보면 올해 가장 으뜸의 언어는 새 대통령일 것이다. 새 대통령은 정치적 대통령으로서만 한계 지어지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 모든 전분야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는 그런 존재였으면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거나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의 편에서 국민을 챙기는 그런 대통령이어야 한다.
또 올해의 단어들로 취업 훈풍과 서민경제 청신호도 선택되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에 청년들의 삶은 없다. 청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사회구성원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취업문을 넓혀줘야 한다. 취업을 해야 대학 학자금 융자금 등을 갚을 수 있고, 결혼도, 집 장만도 생각할 수 있다. 청년이 스스로 청년이기를 포기하게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저성장의 그늘이 짙다. 그래서 가계빚은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가계빚 총액이 16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빚을 내는 것이 자연스런 풍속도가 됐다. 오죽하면 ‘빚만 없어도 살만 하다’는 말이 회자될까. 올해는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 풍선처럼 언제 터질 지 모르는 가계빚의 위험이 줄어드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올해는 "살만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살만합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해볼만 합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제 조금 웃을 수 있습니다", "후련합니다"라고 하는 희망의 언어들이 나열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