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국가지만 건축물이 똑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성냥갑 같아 천편일률적인 우리네 도시와는 전혀 달랐다. 싱가포르에 관한 이야기다.
올 설 연휴를 끼고 2월초까지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두번째 방문한 싱가포르였지만 여전히 으뜸으로 다가왔다.
싱가포르가 돋보이는 점은 열악한 환경을 모두 극복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의 자원이 전무한데다 거제도 두배만한 좁은 국토(동서 42㎞, 남북 23㎞)는 싱가포르의 한계 그 자체였다. 한때 한 나라였던 말레이시아처럼 유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식용수가 풍족하지 않아 말레이시아로부터 공급받아 해결할 뿐만 아니라 단일민족도 아니다. 중국계가 76%, 말레이계가 13%, 인도계가 9%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다. 그러다보니 종교 역시 민족별로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로 나뉘어져 있다. 다행스런 점은 종교간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역사적으로 보면 이민족의 오랜 지배로 점철됐다. 16세기 포르투갈, 17세기 네덜란드, 19세기 이후 영국과 일본, 다시 영국 식민지로 각각 전전했다. 1963년 말레이시아의 일부가 됐다가 1965년에야 주권국가로 독립했다. 이민족의 지배에 오랫동안 놓여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가 오늘날 아시아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건축과 제도, 정치, 군대, 금융 등의 이야기를 현지 가이드로부터 들으면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창의력’과 ‘추진력’이었다. 오늘날의 싱가포르를 만든 숨은 힘이자 비결로 인식됐다.
건축은 2년마다 한차례씩 건축 콘테스트를 통해 최고의 건축물을 선정, 세금 감면 등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의 건축학과 학생들의 답사 1번지가 싱가포르라는 점이 우연은 아닌 듯 보였다. 도심을 둘러보면 똑같은 건축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건축물 하나를 지어도 세계적으로 유능한 건축가를 초빙해 최고로 짓는다. 그러니 그 건축물이 랜드마크의 반열에 올라서지 않을 수 없다.
높이만 200m에 달하는 57층짜리 초대형 호텔 3개 동을 이어 놓은 ‘마리나 베이 샌즈’가 대표적이다. 이 건축물은 세계적 건축가로 평가받는 모셰 사프디가 설계를 맡고, 건설은 쌍용건설이 맡았다. 우리 기술로 세운 것이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세 동의 건축물 위에 배를 얹은 듯한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그곳의 수영장은 압권이었다.
또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민원이 제기되면 바로 처리한다. 이 나라 국민들이 지지하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결, 결론을 내고 바로 실천에 옮기는 점 때문이었다. 이게 바로 추진력이었다. 우리 국회와는 사뭇 다른 풍경으로 읽혔다. 이런 추진력 덕분에 여당 일색이지만 이 나라 정치는 빠르게 민의의 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다 군인들은 의무병제임에도 매달 90만원의 급여가 지급되고, 예비군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으로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 전지훈련까지 보내준다고 한다. 물론 1인당 GNP가 6만불이라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지구에는 136개의 세계 은행이 입점해 영업중이다.
더 나아가 20∼30년 후 해수면이 1m 상승할 것에 대비, 벌써부터 제방을 쌓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이 몇 가지 내용으로 싱가포르 전체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우리가 여전히 해결못하는 것들을 싱가포르는 해내고 있다. 이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창의력과 추진력이 국가 경쟁력을 담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DNA가 되고 있다 하겠다.
이제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어떤 사안이든 창의력과 추진력을 강력하게 발휘해 국각경쟁력을 확보해나갈 때다.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