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뛰고 있다. 호남권 최대 문화 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었고, 권역별 문화권 조성사업도 역점 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다. 광주를 ‘세계 아시아 문화의 창’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청사진을 그렸으니, 이에 따른 과제도 산적해 있다. 먼저 문화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판’이 깔려야만 문화예술 콘텐츠가 가동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 광주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논의 단계부터 ‘인프라 확장’에 방점을 두었다. 문화전당이 개관하기 전, 광주의 대형 공연시설로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이 유일할 정도로 문화 기반 시설에 취약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극장’을 짓는 일과 함께 선결돼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이를 제대로 활용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갖춘 인프라를 구축해놨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인재가 없다면 무용지물과 다름 아니다.
신년특집 광주공연예술의 현주소의 마지막 주제는 ‘문화 전문 인력 육성’이다. 광주의 문화 전문 인력 현황과 한계점, 그리고 전문 인력을 키워내기 위한 과제 등에 대해 짚어본다.

△‘전문 인력 양성’…문화정책 기조 ‘변화’
문화기반 시설 확충에 초점을 뒀던 문화정책이 ‘전문 인력 양성’ 기조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온 문화 시설 인프라 확충 목표가 일정부분 달성하게 되면서다.
실제 2016년 1월 1일 기준 전국의 문화기반시설은 공공 도서관 978개, 박물관 826개, 미술관 219개, 문화예술회관 229개 등 총 2695개로 집계된다. 10년 전인 2005년 1170개와 비교하면 수치상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광주시의 경우도 2005년 30개였던 시설이 2016년 56개로 늘어났다.
문화 기반시설과 기관이 늘어나면서 문화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에서 점차 시설 운영의 공공성·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문화 인력의 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예산을 투입, 마련한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잘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판을 깔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지역 문화 전문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단순히 인프라를 확대하고 문화예술부문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측면 지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문화예술과 지역민들을 ‘매개’하고 문화예술 콘텐츠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인재 양성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전문 인력’ 개념 명확해야…맞춤형 교육 필요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문화 전문 인력을 발굴·양성하는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구축이 진행 중이고, 광주비엔날레·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비롯한 문화예술 페스티벌은 점차 늘고 있어 전문화된 인력의 수요는 늘고 있지만 해당 인력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양성 체계는 미흡한 것이다.
실제 문화예술 현장에서 ‘전문 인력’은 그 개념조차 모호하다. 사실 문화 전문 인력이라 하면 문화 창작 분야로 국한돼 생각하기 십상이다. 무용인·연주자·화가 등 실질적으로 공연예술 행위를 하는 이들이다. 이 같은 문화 전문 인력의 협소한 개념 적용은 현장의 전문 인력 배치에 인색함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문화예술 콘텐츠 질 저하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문화행정가·콘텐츠 개발 인력·유통·마케팅·문화 기획자는 물론 문화예술 활동을 촉진하고 창작된 작품을 향유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자’까지를 ‘문화 전문 인력’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지역문화 전문 인력의 역할과 범주를 명확히 설정, 이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또 이를 총 망라하는 전문예술종합학교나 대학원·교육 시스템을 강화, 현장과의 연계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론 강좌 ‘탈피’… 현장성 강화 해야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에 따라 처음으로 ‘지역문화 진흥기반 구축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기관’을 지정, 운영에 들어갔다. 전국을 5개 권역(경인·충청·전라·경상·제주)로 나뉘어 지역 특색에 맞는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을 마련, 지역 문화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광주문화재단이 ‘지역 문화 전문 인력 양성기관’으로 선정, 지역문화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다.
문화재단은 2015~2016년 각각 30명의 교육생을 선발, 이론교육·워크숍과 현장실습 등을 진행 했다. 두 해를 진행하며 문화재단의 교육 기조도 변화를 보였다. 첫 해에는 광주비엔날레·시립미술관 등 8개 기관에 교육생을 파견, 실무 현장 업무를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 하지만 이 같은 기관 배치는 짧은 이론 교육 후 진행되는 터라, 교육생들의 역할이 단순 사무 보조나 업무 진행 지원 등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문화재단은 제2기부터 교육생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실행해볼 수 있도록 하는 ‘자기주도 프로젝트’를 운영해 호응을 받았다. 각 60만원의 예산을 받은 교육생들은 지역 역사·문화자원을 토대로 한 기획을 실제 실행해 옮겨보는 작업을 펼쳤다. 실제 교육생들은 기획 단계부터 현장 진행, 예산 집행, 결과물 제출까지 일련의 문화기획 과정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강사진으로 참여한 한 관계자는 "멘토들의 강의에서는 문화 기획의 성공적 결과물만 돋보이게 된다. 현장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두 세 시간짜리의 아카데미식 교육에서 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실체’로 끌어내보는 작업들, 즉 자기주도적인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문화기획을 압축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력 플랫폼 마련…유관 기관 협업 필수
지역 문화 전문 인력 양성사업의 아쉬운 점으로는 추후 취업·창업 등 직업적 전문성에 대한 연결성이 미비하다는 점이 꼽힌다. 사업이 완료된 후, 교육 수료생과 광주 문화 현장과의 연계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강사진들이 개별적으로 ‘책임 멘토제’를 도입, 교육 수료생들을 문화 현장으로 배출 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단이 인력플랫폼으로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문화 전문 인력 양성사업의 수료생들에 한해서라도 인적 자원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현장에서 인력 요청이 올 때, 이를 매개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단이 일종의 지역문화인적자원센터로 기능, 장기적인 방안에서의 광주 문화 전문 인력풀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는 인력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데 선결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만 지역 문화 전문 인력을 발굴·육성하는 일을 문화재단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유관기관들의 협업이 필수 과제로 제기된다. 지역의 고등교육기관은 교육 콘텐츠의 내용적인 연구를, 문화재단은 사업의 전문적인 시스템을 각각 수행하는 식이다.
또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 실질적으로 창업·취업에 가산점이 주어지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박세라 기자·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