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는 존재,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대기업의 생산라인 해외 이전,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지역 중소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이 혼자 힘으로 이 난관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위기에 직면한 지역 중기업계가 문을 두드리는 여러 지원기관 중 정책자금을 지원, 업계의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돕는 곳이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광주지역본부다.

지난해 지역본부는 전체 정책자금 3조5100억원 중 3.9%인 1364억원에 추경 예산을 포함, 1700억원을 집행했다. 올해는 100억여원 늘어난 1441억원(추경예산 제외)을 배정받았다. 전체 정책자금은 2% 늘었지만 지역은 어려운 업계의 상황을 감안, 9% 증가했다.

그만큼 황창범 광주지역본부장(56)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서울 출신인 황 본부장은 1990년 중진공에 입사해 강원본부와 경기본부에서 산업팀장을, 감사실 청렴추진팀장을 역임했다. 현장의 경험을 살려 무엇보다 취임 후 지역업체의 고충을 듣기 위해 바삐 뛴 그는 지난해 본부별 사업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부임 후 딱 1년이 지났다. 이제 막 전체 임기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소감을 듣고 싶다. 그동안 지역 업체들을 많이 만났을 텐데 직접 뛰어다니며 느낀 업계 현황은 어땠나.

△본부장으로서의 첫발을 광주에서 내딛게 됐다. 지난 수 년 동안 광주에서는 대기업의 생산라인 해외이전으로 인해 가전 분야 협력 중소기업계에 닥친 경제위기에 대한 지역민과 협력업체의 우려가 컸었다.

때문에 부임 이후 직원들이 지역 협력사 중 규모가 큰 곳이나 창업 기업 중 힘들다는 업체들을 실사할 때 따라다니거나 지역의 25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융합 교류회에 이사 자격으로 참여, 이사회와 정기 총회 등 행사가 열릴 때마다 챙겨 가면서 업계가 겪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뛰어보니 지역 중소기업 중 업계 부진에 대한 대응책으로 생산품목 다변화, 업종전환을 모색하는 업체들이 상당하더라. 그래서 지난해 핵심과제로 사업전환을 선정, 예산을 기존 35억원에서 58억원으로 증액해 이를 적극 지원하게 했다.

-올해 지역 중기의 경영 여건을 어떻게 보는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보호주의, 사드 배치 논란과 한일 군사보호협정 체결 후 중국과의 무역마찰 등 불확실성 확대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가장 큰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적 여건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가전 쪽은 상당 부분 정리됐다. 가구, 완제품, 자동차 등 타 산업군에 도전하거나 신사업을 진행하는 업체가 많다.

문제는 자동차다. 자동차 업계의 상황도 가전 쪽과 비슷해질 조짐이 보인다. 주요 대기업은 앞으로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봐 해외 생산마저 줄일 정도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내수시장 상황은 더 안 좋다. 특히 지역 자동차 협력사들 중 대형 기판 등을 만들던 곳들은 모바일 등 타 산업은 대부분 작은 부품에 최적화돼있어야 해 사업군 다변화도 힘들다.

때문에 공단은 광주·전남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산업 관련 신규 산업단지,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등 지역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이제 지원 얘기를 해보자. 앞서 사업전환을 중점 지원했는데, 이외에도 지난해 지역 본부가 주력한 부분이 있나.

△신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327억원을 포함, 총 1708억원의 정책자금을 770개 중소기업에 지원했는데 이 중 총 692억원을 400여개 창업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이야기했던 사업전환과 함께 수출기업 지원강화, 중소기업의 시설투자 활성화도 중점적으로 추진하려 했다. 이를 위해 기업 평가 지표에 고용창출 성과와 수출 실적을 반영하고 시설자금 활용기업에 대해서는 0.7% 이내의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신용 대출 기간도 5년에서 6년으로 확대 적용했다.

-정책자금이 쓰인 가장 많은 부분이 창업이다. 지난해 창업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기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기업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공단은 도전적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7년 미만 창업기업에 대한 연대보증 면제기준을 대폭 확대하고, 시설자금 대출기업에 대한 연대보증을 면제했다. 또 만 39세 청년창업자에 대한 청년 전용 창업자금과 멘토링 및 코칭을 연계해 청년창업자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권에 있을 때는 뿌리 산업 뿐 아니라 IT, 화장품, 바이오신약 등 여러 산업군에서 창업해 성공한 사례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지원한 창업 기업 중 대부분은 금형·사출 등 특히 초기 성장이 힘든 뿌리 기술 기업이었다. 나머지 업종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고 사실 매출이 탄탄한 창업 기업들은 부모님에게 사업을 물려받거나 한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창업’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이 두 가지는 아쉬웠다.

-지역 경제가 어려운 만큼 정책자금 회수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는 않은가. 회수율을 높이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텐데, 또 그러기엔 업계 전반을 돕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 않나.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지역 중소기업에게 정책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금 건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신청기업의 기술성과 사업성을 철저히 분석,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 중점 지원 중이다.

또 정책자금을 즉시 지원하기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필요한 점을 파악해 업체에 맞게 맞춤형으로 경영·기술 컨설팅, 수출·마케팅, 임직원 연수 등을 연계 지원해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기업이 지원사업에 참여하려면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특히 중기청과 중진공은 지원 기관 중에서도 ‘문턱이 높다’는 평가가 있다. 절차 간소화 등 개선 노력은.

△기존에는 기업들이 사전 요건검토 및 상담 예약 없이 공단에 방문, 헛걸음하는 경우가 다소 있었다. 지난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자가진단과 사전상담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신청요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기업들이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도 해소했다.

또 기업진단 신청서와 정책자금 융자 활용계획서를 통합, 신청서류를 간소화했다. 이 덕인지 다행히 작년도 서비스 등의 평가에서 우리 지역 본부가 전국 1위를 했다.

-정책자금 운용 규모가 늘어난 만큼 올해 어깨에 진 짐도 무거워진 듯 하다. 올해는 어떤 부분에 주력할 계획인가.

△최근 대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중소기업이 사업 확장보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 공단도 중소기업 경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상반기 내 정책자금을 조기 집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올해 정책 자금의 기준 금리도 지난해보다 0.17%p 인하된 2.3%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다.

수출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출 지원 사업은 크게 수출 금융, 무역 사절단 및 해외 전시회 파견, 공동브랜드·외국어 홈페이지 등 온라인 수출 지원 등 총 세 가지를 지원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력·영업망 등의 측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는 여기에 수출 금융과 수출 사업화 자금을 더해 집중 지원하려 한다. 수출 사업화 자금은 올해 신설, 전체 대출 기간인 5년간 수출 성과에 따라 매년 이자를 환급해줄 방침이다. 수출초보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5년에 결성한 중소기업 수출교류모임 글로벌퓨처스클럽도 기업 간 역량 강화와 네트워크 및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자리 창출, 유지와 시설 투자를 이끌어 낼 방침이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인재육성형 전용자금을 확대 지원하고 융자 한도도 우대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재직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내일채움공제 제도를 적극 홍보하겠다.

마지막으로 시설투자 활성화를 위해 최근 1년간 10억원 이상 투자한 기업에는 금리를 0.3% 추가인하해 성과창출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 광주시, KOTRA 등 수출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추진해 우리 지역의 하이테크 금형 제품과 자동차 애프터마켓 산업의 해외마케팅, 공동영업거점 확보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제조업계의 경제 상황은 갈수록 어두워질 것이다. 관건은 연착륙이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정책지원이 결국 우리 기업, 우리 지역민을 위한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지역경제 회복과 업계의 연착륙 및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도 지역 중소기업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중진공의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둘 계획이다.

올해도 우리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대한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한다.

프로필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 졸업
-연세대 법학과 졸업
-1990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입사
-중진공 강원지역본부 산업팀장
-중진공 경기지역본부 산업팀장
-중진공 감사실 청렴추진팀장

김주연 기자=사진 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