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세상에는 거꾸로 가는 삶이 의외로 많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 얼마나 복된 줄 모르고, 불평 투성이인 삶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감내하며 자신을 새롭게 다져나가는 삶이 있다. 전자는 전형적으로 거꾸로 사는 삶이고, 후자는 건강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삶이다.
모두들 두손을 쓰고, 두발로 걷는다. 이상할 게 없다. 남들처럼 모나지 않고 꼭 그만큼만 살아가면 평균적인 삶을 구가할 수 있다. 돋보이지도 않고, 뒤쳐지지도 않은, 수평선 같은 삶 말이다.
현대 사회일수록 똑같은 옷과 똑같은 음식, 똑같은 말투, 똑같은 스타일이 넘쳐난다. 이것도 거뜬히 용납된다. 거꾸로 가지 않으면 된다. 거꾸로 가지 않는 삶이 힘든 게 아니라 남들과 같은 색깔과 가치의 삶이 힘든 세상이 됐다.
조금만 일탈해도 SNS로 인해 후유증이 작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존엄이 실종된 삶, 존엄을 죽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 규범 등 한치의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만큼만 하고 살면 꽤 괜찮다는 평가가 뒤따라온다. 모두들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야하고,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가야 한다. 그게 오늘날 처세의 기본인 듯하다. 반대로 가는 순간 거꾸로 가는 자의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거꾸로만 가지 않는다면 정답이 정해진, 꽤 괜찮은 시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굳이 거꾸로 사는 삶이 아닐지라도 일상 곳곳이 각종 일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이다. 고도로 인스턴트화된 삶은 불편을 감수하지 않을뿐더러 고통을 감내하려 들지 않는다. 불편이 오기 전에 불편을 지우고, 고통이 오기 전에 고통을 피해 가야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불편하고, 고통을 겪으면 다행이다. 자기 주장만 하고, 상대방에 에티켓 따위는 배려할 필요가 없다. 이성이 마비된 듯한 삶이 일상 곳곳을 활보한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도 구분하지 못한다. 아쉬울 때는 에티켓을 갖추고 비교적 공손한 시늉을 한다. 그러나 자기 상황이 조금이라도 악화되면 본래의 숨겨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인간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대단한 아이러니다.
이들은 자기의 시각으로 세상 모든 것을 재단한다. 그러니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효율이 극대화될 수 없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고 재생된다는 것이 더욱 더 큰 문제다.
개인들간 사적 삶이 이러할진대 공적 삶은 건강할까. 공적 삶이 혼탁한 사적 삶을 정화해주고, 바른 길로 안내하던 시대가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 하지도 않았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오늘의 시대 우리는 거꾸로 가는 열차에 탑승한 것처럼 보인다. 혼탁한 사적 구조가 공적 구조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대선정국에 온갖 말들이 난무했다. 흠집내기가 횡행했다. 단적으로 거꾸로 가는 삶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사적 구조에서 그쳐야 할 단어들이 공적 구조까지 점령한 셈이다.
이 지점에서 칼 모양을 닮은 ‘레이저피쉬’를 잠시 거론해본다. 레이저피쉬는 가로로 헤엄치는 보통 물고기와는 달리, 입이 아래로 향한 채 물구나무로 유영한다. 레이저피쉬는 몸길이가 최대 15cm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작은 새우를 즐겨 먹기 때문에 ‘쉬림프피쉬’라고도 불린다.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명체 중 몇 안되는, 거꾸로 살아가는 존재다. 레이저피쉬의 거꾸로 삶은 순전히 생존을 위한 것이다. 일탈과 자신의 영달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거꾸로 사는 삶은 대개 이와는 반대적 개념으로 이해된다. 일탈이거나 영달의 한 지점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레이저피쉬’처럼 거꾸로 사는 삶이 잘 어울리는 존재를 보지 못했다.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