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출밤점은 대선공약이었다. 2002년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가 선언했던 ‘광주 문화수도 육성’ 공약이 오늘날 광주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대선공약의 힘은 크다. 지역민과의 약속이란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차기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선언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가 탄생할 그 날이 코앞이다. 광주시·전남도민이 바라는 지역의 미래가 선택될 날이기도 하다. 주요 대선후보가 광주·전남에 약속한 장밋빛 미래(4월19일 기준)는 무엇인지, 시도민의 소망과 바람이 잘 담겨 있는지 살펴본다.

문 "호남 경제 부흥 적임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더 이상 호남을 아프지 않겠다’며 대선 후보들 중 가장 먼저 광주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의 광주 지역 공약 키워드는 ‘5·18민주화운동’, ‘에너지 거점도시화’, ‘문화수도’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대표공약은 헌법 전문 수록이다. 3·1운동, 4·19혁명에 이어 5·18의 헌정사적 의미와 헌법적 가치를 명확히 적시하겠다는 의도다. 옛 교도소 부지에 민주·인권·평화를 주제로 한 복합공간 조성사업도 약속했다. 한국 민주주의 전당, 인권평화교류센터(가칭)로 건립될 복합공간은 미래세대에게 민주가치를 기념, 교육, 체험할 수 있도록 시민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광주·나주공동혁신도시를 에너지 신산업 거점도시로 키워 지역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 2020년까지 500여개 에너지·소프트웨어 기업 이전 추진 △주거·교육·의료·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정주여건 개선 △한전 공과대학 설립 및 전문인재양성기관인 에너지 밸리 캠퍼스 확대 운영 △전기차 시범마을 지정·전기충전스테이션 설치 등 전기차 선도도시 모델 개발 △서남해권 해양에너지 복합발전 플랜트 산업 추진 등이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시대 선언도 눈에 띄는 공약이다. 문재인 후보 측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축소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정상화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아시아문화전당 내 설치된 아시아문화아카데미를 국제수준의 교육기관으로 육성하고 국내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정주단지를 마련해 문화전당을 활성화 할 계획이다. 제4차 산업혁명 창의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위한 예술·기술 융합센터 조성, 문화공적개발원조를 통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국제화도 논의됐다. 종료시한을 6년 남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시효를 연장해 지지부진한 7대 문화권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빛그린 국가산업단지를 미래형 자동차 생산기지 및 부품단지로 조성해 광주형 일자리 성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전국 단위 1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낙후된 원도심의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주택개량을 획기적으로 지원하는 원도심재생산업 본격 추진 의사도 표명했다.
전남에는 지역을 농생명산업과 해양관광 선도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미래형 농수산 빅데이터센터를 건립, 농업용 드론 및 로봇실증단지 조성, 농업벤처기업단지 조성, 고품질 시설원예 스마트 팜 생산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부산~목포 해안관광도로를 건설하고 목포 크루즈항 개발, 이순신 호국·관광벨트 조성, 여수-순천 생태·해양 관광거점화, 전라도 정도 천년 계기 고대문화권 개발 및 글로벌 고대마한문화촌 테마파크 조성으로 서남해안 관광전략화를 예고했다.
이외에 광양항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양산업클러스터 지정, 관련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을 공언했고 무안공항 서남권 거점공항화, 호남고속철 2단계 사업 조기완공, 강력한 쌀 생산조정제 시행으로 쌀 생산비 보장 등을 내놨다.

안 "20년 미래 먹거리 만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역발전공약 1호로 ‘호남 미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호남을 미래산업 선도 지역으로 개발해 떠나는 호남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호남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먹거리’다.
안 후보가 호남 발전 구상과 함께 명시한 3대 원칙은 △지역 특성에 맞는 선택과 집중 △지역이 이미 보유한 인적·물적자원과 인프라 적극 활용 △미래 먹거리·일자리 개발이다.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광주·전남, 전북, 전남북 공동체 프로젝트 3개 부문으로 나눠 지역 공약을 제시했다.
광주·전남 미래 프로젝트의 핵심은 미래자동차 산업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친환경 자율주행차 산업을 단순히 지역발전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미래성장요소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너지 신산업클러스터 조성과 동아시아 슈퍼그리드(Supergrid·기존 전력망에 신재생에너지원 등이 대륙규모로 통합된 다국적 전력망)구축도 주요 사항이다. 광주를 글로벌 에너지융합기술 연구거점도시로 육성하고 슈퍼그리드 터미널 및 해양 케이블 연구-생산 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을 실현함으로써 에너지 수출입·협력 시스템을 정착시켜 동북아 동반 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에너지신산업 육성지원 특별법’ 제정과 클러스터 지원 근거 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외에 국가우주항공산업 거점 육성, 광주 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나노융합 선도구역 조성, 무안 국제공항의 서남권 거점공항화 등 다섯 가지로 구성됐다.
전북 미래 프로젝트로는 글로벌 탄소밸리 조성, 식품 및 농업단지 조성, 새만금 인프라 구축, 전통문화 국제관광 자원화, 안전보호 융복합 제품 산업 융성을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ICT융복합 기술을 농업에 접목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전·남북 공동체 프로젝트로는 해양에너지 복합발전 플랜트 육성, 동북아 해양수산 관광산업 국제선도지구 지정, 서해 황금어장 복원 프로젝트를 꼽았다.
이외에도 곡창지대인 전남의 농민을 겨냥해 ‘식량생산안정제 119조치’ 시행을 예고했다. 식량생산안정제 119조치는 벼 이외의 타 작물을 재배할 경우 소득 감소분을 정부가 지원해 쌀 생산조정 역할을 담당할 정책이다. 어업인의 소득을 증대할 방안으로는 지역별 대규모 산란·성육 단지를 조성, 수산 식품 수출단지 육성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인사와 예산에서 소외된 호남지역 차별을 없애고 지역격차라는 불공정을 해소해 호남을 국가균형발전 모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5·18에 관해서는 문재인 후보와 유사한 입장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10일 대선 후보 선출 뒤 첫 지방 일정으로 찾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5·18민주화 운동 비방, 왜곡 처벌 조항을 담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발포 명령자를 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호남 민심을 반영해 당선시 박 처장을 해임할 것을 약속했다.

홍·유·심 "지역주의 타파 상생발전 도모"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광주의 상생발전과 미래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안했다. 키워드는 ‘경제민주화’와 ‘민주인권도시’, ‘에너지 자립’이다.
심 후보는 지역 경제이슈인 금호타이어 매각과 신세계·광주시가 추진하는 특급호텔·복합쇼핑몰설립문제 해법 마련 요구에 응답했다. 광주를 고용안정과 중소상인 생존이 보장되는 경제민주화 모범도시로 만들고자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고 지역 바닥경제에 온풍을 불어넣는 올바른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또한 광주를 세계속의 민주인권도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5·18사적지인 교도소 부지에 국제적 규모의 민주인권기념파크(가칭)을 조성하고 국가폭력이 남긴 상해로 고통 겪는 이들을 돌보고 지원할 ‘국가트라우마치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민주인권기념파크는 세계 시민들을 유인할 명소로서 인권을 배우고 교류할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실규명과 국가보고서 발간, 구 전남도청 원형보전 통한 오월정신 계승도 잊지 않았다. 광주시민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체로 세워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전당 운영원칙 확립 의지를 표명했고 특별법 연장, 특별회계 방식의 안정적 재원지원, 7대문화권 조성사업 추진을 다짐했다.
심 후보는 광주의 미래 먹거리로는 친환경자동차와 에너지 산업을 꼽았고 이를 차세대 지역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해 지역 뿐만 아닌 국가의 미래성장을 견인할 동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에너지밸리조성사업을 국가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광주전남 공동혁신 도시 건설을 완성시켜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설명이다.
전남 공약으로는 1h당 연 300만원을 지급하는 친환경 쌀 직불금제도와 밭 친환경직불금 지속, 학교·병원·군대·공공기관에서 지역생산 친환경 식재료를 우선 사용하는 ‘지산지소 지역먹거리 수급시스템 마련을 제시했다. 전남 미래 먹거리로 조선산업과 녹색에너지 및 국가우주항공산업 거점 조성을 꼽았고 팽목항·목포신항만에 세월호 순례지를 조성해 전남을 치유와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었다. 당선시 지역을 따지지 않고 광주·전남의 인재를 총리·장관을 시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공약으로는 △새만금 개발사업 지원 △국가식품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 지원 △연기금 농생명 특화 금융타운 조성 △K-글로벌 탄소밸리 조성 △지리산·덕유산 일대 국립산림치유원 조성 △전주-김천 철도 건설 △한옥형 전주역사 건립 등을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구체적으로 명시한 광주·전남 공약은 4월19일 현재 아직 없다. 다만 홍 후보는 호남 사위를 자처하며 광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지난달 7일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문 후보가 제안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개헌시 합의하겠다"고 말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광주발전 전략으로는 물류시스템 정비를 꼽으며 광주 군공항을 무안공항과 통합해 항공화물 운송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고귀한 기자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