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란,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하고자 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세상에 내던지고픈 메시지를 노래하는 뮤지션이다.
원래 인디밴드는 오버그라운드와 대비되는 말로, 지상파 방송에 노출되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팀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음악 산업적 환경이 변화한 요즘에는 오히려 ‘메이저’와 ‘마이너’로 구분되기도 한다. 시스템·자본의 차이로 나눈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음악계에서는 이러한 구분과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본다. 이전에야 대형 기획사에서 ‘초이스’ 되지 않으면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없었지만, 요즘에야 온라인 채널이나 음악축제 등 다양한 통로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기회의 평등’은 이뤄진 셈이다.
현재 광주에서 인디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팀은 10여개다. 100여명 정도가 축제·공연 무대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있고, 그 외 개인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뮤지션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이전엔 배고픈 길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음반 유통 경로도 다변화됐고,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도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광주는 ‘음악산업진흥센터’(음악창작소)가 들어서면서 지역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는 것도 또 다른 기회로 인식된다. ‘음악성’에서만 경쟁력을 갖춘다면 누구에게라도 성공의 ‘키’는 쥐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창간 4주년 특집 예술기획 이번 주제는 ‘광주 인디 음악의 현재와 미래’다. 광주 인디 음악의 역사부터 현황 그리고 발전 과제 등에 대해 짚어본다.

△광주 인디음악은…
광주의 인디 뮤직은 ‘허키클럽’ ‘낙장불입’ ‘노네임’ 등 1세대 뮤지션들이 라이브클럽 ‘곡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기반을 다졌다. 이 후 2002년 라이브클럽 ‘네버마인드’가 생기면서 ‘머쉬룸’ ‘모모’ ‘순이네담벼락’ 등의 2세대 뮤지션들이 광주 인디의 성장을 이끌었다.
초창기 광주 인디가 메탈, 코어, 펑크 등 강렬한 하드록에 편중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모던록, 힙합, 포크 등 다양한 장르가 더해지면서 일반 대중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루버스틱을 비롯한 ‘달토끼’ ‘매치포인트’ ‘몽키피콰르텟’ 등 3세대 인디 뮤지션들이 등장하면서 광주 인디뮤직의 맥을 이어왔다.
최근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은 김과리, 더티라콘, 우물안 개구리, AV, 루버스틱, 어니, 그란디 등 10팀 내외가 꼽힌다. 음악을 할 환경은 이전보다 좋아졌지만 사실상 활동하는 팀들은 줄어들었다.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광주의 인디음악은 뮤지션도 이를 소비할 관객층도 거의 형성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권위 있는 인디밴드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팀이 없을 뿐 아니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활동하는 밴드도 없다.
광주 지역의 협소한 음악시장과 산업적 기반이 부족한데다, 인디밴드 하면 ‘홍대씬’이라는 상징성도 지역 자체적인 인디 밴드 인프라가 확립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서울 홍대를 제외하고는 부산 정도만 ‘부산씬’이라고 할 만하고 그 외 지역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대학 노래패들의 해체는 지역 음악산업 침체 이유로 지목된다. 7080년대만 해도 대학 내 밴드·동아리들은 ‘광주포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들의 활동은 지역사회 무대로 확장, 하나의 문화로 소비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흐름에 따라 음악적 취향이 변했고, 이 같은 침체는 곧 대학 노래패들의 해체를 이끌었다. 지역 뮤지션들의 활동 기반이 약화 됨은 물론 그나마 이어오던 ‘맥’마저 끊기게 된 것이다.

△‘음악적 경험’ 가능한 장 마련돼야

홍대는 인디 문화의 성지로 불린다. 뮤지션들에게 홍대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공연을 올릴 수 있는 클럽문화가 활성화돼 있고, 이를 소비하는 젊은 관객층 또한 두텁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기획사·음반사 등의 음악산업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지역에서 음악하고 싶은 사람들이 ‘짐을 싸’서 홍대로 가는 이유다.
이렇기에 홍대는 ‘과열 경쟁’으로 몸살이다. 적어도 클럽데뷔를 해야만 ‘인디밴드’란 타이틀을 쥐게 되는데 이 또한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뮤지션들이 홍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 같은 일련의 ‘음악적 경험’을 온 몸으로 겪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
반면 광주는 음악적 경험을 제공할 ‘자극’이 전무하다.
스튜디오·연습실·아카데미 프로그램과 같은 지원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다양한 색이 공존하는 홍대씬처럼 보고 듣고 경험하는 기회는 없다.
한 두 개의 라이브클럽을 무대로 한 작은 커뮤니티에 머무는 것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버무러진 홍대에서의 경험과는 양적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음악적 자극·창작 욕구를 건드리는 외부 요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타 뮤지션들과의 만남 없이, 제 각각의 음악을 추구하다 보니 눈에 띌만한 성과도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쟁 체제가 아닌 만큼 뮤지션들의 매너리즘 또한 문제로 지목된다. 홍대씬은 클럽데뷔의 문턱도 높고, 기획사 진입 장벽 또한 견고해 뮤지션들이 수차례 좌절을 맛보지만 지역은 소위 말해 ‘깨지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광주 인디씬 살아나려면…

광주 인디씬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지역에서도 음악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꼽힌다. 광주는 음악 산업을 5대 전략콘텐츠로 정하고 지역 음악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써 왔다. 2015년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를 세워 기획에서부터 교육·창작·제작·유통 그리고 공연까지 전반적인 지원체계를 갖췄다.
실제 센터는 공연장·연습실·스튜디오·작업실 등의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역의 뮤지션들은 이 같은 센터 지원 사업을 통해 음원 발매·공연·아카데미 등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인 인프라는 모두 갖춘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뮤지션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적 경험을 제공해주는 일이다. 쉽게 말해 ‘전략적으로라도’ 좋은 공연을 많이 개최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 지역 뿐 아니라 타 지역의 뮤지션들의 현재 음악적 색채를 살펴보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광주인디뮤직페스티벌의 ‘중단’은 뼈아픈 일이다. 광주인디뮤직페스티벌은 10여년간 지속해오면서 전국 각지 인디 뮤지션들의 교류의 장이 돼 줬다. 그러나 관객 확보의 어려움과 예산문제 여기에다 밴드들 간 불협화음까지 불거지면서 2015년 이후, 잠정 중단 상태에 이르렀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열린 ‘광주사운드파크뮤직페스티벌’은 정상급 뮤지션들 뿐 아니라 신진 뮤지션들 무대 또한 마련된 전문 음악축제로, 지역 뮤지션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는 매개체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여기에다 한 번 ‘붐’이 일면, 순식간에 발전하는 인디음악 시장의 특성 또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아무리 척박한 광주씬이라도 한 명의 스타가 배출된다면 지역 음악 수준 전반을 끌어올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남유진 광주음악산업센터 총감독은 "광주 인디씬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서울을 올라가지 않더라도 광주 지역 안에서 좋은 공연·음악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며 "광주 인디 음악이 지역의 색을 품고 발전할 때, 지역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아 나갈 수 있는 자생적인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박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