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재단은 ‘성평등 도시 광주실현’을 목표로 뛰고 있다.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 연구·개발, 일·가정 양립 사회 환경조성 연구·성평등 증진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친다.
2010년 재단 설립 준비에 들어가 2011년 본격 출범한 광주여성재단이 지난달 16일 제4대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로 염미봉씨를 맞아들였다.
염 대표이사는 "시민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성평등 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며 "생활밀착형 여성가족정책개발과 지역여성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지역여성계와 소통해 나감으로써 제2의 도약기를 만들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염 대표이사를 만나 제4기 광주여성재단의 주요 사업계획 그리고 풀어야 할 여성계 과제들에 대해 들어봤다.

염미봉 대표이사는 ‘성평등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제1의 목표로 꼽았다. 양성평등이란 어젠다를 ‘공동체’의 가치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우리는 광주 여성들의 일상 속 삶을 들여다보고자 해요. 일상에서 내면화돼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왔던 낡은 관습들, 그 안에 있는 남성 위주의 삶들에 지혜롭게 맞서는 것이죠. 그 키(Key)가 바로 ‘성평등 공동체’ 실현에 있다고 봅니다. 남성·여성을 구분짓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 입니다."
그는 여성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각 가정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리는 것과 같다고 본다. 한 가정의 ‘엄마’, ‘아내’, 그리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여성이 행복해야만 가족공동체의 행복도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염 대표이사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잡았다. 광주 여성의 행복지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현장형 여성가족정책·광주형 여성행복 모델 개발·지역여성의 역량 강화·성인지력 향상 등에 박차를 가하고, 내부적으로는 효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반을 다질 복안이다.
특히 올해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겪는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개선하는 ‘현장형 성평등 정책사업’에 주력한다.
"2017 광주 성인지 통계 ‘경제활동’ 부문의 자료를 살펴보면 광주 여성들의 경제활동 비율이 전국 16개 시·도 중 14번째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20대까지는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하지만 결혼·임신·육아 등을 겪는 30대에 크게 떨어지죠. 성별임금격차 또한 여성이 169.1만원, 남성이 270.1만원으로 101만원의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산재한 문제가 많아요. 이러한 애로사항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모두가 역량을 모아야겠습니다."
광주여성재단 올해 주요 사업 중 ‘여성가족정책 활성화’ 부문이 눈에 띈다. 앞서 염 대표이사가 강조한 "여성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역시 ‘일·가정 양립 사회 환경 조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란 신조어가 생길만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 재취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힘을 쓴다. ‘광주시 여성일자리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질적인 육아 문제를 해결해 줄 ‘광주형 아동돌봄공동체 모델’ 개발도 올 12월까지 마무리 할 계획이다.
더불어 사회 구성원들의 ‘성평등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할 주요 사안이다. 정책개발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원 방안으로 답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여성재단은 ‘공무원 성인지력 향상 교육’을 운영하고 지역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인지적 모니터링을 실시, 아래로부터의 성평등 확산에 힘을 싣는다.
이와 함께 그는 지역 여성들의 ‘풀뿌리 문화’ 판을 짜는 데도 공을 들인다. 여성정책연구·개발과 여성문화교류·활성화 사업을 투 트랙으로 진행, 광주 성평등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 여성재단의 존재 이유라 믿기 때문이다.
매년 여성계 호응을 받고 있는 소모임 활성화 사업도 계속된다. 지역 여성들의 건강한 ‘풀뿌리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여성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데 든든한 뿌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염 대표이사가 현안으로 보고 있는 부분은 ‘여성복합커뮤니티센터’(가칭)를 마련하는 일이다. "여성들이 모여 ‘일을 낼 만 한’곳"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자, 여성계 숙원이기도 하다.

여성복합커뮤니티센터는 문화·정책·연구개발·교류 등 여성사 모두를 아우르는 여성컨트롤 타워다. 광주여성재단 등 여성 단체들이 줄줄이 들어서 함께 힘을 모으고, 한편으로는 광주 여성사박물관·전시관·소모임 공방 등 다채로운 교류 공간도 꾸미는 것이다.
‘여성복합커뮤니티센터’는 그가 광↑주여성의 전화·광주 여성단체연합회장 등 여성 운동에 앞장서 오면서부터 꿈 꿔 온 것이다. 롤 모델을 꼽자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여성들의 교류 공간인 ‘서울여성플라자’를 비롯해 성평등도서관, 보육서비스지원센터, 성주류화지원센터, 살림센터 등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여성 그리고 가족 삶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을 원스톱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여성복합커뮤니티센터는 말 그대로 여성들의 둥지에요. 광주는 여성들의 공간이라 할 만 한 곳이 서구의 일·가정양립지원본부가 유일합니다. 지역 여성단체들도 각 사업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죠. 성평등 공동체 구축을 위한 호남의 거점 역할을 할 센터가 건립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임기 내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실제 광주여성재단에서는 재단 내 북카페·세미나실·전시관 등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지만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공간도 협소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움직일 때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재단 사옥은 교류 공간으론 적합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같은 공간의 문제는 광주여성재단의 추진 사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구 결과물을 제시 혹은 전시하고, 의견을 나누는 장을 까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단에 와서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 또 달라요. 정말 다양한 사업들이 재단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정책개발에서부터 문화교류 부분까지요. 하지만 여전히 광주여성재단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왜 존재하는지를 모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아요. 제4기 광주여성재단은 지역 여성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시민들과의 스킨십도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꾸며가고 싶어요."
우선 재단 8층에 자리한 여성전시관 문을 활짝 연다. 여성전시관은 지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여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는 공간이다. ‘여성들의 전시’라고 해서 꽃처럼 어여쁜 그림만 걸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위안부 문제 등 사회 어젠다를 녹여낸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내걸렸다. 여성전시관 하반기 전시는 기획전 ‘페미니스트의 물건’이다. 10월31일까지 펼쳐지는 전시는 여성 청년 기획자들이 작품에 녹여낸 ‘페미니즘’을 마주할 수 있다. 이밖에도 여성스토리텔링 공모전, 스웨덴 아빠 사진전 등도 준비된다.
"광주여성재단을 ‘찾고 싶은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요. 여성들의 경제활동부터 여가까지 삶 전반에 긍정적 에너지를 심어주는 곳이죠. 광주가 여성이 행복한 도시, 나아가 모든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 가는 선순환의 첫발이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행복 공동체’ 탄생이 아닐까요?"

염미봉 대표이사는
·서울정신여고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사회복지정책학 석사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 역임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 역임
·현 광주여성의전화 대표
·현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

박세라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