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미술은 예향의 전통을 잘 계승하고 미래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시대 광주미술에 대한 논의는 긍부정이 교차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긍부정이 교차하는데는 한쪽에서는 미래 발전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도,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정체를 빚는 듯한 모습들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게는 남종화의 고장답게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지금보다 더 활성화를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지와 간판 미술행사들의 부침, 그리고 그를 극복하고 탄탄한 담론을 바탕으로 한 문제점과 한계를 뛰어넘어 내실화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봐야 하는 시기를 맞은 것이다. 광주미술의 뿌리는 오래되고 깊다. 내외연이 두텁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광주미술이 경쟁력을 확보했는가에 대한 질의는 전혀 판이한 성격의 질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광주미술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내외연을 다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근래들어 광주미술의 전반적 발전방향에 대한 진단은 다소 회의적일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남종화로부터 광주비엔날레 및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아트페어에 이르기까지 광주미술이 발전을 거듭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타지인들이 보면 남종화의 고장이자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한 민중미술의 만개, 국내 간판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어 광주야말로 미술에 관한한 경쟁력있는 도시라고 추켜세워지기도 하지만 그 내실을 조망해보면 의외로 취약한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현단계에서 미술계가 진일보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는 보기 힘든 이유다.
물론 몇몇 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해 광주미술의 경쟁력과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광주미술을 키워드별로 접근해보면 광주비엔날레가 가장 강력한 단어로 꼽히고 뒤를 이어 광주아트페어나 개별작가별 활동을 들 수 있다. 여기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플랫폼 구축이나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개최 등 근래 광주가 각별하게 챙기고 있는 미디어 분야의 급성장을 언급할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광주미술의 내외연은 성장과 부침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미술의 가장 대표명사격인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미술의 발전과 환경을 변모하는 데 주축역할을 수행해냈다.
광주비엔날레에는 수식어가 많다. 국내 첫 비엔날레이자 현대미술의 담론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비엔날레,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 선정 ‘세계 20대 비엔날레’ 중 세계 5대 비엔날레,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이 2015년 미술전문가 2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결과 1900~1999년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전시(1·2회 전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광주비엔날레가 국내 미술은 물론이고 지역미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광주비엔날레가 1995년 창설된 이후 성년을 넘어 청년기로 온전하게 넘어서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995년 광복 50주년과 ‘미술의 해’를 기념하고 한국 미술문화를 새롭게 도약시키는 한편, 광주의 문화예술 전통과 5ㆍ18광주민중항쟁 이후 국제사회 속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광주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 창설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광주비엔날레는 문화도시, 민주도시 광주가 문화발신지가 돼 한국-아시아-세계와 교류를 넓혀 나가는 국제 현대미술의 장을 표방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주전시관과 시립미술관이 자리한 중외공원 일대와 대인시장 등 시내 일원을 전시공간으로 해 2년 마다 60여일 동안 열려 왔다.
비엔날레관을 주무대로 한 전시는 총감독의 전시기획 방향과 개념, 연출방식에 따라 몇몇 세션들로 구성되고, 매 대회마다 35개국 내외, 100여명 안팎의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져왔으며, 중외공원 주 사이트 이외의 광주시내 필요 장소에서 일부 전시 또는 프로그램을 분산, 개최해 왔다.
　이 광주비엔날레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술이 광주의 대표적 장르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광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미술문화가 있을 정도다. ‘비엔날레 키즈’(biennale kids) 나 재래시장의 예술시장화, ‘광주폴리’(gwangjufolly)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될 당시 태어났던 아이들이 20대 청년으로 성장했고, 대인시장은 예술이 접목돼 생활 속 비엔날레의 지평을 넓혀줬으며 세계적 건축가들이 구현한 소건축물 폴리는 ‘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때 첫 선을 보여 신개념의 소건축물 문화를 창출했다. 다만 폴리가 기존 도심 구조와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점과 시민들의 인식을 끌어올리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20년을 넘어선 광주비엔날레가 그 작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지만 미흡한 점들이 노정됐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예를 들면 창설 20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라는 타이틀의 전시(2014년 8월8일∼11월9일 광주시립미술관) 중 홍성담의 ‘세월오월’ 작품이 정권의 외압에 따라 전시가 무산되는 등 파행을 겪으면서 이용우 당시 대표가 사퇴하는 등 비엔날레가 한동안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이에 앞서 ‘제7회 광주비엔날레’를 1년여 앞두고는 2007년 감독으로 선임된 신정아(당시 동국대 교수)씨의 학력위조가 사실로 확인된데다 당시 권력실세와 연관된 게이트로까지 확대되면서 그 위상과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광주비엔날레는 막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잊힐만하면 격랑 속으로 빠져든 것이 큰 오점으로 남아 있다. 낙후된 전시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현재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7월13일 ‘2012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가운데 2018년 제12회 대회를 앞두고 전시 준비에 들어갔다. 내년 비엔날레는 낙후된 전시관으로 인해 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주전시관을 벗어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다.
이와함께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2005년 광주비엔날레가 현대미술축제로 위상을 굳히면서 또 예술장르이면서 산업부가 가치가 대단히 높은 디자인을 통해 광주를 명실상부한 세계적 디자인도시로 발전시켜보자는 취지로 시작돼 올해 7회 대회를 앞두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태동시켰지만 현재는 광주디자인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광주디자인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 등 디자인의 내외연을 확대하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순수비엔날레와 내용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오다 2014년 분리가 추진됐다. 그 이후 2015년 6회 대회때부터 분리 운영되고 있다. 아트와 산업의 조화가 숙제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는 오는 9월8일부터 10월23일까지 46일 동안 45개국에서 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어 빛고을 미술장터인 ‘광주아트페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아트페어는 ‘2010광주비엔날레’와 연계된 국제아트페어로 시작됐다. 첫번째 아트페어였던 ‘2010 아트광주’는 지역 3개화랑과 70여명의 작가를 포함, 국내외 53개 화랑과 800여명의 작가, 210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9월1일부터 5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성황리 열려 성공적 서막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2010아트광주’에는 지역 3개화랑과 70여명의 작가를 포함, 국내외 53개 화랑과 800여명의 작가, 210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신설 아트페어로서 스타트나 작품수준과 관련해 성공적인 평이 이어졌다. 중국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이 총 7억5000여만원에 판매되는 등 총 40여억원을 돌파해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초기 선전을 펼쳤으나 처음 그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한때 존페 여부가 이야기될 만큼 어려움에 직면했다. 여전히 광주아트페어는 그 위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광주비엔날레에서 한국미술협회와 광주문화재단으로, 광주미술협회로 각각 주관처가 여러차례 바뀐데다 예산마저 들쭉날쭉 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다 지난해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여덟번째 아트페어를 앞두고 있다. 올해 아트페어는 사무국장 출신이었던 조규철씨가 감독을 맡은 가운데 오는 9월28일부터 10월1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장소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다시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옮겨 열리게 된다. 광주미술협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잡음을 무마하고 온전하게 진행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1992년 개관 이후부터 지역미술의 중심역할을 수행해 왔다. 1995년에는 비엔날레관과 팔각정 스튜디오를 개관했으며, 1996년에는 비엔날레자원본부와 통합개편(1국2부1실7과)했고, 1997년에는 교육홍보관을 개관했다. 1998년에는 중외공원관리사무소와 통합개편(1국2부1실1과)했으며, 1999년에는 시립미술관과 비엔날레가 분리(1실 3과)됐다.
2000년대로 넘어와서는 2003년에 시립미술관 분관 개관(1실3과1분관)이, 2004년에는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개관이, 2007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신축 개관이, 2008년에는 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개관 및 시립미술관 인사동갤러리 ‘LIGHT’ 개관이 각각 이뤄졌다.
광주시립미술관은 2009년에는 해외로 시야를 돌려 중국에 북경창작센터 개관을 성사시켰다. 화가만 4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미술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지역작가들의 해외진출 거점 역할을 해왔으며, 광주미술의 내외연을 확장하는데도 큰 도움을 제공했다. 지역공립 미술관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문을 연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매년 5명 안팎의 작가들이 작업과 전시 활동을 펼쳐왔으며, 현재 제10기 입주작가를 공모 중이다.
2010년대 접어들어서는 2011년에 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민간위탁((사)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지회)이 이뤄졌고, 팔각정 스튜디오가 폐관됐으며, 2012년에는 시립미술관 사간동 갤러리 ‘GMA’가 개관된 반면 시립미술관 인사동 갤러리 ‘LIGHT’가 폐관됐다.

2013년에는 양산동 창작스튜디오가 폐관된데 이어 2016년에는 청년예술인 지원센터 및 G&J광주전남갤러리·광주시립사진전시관이 개관됐으며, 사간동 갤러리 ‘GMA’가 폐관됐다. 올들어서는 북경창작센터가 송좡예술특구에 이전, 개관됐다.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이 지난해 문을 열고 운영 중인 가운데 국제레지던시 스튜디오도 본관 앞 개관, 해외작가들이 광주에 머물면서 작업하고 거처할 공간이 마련됨에 따라 실질적인 교류 활성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광주현대미술의 역사와 자취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온 광주시립미술관은 상설전시와 기획전시 등의 전시사업,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사업과 지역 미술의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개별 작가들의 해외진출도 지속되고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나 박소빈 작가 등 열악한 지역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화를 이뤄내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더라도 해외진출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최근에는 독립큐레이터그룹까지 미술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버랩이 한국과 필리핀 작가 교류에 나서 순회 방문을 실시 중이다.
지역에서 광주비엔날레관이나 광주시립미술관을 제외하면 대형 전시 공간이 부재했으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되면서 대형 전시 개최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플랫폼은 2014년 12월1일 광주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의미를 새기기 위한 공간이다. 광주문화재단은 빛고을시민문화관과 아트스페이스에 홀로그램 극장, 미디어놀이터, 홀로그램 파사드, 미디어아트 아카이브, 미디어 338, 디지털 갤러리 등 총 6개 미디어아트 특화공간을 마련한다. 플랫폼에서는 미디어아트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아울러 미술계는 광주미술인들이 자기투자가 부족한 동시에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전제하며 해외진출 거점 마련에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광주비엔날레 등 간판 미술행사들의 내실화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전국 공립미술관 1호 학예사로 평가받는 장경화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자기도전을 위한 투자가 미흡한데다 실험정신마저 부족하고 창작자나 미술이론가 할 것 없이 지역성에 매몰돼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역미술인재 양성이 타지역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종기 은암미술관장은 "광주미술이 이제는 장르별로, 인력별로 더욱 다양화해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작가를 해외에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를 해주는 것이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며 "말레이시아 등지로 창작센터를 확장하고, 뉴욕이나 파리 등과는 교류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해 해외와의 미술교류를 체계적으로 지속해나가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