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뚫린 광주-영광 간 4차선 국도 변에 빨갛게 핀 배롱나무 꽃이 한창이다.
밀재를 지나 영광군 묘량면 신천리로 가는 지방도를 따라 승용차로 5분 쯤 들어가면 ‘태절골’이라 불리는 마을 바로 옆에 보물 제504호 신천리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전체 높이 4.18m의 이 석탑은 신라식 일반형으로 상·하 두개의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세운 것이다. 하층 기단은 오랜 세월 속에 땅속에 묻혀 있었으나 1995년 탑 해체·보수할 때 땅 속에 아래층 기단을 지상으로 드러내면서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됐다고 한다.
기단부는 여러 개의 긴 석재로 지대석을 엮어 그 위에 기단 면석을 조립했다. 하층 기단의 갑석은 2개의 판석으로 덮여 있는데 상면은 경사가 있어서 네 귀퉁이에 합각선이 뚜렷하고, 중앙부에는 높직한 원호와 약간 낮은 각형의 2단의 굄대를 이루며 상층 기단을 받치고 있다. 상층 기단 면석은 4개의 판석으로 짜여졌다.
전체적으로 기단의 합각선이 예리하지는 못하지만 탑신 굄대의 조각수법은 매우 정연한 편이다.
탑신부는 옥개와 옥신석이 각 1개씩으로 조성됐고, 각 층의 옥신에는 각 면에 양쪽 모서리기둥 형식이 정연하다.
낙수면은 상부에서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중앙부와 하단으로 내려오면서 약간 평평해졌으나, 추녀를 직선형으로 경쾌감을 살려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은 면하고 있다.
상륜부는 1개 돌로 만들어진 노반 장식이 있고, 그 위에 주발모양의 복발 장식이 있으며 별개로 장식성을 위해 설치한 보주석이 놓여 있다.
이 석탑은 기단부의 하층 기단 면석의 탱주는 2주이지만 상층 기단은 1주로 생략됐다.
탑신부에서 볼 때 초층·2층의 옥신비례는 3.5대1의 비율로 급격히 줄어드는 보이고 있으며, 또 옥개석의 낙수면이 이례적으로 급경사이다. 이런 형식은 통일신라 시대의 전형적인 양식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어 이 석탑이 통일신라시대 말이나 고려시대 초 쯤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 석탑 앞에는 일부 부재에 손상이 보이는 석등 1개와 원형 부도 2기가 놓여있다.
이들은 원래 이 곳에 있던 것들이 아니었고, 인근에 산재해 있던 것을 주민들이 옮긴 것이라고 한다.
석탑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곳이 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곳에 있던 절이 있었다는 점은 동국여지승람 등 몇 가지 문헌기록이 남아있는데, 여러 기록을 종합해보면 이흥사(利興寺)란 이름의 절로 추정되고 있다. 이 일대에는 여전히 자기 조각과 기와 조각들이 발견돼 절터였음이 확인되고 있으나, 절에 관한 공식적인 기록도, 구전도 없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
문화재청 자료를 보니 이 석탑의 소유 및 관리주체가 불교 쪽이 아닌 원불교인 것도 특이하다. 글·사진=여균수 기자

여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