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가 싸요 싸."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이런 외침 한 토막 일상 속 풍경으로 흔하게 접하며 살지 모른다. 마트마다 크든, 작든 산소통(캔)이 즐비하고 서로 많이 팔겠다고 저가 경쟁을 펼치는 광경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꺼림칙하게도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듯해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고 했지 않은가. 마실 물, 공기 걱정없이 살아왔다. 지금은 ‘금수’는 어디로 사라지고, 황사나 미세먼지 차지가 됐다. 동요 ‘반달’을 보면 ‘푸른 하늘 은하수’가 나온다. 가사를 이제 바꿔야 할 지 모른다. ‘꽃피는 춘사월’이라 했던가. 꽃피는 춘사월도 온데간데 없다. 봄날 푸른 하늘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세태 탓인지 경상남도 하동군이나 산청군이 지리산 공기를 캔에 담아 판매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리산은 어머니와 같은 산으로 금강산 및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의 하나로 꼽혀왔다. 빨치산 투쟁이 극렬했던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리산을 에돌아가는 섬진강의 맑은 물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최대규모의 국립공원으로 깨끗한 공기의 대명사라 해도 무리가 없다. 이곳의 공기를 캔에 담아 판다고 하니 대중화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매캐한 공기를 이유로 "한캔 하실래요" 행렬에 동참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지자체가 공기캔 판매에 적극 뛰어듦에 따라 물처럼 사먹는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하겠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못 파는 게 없다. 없는 것 빼고 다파는 시대다. 아니 없는 것도 미리 당겨 예약을 받는다. 그러니 산소를 파는 것이 뭐 그리 놀랄 일이겠냐마는 그래도 공기까지 사먹는 세상이 올지는 몰랐다. 인간에게 필요한 생존의 3대 요소가 있다. 공기(空氣)와 햇빛(陽), 물(水)이 그것이다. 이 생존 3대 요소는 오늘날 순수한 자연재에서 자본재로 명패를 갈아 달았다. 물 사먹은 지는 오래됐다. 햇빛 또한 태양열 등 산업적으로 활용된 지는 꽤 됐다. 이제 산소까지 거래품목이 됐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더욱이 8월이다. 8월은 산소와 밀접하게 연관이 돼있는 달이다. 1774년 8월1일 영국의 신학자·철학자·화학자인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y·1733~1804)가 산소(Oxygen)를 발견했다. 산소가 발견된 지 250여년 됐지만 산소의 존재를 망각하고 살았다. 굳이 산소를 기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가 황사와 미세먼지가 생존을 위협할 지경에 다다르자 산소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현재도 시중에는 대용량 산소캔이 거래되고 있고, 공기청정기 시장은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중요한 점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못 먹는 게 없는 포식자이더라도 산소까지 사고 파는 시대를 목도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의 생로병사 모두 거래되는 세상에 산소가 판매되는 게 무슨 대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인간이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 산소를 사서 마셔야 하는 세상이 현실이 될 거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같은 저성장과 양극화가 계속된다면 에너지 극빈층같은 ‘산소 극빈층’은 세상을 얼마나 숨 막혀 해야 할지, 막막한 시간 앞에 놓일 것은 자명하다. 이들에겐 산소가 결코 저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까 저어하다.
이 시점에 공기의 의미는 알아둬야 겠다. 공기 속에는 질소와 산소,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의 기체들이 모두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이중 생물이 호흡하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체가 바로 산소라는 것을.
그런데 ‘성냥팔이 소녀’가 오버랩된다. "성냥 사세요"가 아닌, "산소 사세요"가 귓가에 맴도는 이유는 왜일까.

고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