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오류가 없을 수는 없다. 기계나 로봇도 미스(miss·오류)를 내는 세상 아닌가. 그러니 뇌의 지시에 따라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 역시 크든, 작든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무한경쟁의 시대에 오류는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닐 터다. 잘못을 하며 배워나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래서 학교교육만 해도 2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에게는 100세 시대가 놓여져 있다. 그 100년 중 초등학교 입학 전 7년에다 학교 교육 20년을 더할 정도로 적지 않은 시간을 교육에 쏟는다.
예부터 어르신들은 ‘사람구실’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했다. 무슨 잘못만 하면 ‘네가 언제 사람구실 할까’ 하고 혀를 끌끌 찼다. 이 사람구실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30여년의 시간을 교육에 할애하는 셈이다.
시간도, 비용도 기꺼이 감수한다. 그만큼 사람이 사람구실을 하도록 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일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까지 하고 사회에 진출해도 오류를 비껴가지는 못한다.
특히 청년들은 취직을 못해 죄송한데 잘못까지 하게 되면 얼굴빛이 더 뜨거워진다. 숨을 수만 있다면 어디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잘못을 안하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인간이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잘못을 안하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다만 우리는 잘못을 줄여가거나,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한다. 지금보다 삶의 속도가 느렸을 때는 ‘버릇처럼’ 혹은 ‘습관처럼’이라는 말이 긍정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요즘 ‘버릇처럼’이나 ‘습관처럼’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긍정화되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 삶이 휴머니티를 상실한 채 물질에 경도되고 무한경쟁이 오로지 선으로 자리잡으면서 부정화가 되고 말았다. ‘버릇처럼’이나 ‘습관처럼’이라는 단어 뒤에는 모두 부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가장 습관적인 표상을 담보하고 있는 ‘밥먹듯이’ 뒤에 따라붙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부정적 의미들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버릇처럼’이나 ‘습관처럼’이라는 단어를 연신 언급한데는 그만큼 반복되는 오류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어서다. 똑같은 오류가 넘쳐나고, 그로부터 진화한 오류들이 또 주류로 안착된다. 날마다 수많은 오류들이 우리네 삶에 생채기를 남긴다. 오류들은 개인과 개인 간, 개인과 사회공동체 간, 사회공동체와 사회공동체 간 폭넓게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우리의 힘으로 고칠 수 있는 데도 못고치는 오류가 있고,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아 방치된 오류도 의외로 많다. 누군가는 이 오류를 불러왔고, 누군가는 이 오류로 인해 가슴에 멍이 든 채 살아간다. 개인이든, 사회이든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오류의 시작과 끝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힘겨운 삶 앞에서 그동안 오류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오류를 오류가 아니라고 우기는가 하면, 버젓이 오류를 내놓고도 모른 척 눈감은 일을 자행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할 때다.
어느 순간 우리네 삶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버팅기는 듯한 세태가 감지된다. 무조건 큰 소리부터 지르고, 상대의 약점이나 붙잡아 더 많은 이득을 보려하는 술수가 넘쳐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불완전하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류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런 오류 뒤에 중요한 것이 있다.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사과’다. 회피하는 뻔뻔함보다는 즉시 진심을 담아 하는 사과야말로 궁극적으로 우리네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임을 생각했으면 한다.

고선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