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 왔다. 늘 봄 하면 생동하는 느낌이 우선이다. 겨우내 잠들어있던 생명체가 깨어난다. 봄은 어쩌면 생명의 계절일 지 모른다. 생명의 계절에 심오한 생명을 다시 생각한다. 생명을 사전적 의미로 풀어보면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말한다. 그런데 젊은 생명들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필자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다. 아직은 노인이 되려면 조금 여유있는 나이 이기는 하다. 그런데 요즘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다 보니 ‘늙지 않는 비결’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접근이 한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20%인 700만명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5년께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출산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노인인구 비중만 늘어가고 있는데서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노인인구의 비중이 늘수록 사회적 비용이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어느덧 81.8세에 이르고 있으나 사망 전 평균 17년 동안 병원신세를 지는 것으로 나타나 실질 수명의 질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2016년 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73세에서 2025년에는 76세로 3년 더 늘어날 것이라고는 하지만 노후의 삶이 어떤 의미인지 대충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이기는 하나 노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에게 생로병사는 현재까지 피할 수 없는 철칙이다. 그러니 당신도, 필자도 노인이 된다는 원칙은 불변이다.
노인인구가 느는 대신 생산인구가 늘면 좋으련만 우리나라는 생산인구가 노인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복지포럼’ 최신호에 실린 ‘고령사회 대응 중고령자 인력 활용’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OECD 회원국들은 40세 미만 인구만 감소하고 인구 연령대별 인구 감소 폭이 최대 4% 미만에 그치지만, 우리나라는 50대까지 감소하고 감소 폭은 10∼30%에 달한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노령화는 노인인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인구의 대폭 감소 등으로 연결돼 여러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본 부모와 오십이 넘은 나이에 본 부모는 판이하게 다르다. 젊은 시절 강단지고 생활력 강하던 모습에서 지금은 밖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팔순을 넘긴 부친과 팔순을 목전에 둔 모친을 보면 삶이 너무 위태로워 보인다. 침대에서 발이 꼬여 구르는 일까지 생기다 보니 필자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출처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알약들은 거의 한 주먹 분량에 달한다. 매일 그렇게 많은 약들을 복용한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고정적으로 복용해야 할 약과 몸이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가서 맞아야 하는 주사, 온 몸이 아플 때마다 한의원에서 맞는 침 등 너무도 많은 의료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그나마 요양병원행은 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또 행동은 급격하게 느려졌고, 그렇게 꼼꼼하던 살림살이는 ‘구멍’이 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이가 먹어가면 몸은 고장날 수밖에 없다. 고장난 몸은 고쳐써야 한다. 이런 위태로운 노년을 돌파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하니 그 혜택을 보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최근 인간노화의 숙제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고 한다. ‘늙지 않는 벌거숭이두더지쥐’를 확인한 것이다. 다른 쥐에 비해 수명이 5∼10배에 이른다. 사람으로 치면 800살에 해당한다. 구글의 생명공학 계열사인 캘리코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나이가 들수록 사망률이 증가하는 ‘곰퍼츠의 사망률 법칙’을 따르는데 비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밝힌다. 태어난 모습 그대로 생명이 멈추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늙지 않는다면 아프지 않을까가 우선 궁금하다. 봄날 쓸데 없는 상상을 한 것일까.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