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화실은 기계공작소 골목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북동 성당 건너편 안쪽 골목을 타고 들어가면 시민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화실방문 때 정작 시민교회를 찾았지만 주차가 어려워 한 두 바퀴 정도 돌고나서야 조금 좁아보이는 곳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3층 그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미술판에서 그의 소식을 가끔 듣거나 간혹 현장에서 볼 수 있었지만 그의 화실 방문은 처음이었다.
그의 화풍 또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좀더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유동 사거리에서 10년 간 신고전이라고 하는 미술학원을 운영해 생계를 꾸렸다. 후학들을 지도하다가 작업실을 갖게 된 경우다. 집에서 작업을 3년 정도 하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0여년 간 금호동 작업실에 머물렀으며, 지금의 작업실 자리는 2009년부터다. 햇수로는 이 자리에 작업실을 낸지 10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 8월12일 해외교류 전시 때문에 출국을 앞둔 상황이어서 분주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취재에 응했다. 서양화가로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광주시지회 사무국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영화 작가를 만나 그간의 화가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자리에 앉자마자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그의 화가에 대한 꿈은 일찍 시작됐다. 초등학교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화가였다. 화가가 목표였던 것이다. 기회가 없다가 광주서석고등학교 때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본격화됐다고 술회한다. 물론 그 시절 실기대회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그가 오늘날 서양화가로 활동할 수 있는 이면에는 가족이 있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가난한 화가로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림을 그려주는 것뿐이었다는 전언이다. 그것을 선물처럼 모으다 보니 가족화가처럼 알려지게 된 것이다.
가족 그림을 추구하다가 자연풍경으로 건너왔고, 여행이라는 삶을 테마로 일상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이런 그가 던지는 화폭의 메시지는 ‘가족’이지만 결국 ‘희망이 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화폭을 화사하게 구사했다. 어려운 일이 닥쳤더라도 극복하면 뭔가가 있지 않나 하고 오히려 되물었다. 행복이나 여행이 가진 자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가 그림으로 가졌던 가치나 메시지가 아무리 원대하다손 치더라도 생활적인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시인한다.
"전업작가의 고민이라면 생활일 것입니다. 작가이자 예술가로서의 고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과의 타협 등 여러 부분들이 고민이 되죠. 40대까지는 소소하게 갈 수 있었지만 예술가와 사회와의 타협도 중요했어요. 하지만 제 작품이 여러 가정에 걸리는 것을 희망했다고 봐야죠. 재물이 있는 집이든, 없는 집이든 그건 상관없구요. 저 역시 미술관만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반추해보면 이는 작가로서의 제 모습이 귀결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의 작업은 대략 세가지로 구분, 정리할 수 있다. 대학 시기는 그림에 관한 고민이 작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전반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참여적인 것이 강하던 때로 대동 세상과 탈춤 등 작품이 많았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회에 예민한 부분들이 많았던 시기로 회색적인 사회현상을 반영한 작업에 집중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고, 이 결혼은 작업방향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애들이 커가면서 가족적 회화에서 사회풍경이나 일상들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에 대한 섬세한 표현 역시 한층 더 농밀함을 더하던 시기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다가 3∼4년전부터는 리얼리틱하게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삶의 여행’ 시리즈에 천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의 작품들이 편안해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도 직장에 출근하는 패턴처럼 화실에 나와 작업을 펼친다. 작업패턴에 대해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전시 계획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죠. 다만 평상시에 는 주로 낮에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어찌보면 화실이 작업만으로 이용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의외로 음식만들기를 좋아합니다. 작업실에서 대화하며 저녁시간을 보낼 때가 있지요. 워낙 집사람이 좋은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죠. 여기서 반찬을 담궈 집으로 가져다 주니까요. 제 아내도 저로 인해 40대 중반부터 일을 하고 있는데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즘 그는 ‘삶의 여행’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신의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상관없이 제 회화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훌쩍 떠났으면 한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요즘 그의 희망이다.
이처럼 활동하면서 전업화가로서의 삶을 줄곧 살아왔다.
자신에게 놓인 미술과 가족에게 놓인 미술에 대한 해석과 실제는 달랐을 것이라고 한다.
"개인 화가로서의 삶은 충만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족의 생각은 달랐을 수 있어요. 그래서 가족에게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저로서는 이해해주는 가족이 있어 천군만마나 마찬가지지요. 늘 감사하고 미안할 뿐입니다."
그는 나이프로 작업을 한다. 처음 밑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드로잉을 한다. 모든 채색 작업을 나이프로 한다는 것이다. 보기에는 물감이 많이 발라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색감이 선명하고 밝은 까닭이다.
그의 작품에는 가족의 모습에서부터 시골의 소박한 풍경, 도심 속의 소소한 일상의 이미지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한다. 아울러 제주도에서부터 이름 모를 산골까지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경험을 소중한 추억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에는 안온한 정서와 스토리가 넘쳐난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람에게 쉼과 힐링을 안겨주고도 남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예술가를 기인(奇人)처럼 보는 흐름이 있는데 기인이 아니라 화가로 봐주는 한편, 어느 누구든 간에 그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작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그가 이루고 싶은 최종적 꿈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오히려 귀를 의심할 만큼 소박했다. 자신의 작품이 어디든 가리지 않고 걸리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한때 개인미술관을 여는 것이 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접었어요. 가정이든, 사무실이든 제 작품이 걸리는 것이 꿈입니다. 그리고 소장된 곳에서 소중하게 대접을 받았으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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