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폐산업시설이나 유휴공간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문화 재생 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생산을 맡았던 산업단지와 시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 기능을 잃고 방치된 현상이 발생해 문제가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방치된 공간들이 문화와 예술을 밑바탕으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되면서 사회적 가치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광주의 경우 광산구에 위치한 ‘소촌아트팩토리’가 그것.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서 선정된 소촌농공단지는 2015년 공간조성에 본격 착수해 3월부터 10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광산구와 광주문화재단의 업무 협약을 통해 광주문화재단이 조성사업을 주관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 광산구에 방공호와 공터로 남아 있던소촌농공단지 내 관리사무소(1729㎡)와 별관(1041㎡) 등 총 2770㎡가 문화 공간으로 재구성돼 광주의 유일한 산업단지 재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소촌아트팩토리는’ 낡은 유휴공간을 문화재생을 통해 창작 활성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날 뿐더러 시민들이 다가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등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장소이다. 특히 지난해 시범적으로 산단프레비엔날레를 열어 시민들과 예술계에 호응을 얻었고 올해는 2018년 12회째를 맞는 비엔날레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지난 9월1일에서 14일까지 소촌아트팩토리 일대에서 ‘산단비엔날레-소촌도큐멘타안전진단’을 여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소촌아트팩토리는 구, 전남도청 앞에 있던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 컨테이너 27개를 광산구로 옮겨와 재구성해 완성한 미술 공간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와 발맞춰 드로잉파티와 공연, 포럼, 아트마켓과 체험 등이 결합된 산단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소촌아트팩토리’는 오래되고 낡은 방공호를 공연 연습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기획전시 및 미술작가 레지던시를 통해 시각예술 창작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 ‘문화에 기부한다’는 문화 기부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등 꾸준히 인프라를 확장, 구축을 하고 있다.
직접 찾아가 본 광주 광산구 소촌동에 자리한 소촌아트팩토리는 소촌농공단지 내 공장에 둘러 쌓여있어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농공단지를 돌아다니다가 공장 대여섯 군데를 지나니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다. 2층 건물과 컨테이너가 독특하게 연결돼 눈길을 끌었다.
"지역에는 예술을 선보일 무대가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준비하는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지요. 소촌아트팩토리는 바로 그런 점을 살려 누구에게나 열린 창작을 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어요."
소촌아트팩토리 강혜경 센터장은 소촌아트팩토리의 지향점에 대해 설명했다. 퓨전국악그룹 아이리아의 대표를 역임한 그의 설명에 공연기획자로, 문화기획자로 활동했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된 결과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에 따르면 ‘소촌아트팩토리’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문화재생을 통해 삭막한 폐산업시설이라는 장소를 예술적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켰으며 시민들이 문화예술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이후 2016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모한 ‘공연예술 연습공간 조성사업’에 광산구가 선정됐다. 민간 공연예술단체와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연습공간을 제공해 예술가들의 창작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예술창작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소촌아트팩토리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
이렇게 2017년 10월31일 개관한 ‘아르코공연연습센터@광주’는 현재 부산, 울산, 전주 등 전국 14개 광역시도에서 운영이 되고 있는데, 지역 문화재단에서 위탁 운영되고 있는 타 지역과 달리 광산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업무 협약을 통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르코공연연습센터@광주
공동운영위원회’(위원장 이무용)를 설립, 전문 예술가 6명의 운영위원을 위촉해 운영되고 있다. ‘아르코공연연습센터@광주’는 100평 규모의 대연습실을 비롯해 중연습실과 리딩룸, 세미나실, 커뮤니티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촌아트팩토리는 ‘아르코공연연습센터@광주’ 운영으로 인해 매월 1500명 이상의 시민들과전문 예술가들이 드나들어 광주의 유일한 산업단지 문화재생 공간이자 공연예술 창작 거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공연연습을 위한 시설 대관과 함께 창작 활성화를 위해 시각예술 사업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조성 당시 홍보관으로 사용됐던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 광주) 폐컨테이너를 공터로 옮겨와 새롭게 조립, 리뉴얼해 미술관으로 꾸몄다. 이곳을 ‘큐브미술관’이라 이름 짓고 시각예술 창작 활성화를 위한 레지던스도 함께 운영하기에 이른다.
강 센터장은 "아르코 공연연습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는 공연장 대관으로 공연예술 창작지원과, 미술관 레지던스를 통해 시각예술 창작지원에 초점을 둬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어요. 실질적으로 예술가와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동안 센터가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공간을 재정비해 개별 활동을 장려하고 이에 따른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나간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와 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방향을 모색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소촌아트팩토리 레지던스는 그동안
축적한 역량과 문화네트워크로 주민 문화향유를 강화하고 지역 예술인의 창작 열정을 이끌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7년 광산구 자체적으로 시범운영을 했으며 올해는 광주문화재단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돼 4명의 입주작가를 선발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운영한 ‘럭키소촌 차세대 작가 레지던스’는 강미현, 박기태, 손만석, 신주욱, 이건용 5명의 작가가 참여해 디자인과 미디어아트, 설치, 정크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다뤘으며 올해는 김계진, 박정일, 박환숙, 이두환 작가들이 회화와 공공미술벽화를 위주로 작업 한다.
시범 사업 당시 나이제한을 두었지만 올해부터는 나이제한을 없앤 데다 지역에 제한을 두지 않아 광주 소촌동을 거점으로 창작활동을 벌이고 싶은 전국의 예술가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큐브미술관 1층은 주로 기획전 및 초대전 형식으로 운영되며 레지던스 참여작가를 중심으로 ‘광산아트플러스’시리즈가 진행된다. 창작과 전시가 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 미술관 2층에는 레지던스가 진행, 입주 작가들의 작업공간과 상설전시 공간이 마련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창작 활동에 열을 올리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큐브미술관은 시각예술 뿐만 아니라 공연예술도 품어낸다. 매주 토요일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열린다. 130명 가족들이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 교육프로그램 ‘The Dream 패밀리 오케스트라’, 몸짓활동을 통한 창의력·사고력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 ‘소촌 춤 공장’ 그리고 움직임과 극을 매개로 가족 간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끌어내는 ‘가족과 함께 뚜비뚜바’ 등 세 프로그램이 그것으로 소촌아트팩토리 토요일을 들썩이게 한다.
소촌아트팩토리의 또 다른 매력은 건물에 들어서자 ‘딱’ 보이는 곳에서 느낄 수 있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아트코뮌’이라는 독특한 이름과 트렌디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일반 카페처럼 보이는 이 공간은 기부 활동을 지향하고 기부 문화의 정착을 꿈꾸는 비영리 카페다.
이곳에서는 3000원을 기부하면 음료 1잔을 제공한다. 올해 6월 문을 열어 현재 32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하니 꽤 쏠쏠하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은 공익활동 사단법인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에 지정 기부해 지역 예술창작활동을 위한 공모사업으로 선순환될 예정이다.
카페에서 돈을 지불하고 음료를 구매하면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제공된다. 브런치콘서트를 테마로 오는 12월까지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2시 ‘예술공장 토요문화만찬’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30분에는 젊은 재즈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간단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재즈브런치’가 진행된다.
상업적인 곳이 아니어서 카드 사용이 안 돼 불편한 점은 있지만 문화에 기부하는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큐브미술관 끝에 자리한 컨테이너에는 ‘유노윤호 작은 도서관 Hug(허그)’가 있다. 동방신기의 멤버인 유노윤호(정윤호)를 사랑하는 한·중·일·대만 4개국 팬클럽 회원들이 리모델링을 위한 일부 기금을 마련, 소촌아트팩토리가 유휴공간을 제공해 조성됐다. ‘광산청년’ 유노윤호를 사랑하는 팬들이 지역에 내 놓은 작은 선물인 셈이다. 현재 일본 팬들이 기부한 1000권의 책과 지역민들이 기부한 500여권의 책이 비치돼 있고 향후 문화예술 관련 전문서적들을 꾸준히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의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변화를 꾀한 도시재생사업은 대체로 문화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채 특정시설이나 건물을 짓는데 치중해왔다. 하지만 소촌아트팩토리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복합문화공간으로써 관련 시설이 확충됐고 지역을 반영한 콘텐츠를 소촌아트팩토리가 지향하는 바와 잘 버무린 것이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생활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문턱을 낮춘 풀뿌리 문화잔치를 지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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