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호·제69호) 목포 근대화골목이 시끄러운 요즘이다. 그 말썽의 중심지가 양림동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도심 근대화의 흔적들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공식은 오래전부터 성립돼 왔다.
이 기회에 양림동의 역사를 되짚어 오늘을 복기했으면 한다.
광주에 살면서 양림동을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를 묻는다. 대개 근대화 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펭귄마을을 양림동의 대표명사로 기억한다. 우리는 광주에 살고 있으면서 광주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양림동인들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역사상 양림동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1481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한다.
광산현 산천조에 이르기를 ‘고을의 서쪽 2리에 양림산(陽林山이)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여기서 광산현은 현재의 광산구가 아니라 과거의 전남도청, 지금의 아시아문화전당이 있는 광산동을 뜻한다. 광산동에서 2리 떨어진 곳이 양림동이다.
근대에는 선교사들이 이곳을 호남 선교의 근거지로 삼았다. 또 어두운 일제시대의 탄압과 억압에서 광주의 현대화와 많은 문화예술인과 지식인을 배출하던 터전이기도 했다.
광주읍성을 중심으로 왼편에 위치,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사직동과 함께 ‘겸재 정선’으로 유명한 광주정씨의 집성촌과 하동정씨의 집성촌으로 광주의 역사와 함께 했던 곳 또한 양림동이다.
양림동은 광주 최고의 부자들과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유학한 지식인들이 거주했고 1920년경 서울에서도 많지 않았던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던 곳이었다. 거기에 선교사들이 전파한 서구 문화와 전통문화가 섞여 광주의 근대문화의 주요 원천을 형성한 것이다.
양림 오거리를 기준으로 광주시 문화재 1호인 이장우 가옥과 최승효 가옥, 기독교와 서양문화의 분위기를 오롯이 전해주고 있는 수피아 여고의 윈스브로 홀, 커티스메모리얼 홀, 수피아 역사관, 오웬 기념각, 우월순 사택 등이 소재하고 있고, 생태적으로 국내에서 제일 큰 호랑가시나무와 선교사들이 심은 아름드리 알래스카 흑호두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다 중국의 3대 혁명 작곡가 정율성 생가터, 검은 머리의 차이콥스키 정추 생가터, 고독의 시인 김현승 생가터, 3·1운동 발상지 등이 있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자원들과 많은 예술인들의 산실이기도 하다. 미술관이 집결돼 있고, 음악가 정율성, 영화감독 임권택, 화가 배동신, 소설가 황석영, 시인 이수복, 가수 김연자, 탤렌트 박신혜 등이 수학하고, 작품 활동을 펼친 곳이자 ‘밀정’ 등 14편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화제작 ‘미스터 선샤인’은 우일선 선교사사택 일대에서 촬영을 시도하다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처럼 양림동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꿈틀대는, 보배로운 공간이다. 누구나 탐내고 눈독 들일만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아쉽게도 오늘의 양림동은 복합 쇼핑몰과 카페 등 현대의 것들이 마구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양림동의 역사와 문화가 지워지는 순간, 흔하디 흔한 도심이 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