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2019년 3월호·제70호) ‘민주주의’ 부정하는 발언 쏟아진 국회
‘5·18’에 대한 망언이 극에 달했다. 가관인 것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민의의 전당에서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는 점이
다. 아시다시피 국회는 헌법기관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그 자체가 헌법을 대표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민주주의는 국가의 정체성을 담보한다고 했을 때 국회가 그 상징이다.
정파를 떠나서 정치노선과 무관하게 국회의원의 신분은 곧 민주공화국의 실체인 이유이다. 독재자 박정희가 최측근 부하의 총에 맞아 세상을 하직한 것의 원인 중 하나가 국회의원 김영삼을 국회의 원직에서 제명했던 폭거에 있기도 하다. 한계가 많이 있지만 작금의 시대에 국회는 민주주의의 입구이자 출구이다.
그러므로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인 김진태가 지만원을 불러들여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사를 개최한 것은 국회 쿠데타라 할만하다. 이종명과 김순례의 발언은 국회쿠데타의 진수를 보여준다.
‘5·18’이 폭동이라는 주장은 전두환의 학살명분이었다.
5·18유공자들이 국민세금을 축내고 있는 괴물이라는 발언은 노골적인 혐오발언이다.
오히려 김순례에게 괴물이라는 이름을 돌려줘도 손색이 없는 발언이다.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가 있는가’라는 야만에 맞서 인간다움의 용기와 행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 ‘5·18’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이웃의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참혹한 만행에 맞서 싸운 공동체가 5·18이다.
국민의 세금이 국민을 지키는 데 쓰여야 하고 인간으로서 품격을 지키는 데 쓰여야 한다는 민주공화국의 가치기준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5·18유공자에 대한 김순례의 모독은 본인에게 괴물 칭호를 되돌려줘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반5·18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
5·18에 대한 왜곡과 비방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고 그 수위도 도를 넘고 있다. 지만원이 대표적이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왜곡과 폄훼, 비방과 날조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언의 범죄적 행위를 처벌할 법의 현실은 피해자 명예훼손죄에 국한되어 있다.
지만원은 한 때 교묘하게 명예훼손죄를 피해간 적도 있다.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아서 죄를 물을 수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그러자 그는 북한특수군 침투폭동설을 본격적으로 퍼트리기 시작했다. 질환적 주장은 도를 넘어 시민과 총을 든 시민군을 북한 고위 인사들로 지목하여 그럴듯한 환타지를 연출하기에 이른다.
여전히 법적 미비는 엄연하다. 특별히 고소 고발을 하지 않더라도 즉각적으로 형사 입건되어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2018년 3월에 제정된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묻힐 뻔한 5·18의 참혹한 사건을 반드시 가려내는 일과 더불어 반5·18처벌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양과 질을 성숙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민이 지닌 역사 교양의 품격과 성찰적 인문지성이 타율규제보다는 자율규제의 문화규범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5·18을 매개로 한 혐오적 지역주의와 빨갱이 낙인 행위는 40여년 동안 광주와 호남사람들을 정신적 고통에 빠트렸다.
그러므로 반5·18처벌법은 개인의 기본권인 표현자유의 영역을 한참 벗어나 있다. 이미 밝혀진 사실 등을 왜곡하고 비방하며 날조하는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
차제에 5·18의 숭고한 가치를 수호화는 길로 한단계 더 나아가도록 함과 동시에 ‘전국민의 5·18’로 각인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소중하다. 나만의 5·18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5·18이 되도록 마음을 다해 서로를 공감하는 과정이 거듭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