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감사실장

(2019년 4월호·제71호) 바둑이나 장기에서 이기려고 결정적 한 수를 둘 때가 있다. ‘승부수’(勝負手)라고 한다. 판의 흐름을 살피면서 여러 경우의 수를 헤아린다. 이미 두었던 수(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수가 지금 어떤 상황을 만들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현상을 만들지 더듬어야한다.
판을 확 바꾸어 나쁜 흐름을 이롭게 바꾸는 일이다. 일본말에서 온 ‘신의 한 수’라고도 한다.
고기를 파는 밥집에 ‘샐러드 바’를 두고, 떡집에 ‘커피 바’를 둔다. 커피 집에서 빵을 팔고, 주유소에서 차량용품을 파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바쁘고 지친 사람들에게 건강과 정보를 한꺼번에 챙겨주고, 돈이 더 들더라도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다. 요즘 말로 ‘가심비’라고 한다. 서로 겨루던 화장품 기업이 다른 기업의 제품을 자기 매장에서 팔고, 경쟁하던 스마트폰 기업끼리 손을 잡기도 한다. ‘적과의 동침’쯤 되겠다.
이제는 한 가지 제품이나 한 가지 일만으로 값어치를 높이고, 더 큰 이익을 가져오기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지만 무리하여 생산시설을 늘리지 않고, 있는 시설을 이용한다. 새로운 제품이지만 기존의 유명상표를 붙이고, 유통경로 또한 이미 있는 경로를 활용한다. 기업에서는 경영다각화라고 말하고, 으레 시너지 효과라고 부른다.
비슷한 업종끼리 모여서 연구하고, 서로 도우면서 시제품을 만든다.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뿐 아니라 투자를 끌어들이기도 쉽다.
포도송이처럼 줄줄이 모인다고 해서 클러스터라고 한다. 미국에는 인터넷 관련 회사들이 모인 실리콘밸리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부천은 만화, 춘천은 애니메이션, 대전은 영상, 전주는 전통 문화라는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가심비를 높이고, 적과의 동침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영다각화와 클러스터, 모두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왜 승부수를 던질까?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다. 지난 세월의 관행만을 내세우고, 내 한 몸의 안위만을 좇다가는 함께 무너지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누가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가? 나부터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우리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서 정책을 만들 때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바뀐 시대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작년에 했던 일을 보고 베껴서는 뒷걸음질만 친다.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리더)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의 정책은 전임자 몫이라며 떠넘기고, 내가 맡고 있을 때는 ‘아무 탈 없이’ 슬쩍 넘어가려는 마음(태도)은 우리 모두를 불행으로 이끈다.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은 정당해야 한다. 내 잇속을 끼워 넣는 순간 아무리 좋은 정책도 소용없게 되니까. 어쩌면 우리의 하루는 승부수다. 오늘 어떤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전라도인 admin@jl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