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제72호=이승홍 기자, 사진·최기남 기자)영산강과 합류하는 광주천. 도심 곳곳을 거쳐 광주를 감싸온 광주천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낙네들의 빨래터나 어린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이용될 만큼 맑고 깨끗했다. 하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화를 겪으면서 광주천은 멍들고 훼손됐다. 도심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하천을 복개해 도로와 건물을 지었고, 공장과 주택에서 흘러나온 폐수가 수질을 악화시켰다. 특히 하천 본래의 생물 서식의 생태공간과 자정, 친수 기능이 점차 상실돼 인공수로 같은 현재의 하천으로 변했다. 이에 도시하천을 친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변화시키고 시민들에게 수변생태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하천복원 또는 생태 회복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변공간 ‘뚝’…생태계 훼손 심각
광주천은 영산강의 제2지류로서 광주시 도심을 통과하는 길이 24.27㎞, 유역면적 108.42㎢의 지방하천이다. 발원지는 광주시 동구 용연동 무등산 용추계곡으로, 동구 학동에서 증심사천이 합류한다. 발원지부터 합류점까지는 지방 2급 하천, 합류점부터는 지방 1급 하천으로 구분돼 있다. 광주 시내를 관통해 흐르면서 도심 내 복개된 지류천들의 물을 받아 최종적으로 서구 유촌동에서 영산강과 만난다.
광주천은 1970년대 양동복개상가를 시작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고수부지 일부에는 주차장이 설치됐고, 천변도로의 자동차 통행이 증가하면서 천변도로를 확장, 하천공간이 축소됐다. 광주천 유역에서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산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같은 물질로 피복돼 수변공간의 면적도 크게 줄었다.
특히 도심개발 과정에서 대부분 복개 또는 반복개하천이 되면서 ‘하수도화’ 돼버렸다. 영산강의 지류인 광주천은 소태천, 서방천, 극락천 등 7개의 지류하천이 있는데, 지류의 물 공급 기능이 약화되면서 안 그래도 건천인 광주천의 ‘물 부족’이 심해지고 말았다. 양동보, 중보, 유촌보 등 보와 징검다리 등 인위적 시설물이 하천 흐름을 방해하고, 둔치에는 많은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당시에는 하천을 삶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도시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광주천은 하천습지로서의 생태적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생태계의 훼손이 진행됐다. 한때 광주천은 공장과 가정에서 배출하는 오폐수 등으로 각종 부유물이 떠다니는 ‘죽은 천’으로 불리기도 했다.
1970~80년대만 해도 광주천은 토종 동·식물들의 천국이었다. 법정보호종인 황조롱이를 비롯해 새매, 말똥가리, 왜가리 등 62종의 조류가 서식했으며, 어류 역시 줄몰개, 버들치, 갈겨니, 잉어 등 6과 13종이 살았다.
하지만 가시박과 도깨비가지, 돼지풀 등 외래식물과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큰입 배스 등 외래 동물이 유입되며 토종 생물들이 점차 자취를 감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도 과거 광주천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하천의 오염으로 먹이가 감소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현재 광주천에 서식하는 동·식물은 △식물 157종 △동물 4종 △조류 16종 △양서·파충류 4종 △어류 11종 등으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불법 낚시·쓰레기 투기 등 여전
광주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광주천 일부 구간에는 불법 낚시행위가 성행하고 있는가 하면 불법쓰레기 투기 문제도 끊이질 않고 있다.
광주시는 용산교부터 상무 소각장까지 좌·우 각 11.7㎞ 구간에 대해 낚시행위를 금지하는 지정·고시를 하고 2013년 8월부터 현장에 표지판을 세워 낚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은 표지판을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금지구역에서 버젓이 낚시를 하고 있다.
반면 상무 소각장부터 영산강 합류부 까지 좌, 우 각 1.2㎞는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막상 허용지역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명 입질 포인트라 해서 금지구역이 고기가 잘 잡히기 때문에 금지구역에 사람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낚시 미끼로 사용한 떡밥 등 이물질이 하천환경 오염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쓰레기 투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광주천은 교각과 도로에서의 비점오염원 직접유입과 시민들의 쓰레기투기, 반려동물의 배설물, 다리 아래 유락행위로 인한 쓰레기오염이 심각하다.
특히 충장로 등 구도심과 서구 동천동 등을 가로질러 형성된 천변산책로는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술병, 과자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하수정비 미비와 관리소홀로 인해 비가 오면 생활하수가 유입돼 악취가 심하게 나는 문제점도 있다.
광주시는 하천에서의 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대부분 인적이 드문 시간 쓰레기 투기가 이뤄지고 있어 적발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관할 지자체의 단속 인원은 한정돼 있어 일일이 적발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 생태하천 복원 추진
광주시는 광주천을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생태하천으로 복원시키기 위해 자연 친화형 하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은 사업비 10억원을 투입해 무등산 증심사∼남광주∼양동시장∼광천1교∼광천2교∼유촌교∼상무대교까지 광주천 16㎞ 구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광주의 젖줄인 광주천을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 친수하천으로 복원하고, 광주천과 인근 관광자원을 연계한 문화·관광 벨트를 만들어 광주의 핫 플레이스로 조성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9월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광주시 10개 부서, 유관기관 6곳, 교수·환경단체·민간전문가 등 총 43명이 참여하는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단’을 구성했다.
이어 광주천 수생태계 복원계획을 착수해 조성단에서 제시한 실천과제의 실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조성단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실천과제 9개와 기타과제 5개를 선정했다. 초안 단계라 구체적이진 않지만 △광주천을 생태 친수하천으로 복원하고 △인근 관광자원을 연계한 문화·관광벨트 조성이 큰 틀이다.
우선 생태하천복원분과에서는 광주천의 수질개선, 수량확보, 양동 복개상가 시민힐링 쉼터 조성 방안,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
또 연계 관광문화벨트분과에서는 삼향(예향·미향·의향) 순례길 조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양림동 역사마을·남광주시장 등 광주천 인근 전략적 거점과 연계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에코센터·에코파크 조성 등을 논의했다.
조성단은 조만간 ‘수생태계 복원계획서’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안이 확정되면 이달 중 환경부에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생태하천복원사업으로 선정될 경우 총 1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비의 50%는 국비 지원을 받게 된다.
시는 환경부 자체적인 검토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오는 6월께 최종 선정 통보를 받고, 기본계획 수립 및 실시설계 진행 후 내년 초순께부터 공사 착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천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할 수 있도록 맑은 물이 흐르고 옛 정취가 흐르는 광주천, 사람이 소통하고 이야기가 있는 광주천,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광주천, 문화·관광을 연계하고 담아내는 광주천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라도인 admin@jldin.co.kr